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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티아 사도를 선발했던 보궐선거, 무슨 의미였을까 - [이신부의 세·빛] 파스카 정신을 구현하는 일
  • 이기우
  • edit@catholicpress.kr
  • 기사등록 2019-05-14 12:05:59
  • 수정 2019-05-14 12:2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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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마티아 사도 축일 : 사도 1,15-17.20-26 ; 요한 15,9-17



오늘은 성 마티아 사도 축일입니다. 그는 예수님을 배신하고 밀고자가 된 유다 이스카리옷으로 말미암아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선발된 인물이었습니다. 이를 전해주는 사도행전의 보도에서는 왜 굳이 이 보궐선거를 해야 했는지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앞뒤 정황을 전반적으로 살펴보면 사도들이 행한 마티아 보선의 의미를 알아낼 수 있습니다.


사도단의 숫자를 굳이 열두 명으로

다시 채워야 했던 이유


베드로를 비롯한 열한 사도들이 사도단의 숫자를 굳이 열두 명으로 다시 채워야 했던 이유는 예수님께서 행하신 선택의 역사성을 존중하기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그분이 열두 제자를 뽑으신 까닭을 사도들이 너무나 잘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역대 예언자들이 목숨을 걸고 증언하고자 했던 바 열두 지파로 편성되었던 초기 이스라엘의 파스카 사명을 계승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파스카의 역사적 사명에 비추어 볼 때, 예수님 당시에 이스라엘은 처참한 처지에 놓여 있었습니다. 열두 지파 체제도 레위 지파와 벤야민 지파 외에는 거의 남아 있지도 못해서 와해되어 있었지만, 역사적인 파스카 사건을 계승하고 이를 모든 민족들에게 전해주어야 한다는 파스카 의식 자체가 거의 사라지고 없었습니다. 


그러다보니 이스라엘 자체가 마치 그 옛날의 또 다른 이집트처럼 되어 버려서, 하느님의 권위 대신에 권력과 재물이 우상처럼 그 자리를 대신 차지하고 힘없고 가진 것 없는 이들은 억눌리고 상처를 받아서 갈가리 찢겨지고 흩어져 있었던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공생활 내내 선포하신 하느님 나라의 복음은 결국 파스카의 복음이었고, 이를 제자들이 계승하도록 파스카 축제일에 맞추어 성체성사를 제정하셨습니다. 


보궐선거보다 더 중요했던 것은

파스카 정신을 구현하는 일


그런데 밀고자가 되어 스스로 사도의 자리를 벗어난 유다 대신에 마티아를 뽑는 자리에는 백스무 명가량 되는 무리가 모여 있었다고 사도행전은 전해 주고 있습니다. 이들이 비어있는 사도 자리 하나를 메우기 위해서 내세웠던 기준은, “주 예수님께서 우리와 함께 지내시는 동안 줄곧 우리와 동행한 이들 가운데서 한 사람이 우리와 함께 예수님 부활의 증인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러고 보면 예수님께서 불러 모으신 제자 공동체는 열두 명이었지만, 여러 고을과 마을로 파견되었던 일흔두 명을 포함해서 마티아 보선 자리에 모인 백스무 명도 열두 제자만큼 예수님과 생활을 함께 하지는 않았다 하더라도 복음선포 활동을 함께 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마티아 보선 이후 교회는 열두 사도 체제를 회복했지만 그 중에 어느 사도가 세상을 떠나도 다시는 이런 보선 행위가 되풀이되지 않았습니다. 그럴 필요가 없었던 것입니다. 마티아의 보선은 예수님의 역사적 선택을 존중해서 이루어졌을 뿐, 그보다 더욱 중요했던 일은 파스카 정신을 달라진 역사적 상황 속에서 구현하는 일이었기 때문입니다.


성체성사, 성모신심, 그리고 사회교리


이 파스카 정신을 구현해야 하는 역사적 과업을 위해서 가톨릭교회가 보전해 온 전통의 유산은 성체성사와, 성모신심 그리고 사회교리입니다. 성체성사의 절정은 해마다 사순 시기에서 부활 시기로 건너가는 파스카 성삼일에 행하는 전례입니다. 그리고 어느 그리스도인보다도 파스카 정신에 투철하셨던 성모 마리아의 삶은 성모의 노래에 담겨 있습니다. “당신 팔의 큰 힘을 떨쳐 보이시어 마음이 교만한 자들을 흩으시고, 권세 있는 자를 자리에서 내치시고 미천한 이들을 끌어올리시며, 주리는 이를 은혜로 채워주시고 부요한 자를 빈손으로 보내시는” 하느님의 업적이야말로 파스카 과업의 요체입니다. 또한 이러한 하느님의 업적을 온 가톨릭교회 신자들이 행할 수 있도록 백 여 년 전부터 반포된 사회교리가 파스카 과업의 교과서입니다.


성체성사를 거행하고, 성모신심에 따라 살면서, 사회교리를 가르치고 널리 행하는 일은 예수님께서 선포하신 하느님 나라의 복음을 계승하는 일입니다. 하느님께서 예수님을 사랑하신 것처럼 서로 사랑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서로 사랑하라는 예수님의 명령을 따르는 일이 성체성사와 성모신심과 사회교리 안에 담겨 있습니다.



천주교 서울대교구 사제

(영원한도움의성모수녀회 파견사제)



[필진정보]
이기우 (사도요한) : 천주교 서울대교구 사제. 명동성당 보좌신부를 3년 지내고 이후 16년간 빈민사목 현장에서 활동했다. 저서로는 믿나이다』, 『서로 사랑하여라』, 『행복하여라』 등이 있으며 교황청 정의평화위원회에서 발간한 『간추리 사회교리』를 일반신자들이 읽기 쉽게 다시 쓴 책 『세상의 빛』으로 한국가톨릭학술상 연구상을 수상했다. 현재 영원한도움의성모수녀회 파견사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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