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 제7주간 토요일(2023.5.27.) : 사도 28,16-31; 요한 21,20-25
주님 승천 대축일부터 우리는, 회칙 ‘찬미받으소서’에서 제시하는 시대의 징표를 통하여 승천하신 예수님께서 이끄실 새 하늘과 새 땅을 바라보는 한편, 지구의 땅과 물과 공기와 햇빛 그리고 인류 문명에 관하여 한 주간 동안 성찰해 왔습니다.
새 땅은 하느님 나라의 참된 행복을 바라는 온유한 이들에게 주어집니다. 온유한 이들은 하느님께서 선물로 주신 땅을 오염시키지 않음은 물론이요 주어진 인간관계가 하느님의 뜻을 드러내도록 노력함으로써 그들의 공동체가 바로 그 새 땅이 되게 할 것입니다.
이들은 생명의 물을 받아 마시는 이들입니다. 지구의 물도 오염시키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이들은 육신으로뿐만 아니라 영혼으로도 깨끗한 물을 마시기 위하여, 성체성사에 참여함으로써 예수님의 성령을 생명의 물로 얻어 마시면서 다른 이들도 이 물을 마시도록 초대할 것입니다. 이들은 또한 깨끗한 공기를 호흡하려는 이들입니다. 이들은 육신으로도 깨끗한 공기를 호흡하려 함은 물론, 정신적으로도 오염된 공기를 거부하기 때문에 하느님을 멀리하거나 불신하는 모든 오류를 배격하는 한편, 하느님을 잊어버린 사람들에게 산소와도 같은 진리를 불어 넣어주는 바람처럼 살고자 할 것입니다.
이들은 또한 지구상 모든 생명체들을 살아있게 해 주는 햇빛을 하느님께서 주신 데 대해서 감사드리는 한편, 궁극적 에너지이신 성령을 갈망합니다. 그래서 이들은, 광합성 작용을 하여 산소를 배출하는 식물처럼, 예수님께서 이루시는 영적 광합성 작용인 성체성사에 참여함으로써 세상에 그리스도의 향기를 배출할 것입니다.
이들은 현대 인류가 이룩한 물질문명의 총아인 스마트폰에 의한 의사소통보다도 더 효율적인 부활의 사기지은으로 의사소통을 하고자 노력할 것입니다. 먼저 하느님과 이루는 영적인 의사소통에 기반하여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보여주셨던 사기지은을 믿는 이들 가운데에서도 발휘함으로써, 수평적으로도 원활하게 소통하는 이 공동체적 네트워크를 통하여 교회를 새롭게 하도록 힘쓸 것입니다.
새로운 인류가 성령의 이끄심에 따라 이룩해야 할 새 하늘과 새 땅은 단지 기계에 의한 지배를 넘어서게 하는 인문적 상상력을 발휘하는 것을 뛰어넘어서 정의와 사랑을 실현하기 위한 신앙적 상상력을 발휘할 것입니다.
그리하여 복잡하고 다양하게 발달된 물질문명이 현 인류를 무한경쟁 속에서 반목하게 만들고 지구를 오염시키던 바를 혁신시킬 것이며, 문명의 복잡함을 정교함으로 바꾸고, 문명의 다양함은 일치로 바꿀 것입니다. 이렇게 하여 현재의 인류 문명을 하느님께서 보시기에 좋은 사랑의 문명으로 도약시키려면 지난 백여 년간 가톨릭교회가 발견한 발판들이 필요합니다.
첫째, 사랑의 문명은 생태계를 보존함을 기본으로 해야 하고 인간을 존엄하게 여기는 일을 최우선적으로 해야 합니다. 생태계는 놀랍도록 경이로운 하느님의 선물이기 때문이며, 또한 인간은 하느님을 닮도록 창조된 존재라서 존엄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문명의 설계 단계에서부터 생태 감수성과 인권 감수성을 반영해야 합니다.
둘째, 사회 질서 전반에서 공동선이 증진되어야 합니다. 이념이나 체제를 초월하여 모든 사회는 인간의 존엄성을 존중하기 위한 사회적 공동선에 있어서 선의의 경쟁 관계에 놓여 있습니다. 우리 사회는 정의를 구현하고 평등을 실현하며 평화를 이룩하는 데 있어서도 선진국다운 면모를 갖춤으로써 새로운 글로벌 스탠다드(Global Standard)를 제시해야 합니다.
셋째, 사회의 구조에서 재화의 보편성과 배려의 전인성이 담보되어야 합니다. 무릇 모든 재화는 그 주인이신 하느님께서 모든 사람들이 고루 사용할 수 있도록 주신 것인 만큼 사적 소유권에 앞서 이 재화의 보편적 성격이 명실상부하게 드러나야 합니다.
그리하여 아직까지 재화의 소유나 소비에 있어 소외되었던 이들에게는 분배정의가 적극적으로 실현되어야 할 뿐 아니라, 사회적 배려의 척도가 경제적인 궁핍함을 감안하는 데에 그치지 말고 사람들이 누구나 인간적인 가치를 문화적으로 향유하는 한편, 영적으로도 삶의 질이 향상될 수 있도록 법률과 정책에 반영되어야 합니다.
넷째, 사회의식에 있어서 보조성이 관철되어야 합니다. 이는 비록 현세적 잣대로는 보잘것없어 보이는 이들이라 할지라도 그들이 당사자인 한 그들의 공동선에 대해 참여할 수 있는 길이 언제나 보장되어야 합니다. 흔히 권력자나 부자나 지식인 등 공동선에 책임이 큰 사람들은 가난하고 고통받는 이들을 무시하고 소외시키기 쉽기 때문에 교회는 시민 사회와 함께 적극적으로 이들의 권리를 대변해 주어야 하며 그리하여 이들이 공동선에 참여해서 그들 나름으로 기여해야 할 책임이 있음을 그들에게도 일깨워주어야 합니다.
다섯째, 사회의식에 있어서 연대성이 하나의 원칙으로 구현되어야 합니다. 특히 정의가 무시되고 사랑이 메말라서 빚어지는 모든 사태에 있어서 그리스도인들과 선의의 모든 시민들이 당사자들과 선의 연대를 발휘해야 합니다.
이상 다섯 가지 사회교리 원리가 현재의 인류 문명을 새로운 사랑의 문명으로 도약시킬 수 있는 발판입니다.
천주교 서울대교구 사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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