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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명기 말씀을 알아듣는 진정한 보수가 출현하기를” - [이신부의 세·빛] 친일파를 위한 변명과 충고
  • 이기우
  • edit@catholicpress.kr
  • 기사등록 2019-08-12 18:43:04
  • 수정 2019-08-12 18:4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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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제19주간 월요일 : 신명 10,12-22; 마태 17,22-27 



어제 주일 강론에서 파스카의 역사의식을 주제로 말씀드리면서 이를 잊어버린 친일세력들에게는 그 입을 다물라고 요구했으니, 혹시라도 입을 열지 못할 그들을 대신하여 오늘 말씀을 해설함으로써 그들을 위한 변명을 하겠습니다.


과오를 상기시키기보다 

실천했어야할 공동선을 강조했던 신명기


오늘의 독서가 신명기 10장인데, 신명기는 구전을 바탕으로 기록된 창세기, 탈출기, 레위기 그리고 민수기를 총 정리해서 후대에 다시 쓰인 율법서입니다. 신명기 기록자들이 지금처럼 모세오경의 결론처럼 취급될 것을 알고 쓴 것이라기보다는, 이스라엘의 역사를 기록한 여호수아서, 판관기, 사무엘전후서, 열왕기 전후서 등으로 이어지는 역사서의 서론 삼아 모세가 전해준 율법을 백성들에게 상기시키려는 의도로 썼다고 합니다. 먼저 멸망한 북이스라엘 왕국에 이어, 멸망의 위기에 놓인 남유다왕국이라도 율법에 근거하여 새롭게 재건하려는 비장한 각오로 쓰였다는 것이지요. 


그러다보니 그 이전까지 이스라엘의 지도자나 백성이 저질렀던 과오와 죄악상에 대해서 상기시키기보다는 그들이 명심했어야 할 정신과 실천했어야 할 공동선에 대해서 강조하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신명기의 저술배경과 의도가 친일파를 위한 변명과 이들에게 주는 충고를 시도하려는 이 강론과 맞아 떨어지는 지점입니다.


하느님께서 당신 백성에게 요구하시는 정신은, 하느님을 경외하고 그분의 계명을 지키는 것입니다. 그러자면 마음에 할례를 행한 것처럼 깨끗한 마음으로 이웃을 대해야지, 목을 뻣뻣하게 내밀고 다녀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사람들을 차별 대우하지 말아야 하고, 뇌물도 받지 말아야 하며, 고아와 과부의 권리를 되찾아 주어야 하고, 이방인에게 각별한 배려를 아끼지 말아야 하는 것 등 사회의 공동선을 수호하고 증진시키는 실천 활동이 그 실질적 내용입니다. 


기득권을 포기해야 하고 공동체를 위해서 희생해야 할 의무는 기본 덕목이라서 언급되지도 않습니다. 오늘 마태오 17장의 복음에서는 예수님께서 공동선이 지향해야 할 최고선으로서 당신의 수난과 부활을 예고하시는데, 성전 세를 거두는 사람들이 납세를 독촉하는 바람에 공동선의 하나로 볼 수 있는 세금 납부의 의무를 행하시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한 사회의 생명은 공동선입니다. 그 구성원들은 인간답게 살아갈 수 있도록 공동선의 혜택을 고르게 받을 수 있어야 하고 또한 공동선에 기여해야 합니다. 


전자가 국가의 의무라면 후자는 개인의 의무입니다. 그러자면 공동선에 기여할 수 있는 능력을 함양하고 그 기회를 받는 일도 공동선의 혜택이며, 그렇게 해서 공동선에 기여한 실적이 있으면 출신과 학력과 재산, 성별 등 조건에 상관없이 사회적 대우를 받을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한 사회가 공동선에 기여하려는 의지도 있고 능력도 있는 사람들을 기회조차 부여하지 않고 배제하면 그들은 한을 품고 그 사회에 등을 돌리게 되어 있습니다.


조선 왕조가 망해갈 때 많은 조선 백성들이 나라가 망함을 슬퍼했지만, 자신들을 그동안 억압해온 낡은 인습과 사회제도가 무너지는 것을 환영한 사람들도 적지 않았습니다. 개화파와 독립협회를 거쳐 친일의 길로 나아간 친일파 중에 재주 있는 사람들이 유달리 많았던 사정도 그 때문이었습니다. 이 궁여지책으로 나온 친일행위와 일제에 적극적으로 협력한 매국행위는 구분될 필요가 있습니다. 본시 ‘친일파’라는 말도 매국노들이 자신들을 미화하려고 쓰기 시작한 말이었음도 기억해야지요.


하지만 해방 이후 지금까지 친일파들은 자신들이 자행했던 반민족적인 범죄를 참회하지 않고, 반공과 친미노선으로 갈아타고 대한민국의 공동선을 유린하는 수구세력으로 활개쳐왔습니다. 헌법을 위반하는 군사반란을 두 번이나 일으켰고, 헌법 정신에도 어긋나는 국가보안법으로 정치적 반대세력을 빨갱이로 몰아 탄압하면서 이 사회의 엘리트요 부유층으로 행세해 왔습니다. 그래서 이제부터 친일파는 자숙해야 합니다. 그리고 기득권을 위한 수구세력이 아니라 민족을 위한 보수세력으로 거듭나야 합니다.


신명기 말씀을 알아들을 수 있는

진정한 보수가 출현하기를


따라서 자신들의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서 친일잔재를 청산하는 일은 그들이 앞장서서 해야 할 숙제입니다. 그리고 나서 민족의 미래를 위해 사회의 공동선을 실현하는 데 앞장서는 모범을 보여주어야 합니다. 일본 제국주의를 찬양하는 태도를 깨끗이 버리고 민족공동체의 가치를 앞세울 수 있어야 하고, 쓸데없이 사회적 갈등을 불러 일으켜 온 종북논쟁에 종지부를 찍을 수 있도록 국가보안법 폐지에 나서며, 북한의 주체사상식 사회주의 체제와 남한의 개방적 자본주의 체제가 민족사회적 공동선의 관점에서 경쟁하며 시너지 효과를 내면서 공존할 수 있는 토론과 대화의 길에 나서는 것입니다. 


그리하여 서구의 선진국에서 찾아볼 수 있듯이, 기득권에 안주하지 않고 민족을 위해 희생을 솔선수범함으로써 보수의 품격과 명예를 되찾기를 바랍니다. 남유다왕국의 존망이 걸린 상황에서 쓰인 신명기 말씀을 알아들을 귀를 가진 가톨릭 신자들이 우리 사회에서 진정한 보수가 출현하도록 앞장서기를 기대하고 싶습니다. 



천주교 서울대교구 사제

(영원한도움의성모수녀회 파견사제)



[필진정보]
이기우 (사도요한) : 천주교 서울대교구 사제. 명동성당 보좌신부를 3년 지내고 이후 16년간 빈민사목 현장에서 활동했다. 저서로는 믿나이다』, 『서로 사랑하여라』, 『행복하여라』 등이 있으며 교황청 정의평화위원회에서 발간한 『간추리 사회교리』를 일반신자들이 읽기 쉽게 다시 쓴 책 『세상의 빛』으로 한국가톨릭학술상 연구상을 수상했다. 현재 영원한도움의성모수녀회 파견사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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