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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 얼마나 복음적인 변화를 증거하는지에 달려 있다 - [이신부의 세·빛] 물과 성령으로 태어남
  • 이기우
  • edit@catholicpress.kr
  • 기사등록 2019-04-29 17:31:34
  • 수정 2019-04-29 17:3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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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에나의 성녀가타리나 동정 학자 기념일 : 사도 4,23-31; 요한 3,1-8



오늘 복음은 예수님의 공생활 초기에 이미 당신의 삶을 물과 성령으로 다시 태어난 생애임을 설명하시고 또 초대하셨던 일화를 소개합니다. 최고 의회 의원이기도 하며 명망 있는 율법 학자로서 바리사이 출신인 니코데모가 그분을 찾아왔을 때 하신 말씀입니다. 바리사이들이 워낙 예수님을 적대시하기 때문에 내놓고 지지하지는 못 했어도 니코데모는 그분을 믿고 그 가르침도 따르려는 숨은 제자였습니다. 


그래서 그는 남들 눈에 뜨이지 않도록 밤에 그분을 찾아와서는 믿음에 따르는 의문을 질문했고 답변을 들었습니다. 바로 부활에 대한 질문이었습니다. 사실 이 점이 바리사이들로서 받아들이기 매우 어려운 신앙상의 문제이기도 했습니다. 그들도 예언자들의 가르침을 따라 메시아를 기다리고 있었고 부활도 믿어 왔지만, 그 메시아란 다윗과 같이 강력한 카리스마를 지닌 현세적 권력가일 것이라고 상상하고 있었고 부활이란 죽은 후에 영혼에게 일어나는 현상으로 여기고 있었습니다. 


지금도 니코데모류의 바리사이적 종교관념은 가톨릭 그리스도인들 사이에서도 쉽게 발견되는 현상입니다. 가톨릭교회가 되도록 많은 신자 수를 거느리면 좋겠고, 그 신자들 중에 유력하고 영향력 있는 사람이 많아서 교회의 사회적 영향력도 크면 클수록 더 좋겠다는 생각, 본당도 늘어나고 세례자도 많아지고 교회가 운영하는 병원이나 방송국 또는 복지시설 같은 사회적 조직은 물론 교구의 조직도 방대하고 효율적이기를 바라는 생각이 다 현세적 메시아를 기다리던 생각과 통하는 것들입니다. 로마 제국 시대에도, 중세와 근세 유럽에서도 현세적 영향력을 막강하게 발휘하던 가톨릭교회가 오히려 복음적 생기와 매력을 상실하고 말아야 했던 역사적 교훈을 우리는 현재의 서유럽 가톨릭교회의 초라한 모습에서 확인합니다. 


예수님께서는 이런 현세적 메시아 사상에 젖은 관념을 극력 배척하셨습니다. 그보다는 오히려 매일 하느님께서 짊어지어 주시는 사랑의 십자가를 짊어지는 데 최선을 다하라고 가르치셨고 몸소 모범을 보여주셨습니다. 그 십자가를 짊어지는 모습 속에 부활이 숨어 있었습니다. 사랑의 십자가를 짊어질 만큼 변화된 삶이야말로 물과 성령으로 태어난 삶이기 때문입니다. 물의 세례가 단지 세상의 죄를 멀리하고 의롭게 살아갈 회개를 뜻한다면, 성령의 세례는 여기서 더 나아가서 다른 이들의 죄로 말미암아 초래된 사회악까지도 제거할 목표로 삼아서 공동선에 투신하는 거룩한 삶을 살아갈 회개를 뜻합니다. 


성직자도, 수도자도, 평신도도, 모든 그리스도인들은 바로 이 물과 성령으로 태어나는 세례를 받아서 부활의 삶을 시작한 사람들입니다. 그래서 교황의 직분부터 일반 평신도의 사도직에 이르기까지, 구분해야 할 역할상의 차이보다는 일치해야 할 존재론적 공통기반이 더 중요합니다. 세례를 받았기에 성직자도, 수도자도 될 수 있는 것이고, 교황이나 주교 직분도 받을 수 있는 것이기에 그렇습니다. 


니코데모가 처음에 이해하지 못하고 깨닫기 어려웠던 이 부활의 신비를 숱한 시행착오 끝에 깨닫게 된 베드로와 요한은 부활의 언어로 하느님께 찬송하였습니다. “주님, 주님의 종들이 주님의 말씀을 아주 담대히 전할 수 있게 해 주십시오. 저희가 그렇게 할 때, 주님께서는 손을 뻗으시어 병자들을 고치시고, 주님의 거룩한 종 예수님의 이름으로 표징과 이적들이 일어나게 해 주십시오.” 


14세기 이탈리아 시에나에서 활약한 가타리나가 성인품에 오른 것도 그가 수도자여서가 아니라 평신도였지만 탁월한 신심으로 신앙과 이웃 사랑을 증거하였고, 여기서 얻은 명성으로 당시 분열되어 권위가 추락해 있었던 교황직의 권위 회복을 위해 힘썼기 때문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가톨릭 신자들 안에서만이 아니라 전 세계에서 존경을 받는 이유는 교황이라서가 아니라 오히려 교황임에도 불구하고 겸손하고 소탈하며 복음적 용기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가톨릭교회의 권위주의를 과감히 탈피하여 평신도의 공동결정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발언하는 등 교회 쇄신을 위해서도 남다른 노력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결국 물과 성령으로 태어난 부활의 삶을 사는지의 여부는 교회 안의 직분에 달려 있지 않고, 그 누구라도 얼마나 복음적인 변화를 증거하는지에 달려 있습니다. 평신도였던 가타리나 성녀가 일깨워주는 역사적 교훈이 이것입니다.



천주교 서울대교구 사제

(영원한도움의성모수녀회 파견사제)



[필진정보]
이기우 (사도요한) : 천주교 서울대교구 사제. 명동성당 보좌신부를 3년 지내고 이후 16년간 빈민사목 현장에서 활동했다. 저서로는 믿나이다』, 『서로 사랑하여라』, 『행복하여라』 등이 있으며 교황청 정의평화위원회에서 발간한 『간추리 사회교리』를 일반신자들이 읽기 쉽게 다시 쓴 책 『세상의 빛』으로 한국가톨릭학술상 연구상을 수상했다. 현재 영원한도움의성모수녀회 파견사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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