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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의 눈에도 ‘비늘’이 가리고 있습니까? [이신부의 세·빛] 사울의 눈에서 비늘이 떨어지다 2022-05-06
이기우 edit@catholicpress.kr



부활 제3주간 금요일(2022.5.6.) : 사도 9,1-20; 요한 6,52-59


오늘 독서는 박해자였던 사울이 선교사로 인생의 방향을 180도로 바꾸게 된 극적인 사건을 전해줍니다. 그때 그는 스테파노의 치명 이후 유다교의 박해를 피해 북쪽으로 흩어진 그리스도인들을 체포하러 다마스쿠스로 가던 길이었습니다. 그런데 박해자 사울의 살기 어린 발길을 세우신 것은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비추신 번개 빛이었습니다. 뒤이어 벼락 치는 소리로 말씀하셨습니다: “사울아, 사울아, 왜 나를 박해하느냐?”(사도 9,4). 이 소리에 놀란 사울이 누구시냐고 묻자, “나는 네가 박해하는 예수다.”(사도 9,5) 하는 대답이 들려왔습니다. 


그가 거짓 예언자로 생각했던 예수는 분명히 십자가에 달려 죽었는데, 그의 귀에 들려온 것은 분명히 “나는 네가 박해하는 예수”라고 말하는 소리였습니다. 그렇다면 예수는 사람이 아니라 하느님이시라는 뜻이었기에, 그는 정신적 충격을 받고 이 의문을 풀기 위해 할 수 있는 온갖 노력을 쏟아 부었습니다. 


아라비아 사막에 가서 기도를 하기도 했고(갈라 1,17), 타르수스에 있는 자기 집에서 이제껏 그가 알고 있던 성경 지식을 샅샅이 훑어보기도 했으며(사도 11,25), 자신에게 세례를 주고 신자 공동체에 받아들여준 하나니아스를 통해(사도 9,17-18) 예수를 그리스도로 믿는 신자들과 그분을 만난 증인들을 찾아다니며 그분께서 가르치신 말씀과 보여주신 행적을 낱낱이 취재하였습니다. 이 기간이 무려 14년(갈라 2,1)이었는데, 결론은 그가 남긴 편지 곳곳에서, 특히 서두마다 인사말로 고백하고 있듯이 예수님은 하느님이시라는 것이었습니다. 


이렇게 결론이 나자 그는 안티오키아 공동체에서 봉사하던 바르나바가 자신을 찾아와서 권하자(사도 11,25), 그의 신원 보증으로 사도단에도(사도 12,25) 또 안티오키아 공동체에도 들어가서(사도 13,2-3), 본격적인 사도요 선교사의 길로 나섰습니다. 이렇게 시작된 선교여행이 20여 년 동안(1차:45~49년, 2차:50~52년; 3차:53~58년) 세 차례나 이루어졌습니다. 


이를 통해 많은 공동체들을 세웠는데 대체로 소아시아에서는 에페소 공동체를 중심으로 여러 공동체를 돌보았고, 그리스에서는 코린토 공동체를 중심으로 여러 공동체를 돌보았습니다. 이런 경위로 예루살렘에서 시작된 초대교회의 공동생활이 로마제국 영토 곳곳에 퍼져 나갔습니다. 


특히 로마제국이 소아시아의 속주로 삼은 에페소에는 사도 바오로가 3년이나 머물면서 선교활동을 했는데(사도 20,31), 예루살렘이 로마군의 침공을 받아 멸망한 다음에는 초대교회의 중심이 되었습니다. 그의 뒤를 이어 티모테오, 사도 요한, 폴리카르포 등이 에페소를 중심으로 로마제국 전체에 그리스도 신앙을 전했습니다. 


이렇게 신앙이 퍼져나갈 수 있게 한 원동력은 역설적이게도 로마제국의 박해였습니다. 로마제국은 황제를 신격화하며 경배하도록 강요했는데, 이를 거부한 신자들을 검투사의 대결 상대로 내몰아 죽이거나 굶주린 맹수들의 먹이로 내주어 물려죽게 하는 등 로마 시민들의 재미있는 볼 거리로 삼았습니다. 하지만 신자들은 너무도 경건하게 자신들의 목숨을 하느님께 바쳤고, 이 광경을 본 로마인들 사이에서 자원하여 점차 그리스도인이 되는 사람들이 늘어나더니 마침내 박해가 종식되고 나중에는 국교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로마가 멸망한 후에도 로마제국의 영토였던 서유럽 세계에서는 자연스럽게 그리스도 신앙을 받아들였습니다. 


이렇게 서유럽권이 그리스도교 문화권이 되는 데에는 예수님께서 박해자 사울을 돌려세워 당신의 사도 겸 선교사로 삼으신 일이 결정적 역할을 하였습니다. 그가 말년에 고백한 자신의 일생은, 밀레토스에서 에페소 공동체의 원로들 앞에서 털어놓은 대로입니다: “나는 유다인들과 그리스인들에게, 회개하여 하느님께 돌아오고 우리 주 예수님을 믿어야 한다고 증언하였습니다”(사도 20,21). 


이와 같이 예수님을 믿는다는 것은 사람이 되신 하느님을 믿는다는 것이고, 그 하느님께서 새 하늘과 새 땅을 창조하심을 믿는다는 것입니다. 새로운 하늘과 땅은 새로운 역사를 뜻하는 성경의 상징어입니다. 그 새로운 역사는 하느님께서 사람이 되심으로써 시작되었고, 이 신앙의 신비는 시간과 공간 속으로 말씀이 강생하시어 이루십니다. 말씀이신 그분의 섭리는 시대와 지역을 초월하여 신앙 진리를 관철하십니다. 


우선 말씀이신 주님께서는 전례에서 일하시는데, 하늘에서 내려오신 생명의 빵이신 예수님께서는 부활하시어 지금 여기에서도 성찬례마다 현존하십니다. 또한 주님께서는 당신의 일꾼을 부르셔서 일하십니다. 그러니까 박해자 사울이 부활하신 그분의 빛에 눈이 멀었다가 비늘 같은 것이 떨어지면서 진리와 현실을 제대로 보게 되는 그런 일이 지금 여기서도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이것이 교회의 전례에서 그리고 삶의 현장에서 선포되는 말씀의 신비가 전제하고 있는 차원입니다. 


교우 여러분! 


혹시 여러분의 눈에도 ‘비늘’이 가리고 있습니까? 그렇다면 부활하신 예수님께 청하여 비늘이 떨어지도록 청하시기 바랍니다. 사울처럼 벼락을 맞고서야 제 정신을 차리는 것보다는 평온한 일상 속에서 스스로 그분께 도움을 청하시는 것이 현명한 일일 것입니다. 그래야 진리를 제대로 보는 눈을 뜰 수 있습니다. 


천주교 서울대교구 사제

(영원한도움의성모수녀회 파견사제)





[필진정보]
이기우 (사도요한) : 천주교 서울대교구 사제. 명동성당 보좌신부를 3년 지내고 이후 16년간 빈민사목 현장에서 활동했다. 저서로는 믿나이다』, 『서로 사랑하여라』, 『행복하여라』 등이 있으며 교황청 정의평화위원회에서 발간한 『간추리 사회교리』를 일반신자들이 읽기 쉽게 다시 쓴 책 『세상의 빛』으로 한국가톨릭학술상 연구상을 수상했다. 현재 영원한도움의성모수녀회 파견사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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