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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인권, ‘목적’인가 ‘수단’인가 < 가톨릭동북아평화연구소 >, ‘한반도의 인권과 평화’ 주제로 세미나 열어 2021-05-21
강재선 jseon@catholicpress.kr



▲ ⓒ 강재선


20일, 천주교의정부교구 < 가톨릭동북아평화연구소 >가 ‘한반도와 인권과 평화’라는 주제로 온라인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날 세미나는 대한민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에서 북한 인권문제에 대한 접근법의 쟁점과 해결책을 고찰하면서 구체적으로 평화를 모색했다. 


세미나 축사를 맡은 의정부 교구장 이기헌 주교는 “최근 특히 미국사회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북한인권에 대해서 같이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라며 “한미 정상 회담이 열리게 되는 시점에서 열심한 가톨릭신자(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대통령)인 두 분이 나누게 될 주제 중에 하나가 될 수 있는 북한 인권문제도 좋은 대화를 통해 서로 함께 이해하는 시간이 될 수 있기를” 희망했다.


이기헌 주교는 “한국사회에서도 전단살포와 관련된 북한 탈북자 인권문제로 찬반 의견이심해지는 모습을 보며 마음 아팠다”면서 “과연 북한 주민들에게는 전달이 되는지, 또 도움은 되는지 그리고 실린 내용들이 무엇인지를 많은 사람들이 알면 좋겠다”고 밝혔다.


인권 보편성 인정하되 점진적 적용 필요해


먼저 국제사회와 한국사회의 북한 인권 이해라는 주제로 발제를 맡은 연구소 운영연구위원 백장현 박사는 종교의 자유, 표현의 자유 등과 같은 자유권을 강조하는 미국의 접근법과 인권 전반에 포괄적인 입장을 취하는 유럽의 접근법을 비교했다. 인권의 보편성은 인정하되, 서구사회에서도 인권 획득에 수백 년의 시간이 걸린 것처럼 북한 인권 역시도 그 적용은 단계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백장현 박사는 “보편성이란 각 문화적 특수성과 배타적 관계에 있지 않다. 보편성은 인정을 하면서 적용 과정에서만 그 나라의 특수성을 감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백 박사는 “인권은 피의 역사다. 인권을 누리지 못한 사람들의 저항에 의해서 조금씩 얻어왔던 것이 인권의 역사라고 볼 때, 북한에 대해서만은 갑자기 한꺼번에 모든 것을 수용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사리에도 안 맞고 현실성도 전무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백 박사는 “식량난 문제에 있어서는 생존권을 최우선시해서 지원을 해야 한다. 이 때 자유권을 이야기하는 것은 생뚱맞은 일이다. 핵문제에서는 평화권에 집중해서 핵문제에 집중해야 한다. 이런 식으로 단계적 추진 필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두 번째 발제를 맡은 박문수 박사는 기존의 북한 인권 담론이 특정 진영의 헤게모니에 국한되어 논의되어 온 탓에 진보, 보수의 북한 인권 접근법의 장단을 취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가톨릭 사회교리의 관점에서 북한 인권을 살펴보면서 인권과 평화가 상호관계를 맺는 것에서 나아가, 서로의 정체성을 이루는 ‘핵심 구성요소’임을 강조했다.


박문수 박사는 북한 체제 민주화와 종교의 자유, 표현의 자유 등 일부 인권 개선을 우선시하는 보수 진영과 인도적 지원을 통한 북한 주민 생존권을 우선시하는 진보 진영의 입장이 “주장만 놓고 보면 각자 상대방이 놓치거나 덜 강조하는 부분들을 잘 지적하고 있다”며 이를 활용하면 “교회는 적대적 분단 체제에서 평화를 구축하는 과정과 인권을 개선하는 과정을 조화롭게 선순환시킬 방법을 찾을 수 있다”고 제언했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대한민국이 북한을 다른 여느 국가와 마찬가지로 자신들의 이해관계에 따른 결정을 내리는 합리적 주체로, 한반도의 이웃으로 바라보는 시선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북한을 타자로 바라보기보다 합리적 대화상대로 바라보면서, 이왕이면 북한을 동포로 받아들이면서 장기적이고 점진적인 변화를 추구하는 것이 덜 소모적이다.


박문수 박사는 “인권을 요구하는 주체는 방식과 과정도 인권적이어야 한다”며 종교의 자유, 표현의 자유 등 인권의 수많은 구성요소 가운데 일부 기본권만을 앞세워 북한 체제의 붕괴를 목표로 인권을 수단화하는 미국, 대한민국 보수 진영의 입장에 대해 “자유권을 사회권, 발전권, 평화권에 우선할 수 없다. 모든 인권을 존중하고 신장하는 것이 목표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북한 현지조사 위한 외교적 토대 마련해야



▲ ⓒ 강재선


종합토론에서는 북한 인권 문제 해결과 한반도 평화를 이룩하기 위해서는 대북전단과 같은 적대행위보다는 식량 지원 등의 인도적 지원과 함께 대한민국과 국제사회가 함께 북한의 실태를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한 현장조사가 이루어질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의견이 주를 이루었다.


이날 종합토론에는 개신교 장로교 소속 정지석 목사(국경선 평화학교)가 참석하여 북한을 무너트리기 위한 수단으로 인권을 악용한 개신교계의 태도를 지적하기도 했다. 


정지석 목사는 “참 부끄럽다”는 말로 발언을 시작했다. 정 목사는 “개신교회가 (인권을 말하며) 북한을 멸망시키려고 하는 일부 보수적인 정치권과 똑같은 소리를 한게 70년”이라며 “(미국의) 북한 인권법, 북한 인권운동 등 남한에서 이런 얘기를 하는 사람들은 아주 극우적이고 보수적이며 북한은 대화할 상대가 아니라 무조건 멸망시켜야 할 곳이라 말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북한 자체가 70-80년대를 거쳐 90년대에 와서는 국제적 약자가 되었다”는 점을 지적하고 “북한을 감쌀 수는 없어도 적어도 공격은 할 수 없지 않나 하는 생각”으로 북한 인권문제를 바라보아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덕진 천주교 인권위원회 상임활동가는 북한 관련 정보의 부정확성을 지적하고, 북한 인권이나 경제상황을 말하는데 있어서 대한민국과 국제사회가 북한 현지 조사를 가능케 하는 외교를 펼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북한 인권 관련 정보 부족의 예시 국제인권연맹(FIDH)이 북한 사형제도를 조사한 보고서를 들었다. 


이 보고서는 북한에서 사형제도가 무차별적으로, 죄형형법주의에 부합하지 않게 악용되고 있다고 보고서 전체에 걸쳐 주장하면서도 “북조선의 폐쇄성과 정보부족으로 인해 확인이 불가능하다”고 결론을 내려 사실상 극소수에 해당하는 일부 탈북민들의 검증되지 않은 주장을 사실로 간주하는 성급함을 보였다.


특히 김덕진 상임활동가는 북한이 남한을 통해 국제사회 무대에 진출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며, 북한도 이러한 사실을 잘 알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2014년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가 북한 인권 실태에 대해 조사보고서를 발표하자 격렬히 반발하고 북한 자체의 인권보고서를 발표하여 뉴욕에서 설명회까지 열었고, 이후 북한이 최초로 유엔 장애인인권 특별보고관을 초청하기까지 했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일련의 사건들을 통해 현지 조사와 실태 파악이야말로 “인권운동 및 관련 연구 단체들이 할 수 있는 방법이 아닌가 생각한다”며 유엔 회원국들이 5년 마다 제출해야 하는 국가별정례인권검토(UPR)를 북한 역시 2009년부터 제출하고 있는 만큼 보고서에 대한 비판적 수용과 함께 “보고서를 제출하는 행위 자체로 고무적이며, 이는 북한이 국제인권 흐름에 자기들도 동참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이러한 국제사회의 비난에도 북한이 지난 20년간 유엔을 탈퇴하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북한을 고립시키게 만들고 빗장을 닫게 만드는 것보다는 폭로와 비난에서 대화 협력으로 방향을 전환해야 한다”며 북한이 자신들을 ‘정상국가’라고 강조하는 절차와 더불어 이를 객관적으로 검토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개별 인권 앞세워 체제변화 유도하기 보다, 생존권 우선해야


화해평화연대 대표 전수미 변호사는 한 때 북한 인권 관련 단체에서 활동하면서 대북전단을 살포해 본 경험이 있다. 그만큼 그는 그것이 얼마나 무용하고 위험한 일인지 잘 알고 있었다. 전수미 변호사는 북한이탈주민 또는 탈북민이라는 표현 대신 ‘북향민’이라는 표현으로, 남한으로 이주해온 북한 주민들을 지칭했다.


전수미 변호사는 “진정 북한 주민들 돕고 싶다면 (대북전단 대신) 인도적 지원이 필요하다”며 “(북한) 장마당에서 쌀이 1kg당 1,000원이라고 치면, 남한에서 쌀을 지급하면 쌀 가격이 300원까지 떨어진다. 실질적으로 장마당 가격에 큰 영향을 미치는 셈”이라고 강조하며 인도적 지원의 효력을 강조했다.


실질적 물가에 영향을 미치는 문제를 정치적 프레임으로 간주하는 것 보다는 북한의 생존권을 고려해야 한다.


미국, 일본 등 국제사회의 인권 지적에 대해서도 “(북한과 국제사회가) 서로 신뢰가 없는데 인권 문제 있다고 지적하면 ‘당장 고쳐야지’라고 생각할까 ‘무너트리려고 하는 걸까’라고 생각할까”라고 물으며 서로 신뢰관계가 구축되어야 이러한 지적도 효력을 가질 수 있다고 꼬집었다.


특히 전 변호사는 “대북전단을 본 사람들이 오히려 반감이 많이 들었다는 증언을 많이 들었다”고 전했다.


최근 미 의회에서 대북전단 문제를 가지고 증언했던 전 변호사는 당시 기억을 떠올리며 “접경 지역 주민들의 의견이 담겨있지 않았다”며 “문재인 정부 들어 ‘북한에서 오신 분들의 지원이 끊겼냐’, ‘인권 박해를 하지 않냐’,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다른 케이스가 있냐’며 문 대통령을 악독한 대통령으로 전제하고 질문하는 걸 보고 ‘대한민국 외교가 갈길이 멀었다’는 안타까움이 들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전 변호사는 “대북전단도 문제가 있지만 북한에서 온 상당수가 정착을 힘들어한다. 취약계층이 많다”며 ”결국 어떤 분들에게는 대북전단이 생계수단으로 활용된다. 하지 말라고 하면 생계가 끊기니 더욱 공격적으로 날리는 측면도 있다.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강구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행사를 마무리하며 연구소 소장 겸 천주교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회 총무 강주석 신부는 북한 인권 세미나를 계속 이어나갈 것이며 11월 초에 열릴 국제학술대회에서 미국, 유럽 측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가톨릭동북아평화연구소가 주관한 이날 토론회에는 30여 명의 관계자들이 참석했으며 일반 대중들을 위해서는 유튜브를 통해 온라인으로 생중계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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