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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겁게 나이 드는’ 여자들이 만났다 커밍아웃, 당당하게 자신을 드러낸 두 여성 문미정 2019-06-15 16:3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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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인선 씨와 최현숙 씨. 다르지만 닮은 두 여성이 만났다. ⓒ 문미정


이성과의 결혼, 가족, 나이든 성소수자, 늙음, 죽음…


김인선 씨와 최현숙 씨, 누구보다도 ‘뜨겁게 나이 드는’ 두 60대 여성에게서 찾아볼 수 있는 단어들이다. 다르지만 닮은 두 여성이 만나 그들의 삶을 이야기하는 ‘토크쇼-뜨겁게 나이드는 여자들’이 13일 열렸다. 


특정한 단어로 김인선 씨와 최현숙 씨를 정의할 수 없지만, 사람들이 이 두 사람을 주목하는 것은 사회가, 다른 사람이 만든 틀을 넘어 자신이 원하는 삶을 만들어가는 ‘뜨거움’이 그들의 삶에서 느껴지기 때문이 아닐까. 


독일 이종 문화 간 호스피스 단체 ‘동행’을 설립한 김인선 씨는 ‘독일 호스피스의 대모’ ‘성소수자’라는 수식어로 최근 언론사 인터뷰의 뜨거운 스타로 떠올랐다. 김인선 씨는 1970년대 초반 독일로 이주해 간호사로 살면서 신학을 공부하고 석사 학위를 따기도 했다. 


자신을 독일의 소수민족이라고 표현하는 김인선 씨는 고향에 갈 수 없는 이방인들이 죽음을 맞이할 때 자신과 같은 문화,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의 도움을 받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동행’을 만들었다. 


▲ 김인선 씨 ⓒ 문미정


현재 여성 짝꿍과 살고 있는 김인선 씨도 처음에는 사회 관례에 따라 결혼을 해야 된다는 생각에 한 남성을 만나 가정을 꾸렸다. 하지만 교회 여신도 모임에서 만난 짝꿍이 자신에게 꽃을 주고 입을 맞추자 완전히 다른 감정을 느꼈다. 이후 남편과 이혼을 하고 짝꿍과 30년 동안 함께 보내고 있다. 독일에 돌아가면 짝꿍과 ‘결혼’을 할 예정이다. 


최현숙 씨에게 결혼은 아버지로부터의 탈출이었다. 남들이 반대하는 남성과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25년간 결혼생활을 유지했다. 1987년도부터는 천주교사회운동을 시작하고, 2000년대에는 정치에 뛰어들어 민주노동당에서 활동했다. 이 무렵 한 여성을 만나면서 그는 남편과의 결혼생활에 종지부를 찍었다. 그는 한국 최초로 커밍아웃하고 총선에 출마하기도 했다. 하지만 결혼생활이 자신에게 부정적인 경험은 아니었다고 말한다. 


결혼생활 당시 가난하게 살았던 그는 그때의 가난은 자신에게 흘러들어왔지만, 이후에는 자신이 적극적으로 가난을 선택해 살아가고 있다. 요양보호사, 노인돌봄노동을 하며 구술생애사로 활동하고 있다. 


“오늘을 살자”

“오는 대로 살아주겠다” 


사람들은 자신이 레즈비언임을 당당하게 밝히고 나이 들어가는 두 사람의 모습을 인상적으로 보고 있다. 그들에게 나이 든다는 것, 그리고 삶은 어떤 의미일까. 


김인선 씨는 “자신의 자유는 누가 가져다주는 것이 아니라 자기가 투쟁해서 얻어야 한다”고 말했다. “내 존재가 없으면 아무것도 못한다. 나는 나를 보호하고 사랑해야 한다”면서 오늘이 내 생에 가장 젊은 날이고, 내가 뭐든지 할 수 있는 날이니 “즐겁게 오늘을 살자”고 강조했다.


▲ 최현숙 씨 ⓒ 문미정


최현숙 씨도 “이 땅에서 사는 동안 최선을 다해 ‘나’에서 출발한 ‘공동선’을 지향하는 활동들을 하고 살 것”이라며, 남은 삶을 “오는 대로 살아주겠다”고 밝혔다. 


성전환자나 게이, 양성애자로 늙어간다는 게 비동성애자, 비성전환자와 다를 수 있지만 “성정체성 하나로 자신의 정체성을 못 박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당부도 했다. 


‘나이 드는 것’에 대해서는, 갑자기 노인이 되는 게 아니라 하루하루 차근차근 늙어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늙어가는 것은 느려지고 아프고 어떤 것들은 못하게 되기도 하지만, 젊어서 못 봤던 것들이 보이고 하지 못했던 것을 하고 다른 방식으로 살아나가는 것을 배워간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신의 부모님, 그리고 할배와 할매들을 만나 그들의 생애를 담아내는 작업을 했다. 그렇게 노인 의제를 다루면서 사람들이 가진 노인, 나이듦에 대한 혐오를 보고 “모든 혐오는 뒤집으면 자기 불안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늙음을 두려워한다면 혹여 내가 늙음을 혐오하는 것은 아닌지, 이 혐오가 동성애자를 혐오하는 자들의 혐오와 어떤 면에서 닿아있는지 돌아보는 성찰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100여 명의 사람들이 토크쇼에 함께 했다. ⓒ 문미정


교육플랫폼 ‘이탈’의 주최로 열린 이날 토크쇼는 두 사람의 ‘사이다’같은 입담으로 유쾌하게 진행됐다. 그들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100여 명의 사람들이 찾아왔고 자신의 삶을 고민하는 참가자들에게 따뜻한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이제 곧 독일로 돌아가는 김인선 씨는 만나서 반가웠다면서, “독일에 올 기회가 있으면 언제든지 저를 찾아달라”고 말했다. 


최현숙 씨는 지금 힘들어하는 사람들에게, “여태껏 살아온 경험들에서 어둠으로 덮어두고 뒤돌아보고 싶지 않았던 것들이 있다면 그것들을 잘 뒤져봐야 그 속에서 여러분의 진짜 힘이 나올 것”이라고 확신했다. 


“나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사회나 남들이 말하는 옳고 그름을 무시하고 살아보자”는 말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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