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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천주교 동포여! - [이신부의 세·빛] “아직 늦지 않았으니 일어나십시오.”
  • 이기우
  • edit@catholicpress.kr
  • 기사등록 2019-04-16 17:03:18
  • 수정 2019-04-16 17: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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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주간 화요일 : 이사 49,1-6; 요한 13,21ㄴ-33.36-38


▲ ⓒ 문미정


오늘 복음에 나오는 유다의 역할과 관련하여 독서의 말씀에 따라서 편지 한 통을 소개하고 나서 강론을 시작하겠습니다. 백 년 전에 조선의 천주교 신부들에게 임시정부에서 보내온 편지입니다.


"천주교 동포여, 여러분은 한민족이 아닙니까? 하느님께서는 여러분의 조상을 한반도에 보내시어 이를 지키고 여기에서 자유 및 행복과 안락함을 누리라고 하셨습니다. 여러분의 조상께서는 한국 땅의 빗방울과 이슬을 받으며 살다가 죽었습니다. 여러분도 한민족의 피를 받았고, 한국 땅의 비와 이슬을 받으며 태어나 자라지 않았습니까? 그러하거늘 같은 한민족이 다 일어나 피를 흘리고 자유를 부르짖을 때, 어찌하여 30만 명 천주교 동포의 소리는 들리지 않습니까.


여러분은 스스로 한민족이 아니라고 생각합니까? 아니면, 하느님의 뜻을 무시하는 이민족의 노예가 되기를 즐겨하십니까? 여러분이 정녕 하느님의 뜻을 받든다면, 불의하게 압박을 받는 이들을 위해 먼저 일어나고, 정의와 자유를 위해 죽는 이들을 먼저 도와야 합니다. 


(천주교 신자들은) 다른 민족에게도 이렇게 해야 한다면, 혈육을 같이하는 동포들에게는 더욱 그렇게 해야 합니다. 듣건대 하느님의 명령이 없으므로 여러분은 움직이지 아니한다고 합니다. 그러나 (여러분의) 주교는 프랑스 사람입니다. 


여러분이 만일 프랑스 주교와 동족이었다면, 주교는 벌써 일어나기를 권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프랑스인 주교는) 구태여 외국인의 일에 간섭하여 자신이 사랑하는 조국 (프랑스)에 폐를 끼칠까 하여 말하지 않고 있습니다. (프랑스인들은) 이번에 일어난 세계 (제1차) 대전에서 국민의 과반수나 생명을 희생했습니다. 프랑스 사람 주교가 보기에는 가만히 있는 여러분이 그 얼마나 못나고 추해 보이겠습니까!


여러분의 종교 조직으로 보면 주교는 여러분의 우두머리입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민족으로 보면 여러분은 저 일본인들에게 학살을 당하는 남녀들과 형제요 자매가 아닙니까. 또 만일 천주교 동포가 언제까지든지 가만히 있다면, 한민족은 여러분을 일본인보다 더 나쁜 적으로 알게 됩니다. (그렇다면) 여러분 자신과 천주교회 전체에 대해서 얼마나 큰 원한과 핍박이 미치게 되겠습니까.


아, 30만 명 천주교 동포여, 아직 늦지 않았으니 일어나십시오. 일어나서 민족의 자유를 찾고, 자유로운 나라에서 2천만이 다 같이 소리를 모아 하느님을 찬송합시다."


이상의 글은 지금으로부터 백 년 전인 1919년 10월 15일에 중국 상해에 세워진 대한민국 임시정부 내무총장 이동녕의 이름으로 조선 천주교회 신부들에게 보내진 편지로, 사학자 조광 이냐시오가 현대문체로 옮긴 것입니다. 


당시 조선 천주교회의 경성교구장으로서 최고 책임자였던 뮈텔 주교가 천주교 신자들에게는 3.1 만세운동에 참가하지 말라고 명령하는 바람에 거족적으로 일어난 독립운동에 유독 천주교만 불참하자 임시정부 요인으로 가담하고 있던 안중근 동생들이 제안하여 이런 편지 글이 쓰여지고 보내졌습니다. 이런 역사적 부담을 덜고 보속하기 위해서라도 앞으로 완전한 독립인 민족 통일을 위한 길에는 한국 천주교회의 그리스도인들이 낙오하지 말고 선봉이 되어서 앞장서야 합니다.


이천 년 전 예수님께서 생애 최후를 앞두고 제자들과 만찬을 나누시고 성체성사를 제정하실 때에도 이스라엘 민족이 로마로부터 독립되기를 간절히 원하던 유다 이스카리옷은 스승을 최고의회 의원들과 맞대면하게 해 드림으로써 파스카 축제에 모인 군중과 힘을 합하여 독립을 위해 봉기하기를 시도했습니다. 


그 형식은 최고의회 의원들의 비서격인 수석 사제들에게 스승을 밀고하는 것이었지만 적어도 유다의 의도는 스승을 팔아넘기려는 것이라기보다는 스승의 언변과 기적 능력을 활용해서 민족의 독립을 앞당기기 위한 애국적인 것이었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한때 연극이나 영화, 뮤지컬 공연 등의 형식으로 유행했던 < Jesus Christ, Superstar >라는 작품이 그런 유다의 민족주의적 관점에서 예수님의 최후를 그려낸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오늘 독서에서도 나오듯이, 이사야가 전하는 이스라엘의 역사적 소명은 단지 이 민족의 독립과 부흥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민족들의 빛이 되는 것이었습니다. 그리하여 유다의 진심을 미루어 짐작하고 계시던 예수님께서도 안타까워하시며 말리지 않으시고 내버려 두셨습니다. 그의 밀고 행위 때문에 당신이 체포되고 재판을 받아 십자가 죽음을 당하게 되실 것을 모르지 않으셨으면서도 그렇게 하셨습니다.


백 년 전 민족과 함께 일어서지 못했던 우리 한국 천주교회와 가톨릭 그리스도인들도 민족 통일의 길에는 민족과 함께 해야 할 뿐 아니라 앞장을 서야 할 충분한 당위성이 있지만, 그것은 단지 우리 민족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동북아시아 다른 민족들의 빛이 되어 공존과 번영으로 평화를 누리기 위한 것입니다. 그것이 민족통일을 디딤돌 삼아 이룩해야 할 동북아시아의 복음화입니다.



천주교 서울대교구 사제

(영원한도움의성모수녀회 파견사제)



[필진정보]
이기우 (사도요한) : 천주교 서울대교구 사제. 명동성당 보좌신부를 3년 지내고 이후 16년간 빈민사목 현장에서 활동했다. 저서로는 믿나이다』, 『서로 사랑하여라』, 『행복하여라』 등이 있으며 교황청 정의평화위원회에서 발간한 『간추리 사회교리』를 일반신자들이 읽기 쉽게 다시 쓴 책 『세상의 빛』으로 한국가톨릭학술상 연구상을 수상했다. 현재 영원한도움의성모수녀회 파견사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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