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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파노와 바오로를 통해 예수님께서 하신 일 - [이신부의 세·빛] “어쩌면 여러분이 그 사람일지도 모릅니다”
  • 이기우
  • edit@catholicpress.kr
  • 기사등록 2019-05-08 18:33:51
  • 수정 2019-05-08 18:3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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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 제3주간 수요일 : 사도 8,1ㄴ-8; 요한 6,35-40


세상 사람들을 하느님께서 주시는 생명의 기운으로 살게 하시려고 하늘에서 내려오신 예수님께서는 당신 생애를 통해서는 몸소 하느님 나라의 복음을 선포하시고 제자들을 사도로 양성하셨고, 부활하시어 승천하신 후에 지금까지는 사도들을 통해서 하느님 나라의 복음을 선포하고 계십니다.


열두 명으로 이루어진 제자단에 속하지 않았던 스테파노는, 해외 디아스포라에서 살다가 예루살렘에 순례하러온 길에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듣고 합류한 인물로서 성령과 은총이 충만했던 신앙생활을 했던 덕분으로 부제직무를 하도록 선발되었습니다. 당시의 부제직무는 지금처럼 사제직을 준비하는 수련이 아니라 초대 교회 시절에 생겨난 공동체들에서 신자들의 경제생활을 공동 소유와 공동 사용 방식으로 운영하는 책임을 맡았던 중요한 직책이었습니다. 


사심이 없어야 하고 신자들 모두가 신임하는 인격과 신앙의 소유자에게만 부여될 수 있는 이 자리에 선발된 스테파노는 생전의 예수님께서 그러하셨듯이, 성전 권력과 율법 권력에 맞서서 교회를 지키고자 애를 썼습니다. 이는 당시 베드로를 비롯한 사도들이 온건하고 신중한 처신을 함으로써 신생 교회를 보호하고자 노력했던 것과는 여러 모로 대비되는 면모였습니다. 스테파노가 상대적으로 급진적인 노선을 걸었던 것으로 비쳐질 수도 있겠으나, 그는 단지 예수님께서 걸으셨던 노선을 올곧게 걸어갔을 따름입니다. 그래서 예수님과 똑같이 죽음을 당하는 운명에 놓였습니다.


그는 디아스포라에 살다가 가말리엘이라는 이스라엘의 이름난 율법 학자 밑에서 율법을 배우러 일찌감치 이스라엘에 유학을 했는데, 이 당시에 동문수학하던 동창생이 사울이었고, 열성적 바리사이였던 사울은 스테파노와는 정반대의 입장에 서 있었으므로 스테파노가 돌에 맞아 죽는 처형을 당할 때에도 차마 돌을 던지지는 못했지만 돌팔매질을 하는 동료들의 겉옷을 맡아주고 있을 정도로 스테파노를 죽이는 일에 찬동하고 있었습니다. 



스테파노 때문에 일어난 박해로 말미암아 신자들이 사방으로 흩어졌고 특히 북부의 시리아 방면으로 피신한 신자들을 잡아보겠다고 사울은 자진해서 체포영장을 발부받아서 쫓아다녔습니다. 이렇게 박해자로 발 벗고 나선 사울을 돌려세우신 분이 예수님이셨습니다. 부활 승천하신 예수님께서는 사울의 일거수일투족을 다 지켜보고 계셨고, 그가 스테파노를 죽이는 일에 찬동하던 소극적 태도를 지나서 신자들을 박해하러 적극적으로 나서자, 벼락을 쳐서 가로막으시고는 그 후 십여 년 동안 사울이 알고 있던 성경과 조상들의 전통을 숙고하게 만드셨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키프로스 출신으로 사도단의 일원이 되어 시리아의 안티오키아 공동체를 책임 맡게 된 바르나바를 시켜 고향 타르수스에서 은인자중하던 사울을 신자들 앞에 내세우게 하셨고, 사도들에게도 신원보증을 하게 하셨으며, 결국 소아시아로 복음을 전하는 선교사로 삼으셨습니다. 


그 이후에 사울은 바오로라는 그리스식 이름으로 바꾸고 마치 스테파노가 부활하기라도 한 것처럼 열정적으로 그리스 문화권에 사는 그리스인들과 로마인들에게 복음을 전했습니다. 그러다가 유럽 대륙의 끄트머리에 붙어있는 그리스로 진출했고 당시 로마 제국의 심장부인 로마에까지 선교를 개척했습니다. 히브리 문화권에서 생겨난 그리스도교를 그리스 문화권을 거쳐 유럽에 전파한 공로는 바오로의 몫입니다. 교회가 이천 년 가톨릭교회 역사상 가장 뛰어난 선교사로 그를 뽑고 지난 2006년에 사도 바오로의 해를 보낸 것도 다 그런 이유에서였습니다. 


이렇게 스테파노의 비극적인 죽음과 바오로의 극적인 회심을 일으켜서라도 하느님께서 당신 생명의 기운으로 세상 사람들을 살리려는 구원계획을 수행하고 계시는 분이 승천하신 예수님이십니다. 오늘날 우리의 상황에서는 예수님께서 과연 어떻게 일하고 계시는지 대단히 궁금합니다. 어쩌면 여러분이 그 사람일지도 모릅니다. 사실은 믿는 이들은 누구나 다, 예수님께서 함께 일하자고 부르시는 그 한 사람입니다.



천주교 서울대교구 사제

(영원한도움의성모수녀회 파견사제)



[필진정보]
이기우 (사도요한) : 천주교 서울대교구 사제. 명동성당 보좌신부를 3년 지내고 이후 16년간 빈민사목 현장에서 활동했다. 저서로는 믿나이다』, 『서로 사랑하여라』, 『행복하여라』 등이 있으며 교황청 정의평화위원회에서 발간한 『간추리 사회교리』를 일반신자들이 읽기 쉽게 다시 쓴 책 『세상의 빛』으로 한국가톨릭학술상 연구상을 수상했다. 현재 영원한도움의성모수녀회 파견사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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