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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에서 ‘선’으로, 남한에서 북한으로 이어지기를 - 강화에서 고성까지, 시민들이 남북평화 위해 손 맞잡았다
  • 문미정
  • moon@catholicpress.kr
  • 기사등록 2019-04-29 18:12:58
  • 수정 2019-04-29 18: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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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북정상회담 1주년을 맞은 27일 파주지역 평화손잡기 행사에 1,000여 명의 시민들이 함께 했다. ⓒ 문미정


1년 전, 남과 북의 정상들이 만나 판문점선언을 이루고 한반도 평화에 대한 기대가 높아졌지만 한반도 평화로 향한 길은 쉽지 않았다. 


이러한 상황에서 4.27남북정상회담과 판문점선언 1주년을 맞아, 지난 27일 14시 27분 시민들 스스로 한반도 평화에 대한 의지를 전 세계에 알리고자 서로 손을 맞잡았다. 평화손잡기는 DMZ평화인간띠운동본부에서 제안한 운동으로, 강화에서부터 강원 고성까지 DMZ평화누리길 500km를 이었다.


이날 행사에는 천주교 의정부교구 민족화해위원회와 정의평화위원회 주도로 의정부교구 본당들을 비롯해 다른 교구에서 온 신자들, 시민들이 파주·연천·고양 지역 평화손잡기 행사에 참가했다.


본 행사에 앞서 파주출판단지 근린공원에 모여 평화의 노래를 부르고 평화선언문을 낭독하며 사전행사를 진행했다.


 4.27판문점선언 1주기를 맞아 민(民)의 염원이 표출되었다. 죽음과 전쟁의 땅 DMZ를 평화와 생명의 새 땅으로 만들기 위함이다. 단지 이 마음 하나로 우리는 지금껏 낯설었던 이웃들의 손을 힘껏 잡았다. 


남과 북이 자유롭게 왕래할 수 있기를 


▲ ⓒ 문미정


이날 행사에 참가한 최종대 씨는 이북이 고향인 실향민으로, 고향을 떠나온 지도 벌써 70년이다. 같이 고향을 떠나온 아버지, 형님은 이미 돌아가시고 자신만 남았다고 했다.   


최종대(세례자 요한) 씨는 “우리가 죽기 전에 통일이 돼서 왕래가 있어야만 같은 민족의 동일성을 찾을 수 있는데 그렇게 못 된 것이 정말 한스럽다”며 “하루 속히 왕래가 있어야 한다는 절실한 염원이 있어서 이 자리에 참석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대화동성당 김양현(실비아) 씨는 성당에 행사 공고가 있었고 평소 남북문제에 관심이 많아서 참석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섬처럼 사는 게 싫다”며 “김정은 위원장이 북한에서 기차를 타고 베트남까지 가는 모습을 보고 충격 받았다”고 말했다. 육지를 통해서도 갈 수 있다는 걸 깨달은 것이다. 


김양현 씨는 빨리 통일이 되고 길이 트여서 서로 왕래하고, 기차를 타고 유럽까지 가는 날이 오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사전행사 후, 참가자들은 근린공원 뒤쪽 길로 이동해 14시 27분 평화손잡기를 준비했다. 미리 손잡고 기다리는가 하면 묵주기도를 하는 신자들도 있었다. 일자로 길게 늘어선 성인들 사이로 아이들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 일산성당 소년레지오 강정식 단장과 단원들 ⓒ 문미정


일산성당 소년레지오 단장 강정식(요셉) 씨는 “자라나는 어린 세대들에게 평화손잡기 운동 뜻도 알려주고, 이 나라의 주인이 됐을 때는 남북 평화가 이뤄져서 남북을 왔다갔다하고 넓은 기상으로 대륙으로 뻗어나갈 수 있는 아이들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같이 왔다”고 밝혔다. 


아직 아이들이 어려서 평화에 대해 크게 생각하는 것 같진 않지만 행사를 하고 나면 생각이 많이 달라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러면서 젊은 세대들이 남북이 갈라져 오지도 가지도 못하는 상황을 크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며, “전쟁을 겪은 우리 부모님 세대의 체험과 고통을 우리 세대가 제대로 전달하지 못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탄현동성당 주일학교 초등부 교사는 “신부님 추천으로 주일학교 교리 대신 왔다”고 말했다. 아이들이 아직 남북 통일 개념이 없는 데 주일학교 교리시간에 함께 통일과 평화를 이야기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남겼다. 


서로 이어져있다는 것


▲ ⓒ 문미정


14시 27분이 되자 1,000명이 넘는 시민들이 서로의 손을 맞잡았다. 친구들과 장난치기 바빴던 아이들도 씩씩하게 만세 삼창을 하고 평화의 인사를 나누며 ‘우리의 소원은 통일’을 합창했다. 


30분도 안 되는 시간이었지만 같은 마음으로 서로의 손을 잡는 것이 참가자들에게 작은 파문을 일으킨 듯했다. 옆 사람의 손을 잡고 저 멀리 있는 이들과도 이어진다는 것은 어떤 느낌이었을까. 


점과 점이 모여서 선이 되듯이 우리의 작은 마음 하나하나가 모이면 당장 변하지 않아도 서서히 변화를 줄 수 있지 않을까.


대화동성당 박진희(안젤라) 씨는 “처음에는 여기를 온다고 큰 의미가 있을까 싶었다”면서 “와보니까 평화와 통일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고, 점에서 선이 되듯이 작은 것부터 시작해서 교류하다보면 북한사람과도 통일할 준비가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생겼다”고 말했다. 


교하성당 이현주(데레사) 씨는 “사실 제가 한거라고는 제 몸으로 이만큼 손잡고 이어준 것밖에 없다”고 쑥스러워 했다. 


▲ 14시 27분이 되자 서로 손잡고 만세 삼창을 하며 평화를 기원했다. ⓒ 문미정


‘우리의 소원은 통일’을 노래할 때는 눈물이 나기도 했는데, “이렇게 염원하고 바라면 통일이 이뤄지겠지, 여기 온 사람뿐만 아니라 오지 않은 사람들도 바라고 있겠지… ‘이 나라 살리는 통일’이란 가사처럼 통일이 되면 훨씬 더 좋아지겠지”라며 감명깊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평화손잡기 행사에 참가하기 위해 전주에서부터 달려온 이들도 있었다. 전주교구 민족화해위원회와 정의평화위원회 80여 명이다.


전주교구 민족화해위원회 조민철 신부는 “(DMZ평화인간띠운동) 전라북도지역본부에서 천주교 측으로 참가하게 됐다”며 “우리 시민사회의 한 일원으로서 한반도 평화를 바라는 마음으로 손잡기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기쁨이고 영광”이라고 소감을 전했다. 


작은 힘들을 모아 평화로


▲ ⓒ 문미정


평화손잡기가 끝난 후에는 다시 근린공원에 모여 평화를 기원하는 미사를 봉헌했다. 공원 한편에서는 아이들이 자유롭게 뛰어놀고 시민들이 편하게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평화란 저런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문득 드는 모습이었다. 


의정부교구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 상지종 신부는 “평화를 이루는데 작은 힘이나마 보탤 수 있다는 것이 우리를 가장 기분 좋게 하는 것 같다”며, “평화는 누가 만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일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의정부교구 민족화해위원회 위원장 강주석 신부는 “판문점선언 후 1년이 지났는데 한반도 평화가 어려운 과제라는 걸 깨닫게 된다”고 말했다.


▲ ⓒ 문미정


어떤 분은 피로감을 호소하며 한반도 평화를 가능한 일이 아닌 것 같다고 하는데 “판문점선언 이전의 남북관계로 돌아가는 것은 여기 앉아있는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강주석 신부는 예수님을 배반한 죄책감에서 오는 고통, 자신들의 기대가 무너진 절망적인 상황, 죽음의 세력이 자기들에게 오고 있다는 공포로 제자들은 어둠과 두려움에 갇혀있었다면서, 이런 제자들 앞에 부활하신 예수님이 나타나 ‘평화가 너희와 함께’라는 말씀을 해주신다고 설명했다.  


제자들은 용서를 받고 자신들이 화해의 전도사가 돼야 한다는 사명을 깨닫는다며 죽음을 이기시고 부활하신 주님의 평화를 믿으면서 한반도 운명을 바꿀 수 있는 믿음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 문미정


예수회 김연수 신부는 오늘 우리가 한 일은 작지만 많은 분들이 모였기 때문에 동에서 서까지 연결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제 집으로 돌아가 생활 속에서 작은 일들을 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이날 파주·연천·고양 지역 평화손잡기 행사에는 천주교 신자들과 시민들 약 2,000명이 참가했다. 안전, 도로 상의 이유로 모든 구간이 하나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언젠가 북한 주민들과도 아무 제약 없이 손잡을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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