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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받은 사람들, 초대하는 사람들 - [이신부의 세·빛] 한국교회에 남은 과제
  • 이기우
  • edit@catholicpress.kr
  • 기사등록 2019-08-16 17:38:41
  • 수정 2019-08-16 20:2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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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제19주간 토요일 : 여호 24,14-29; 마태 19,13-15


1981년에, 조선교구 설정 150주년 신앙대회가 서울 여의도 광장에서 열려서 모처럼 공개적으로 한국 천주교가 한국의 대중 앞에 그 모습을 드러내게 되었던 무렵에 개봉된 영화가 있습니다. 제20회 대종상 최우수작품상을 수상한, <초대받은 사람들>입니다. 양심과 신앙의 자유가 없었던 이 땅에 복음의 진리를 들여와서 박해를 받으면서도 신앙을 용감하게 증거했던 천주교 신자들의 삶과 신앙을 그린 영화입니다.


▲ 영화 <초대받은 사람들> 스틸컷


복음 선포 활동은 진리의 길에 대한

초대인 동시에 천국에로의 초대


예수님께서도 이스라엘 백성을 상대로 하느님 나라의 복음을 선포하시며 진리의 길에 초대하셨습니다. 갈릴래아 지방에서는 직접 두루 다니시며 제자들과 함께 초대하셨고, 소문이 퍼지자 이스라엘 전역과 인근 이방인 지역에서도 사람들이 몰려왔는데 예수님께서는 처음에는 열두 제자를, 나중에는 일흔두 제자를 방방곡곡에 보내시어 복음을 전하게 하셨습니다. 이러한 복음 선포 활동은 진리의 길에 대한 초대인 동시에 천국에로의 초대였습니다. 


하지만 그 당시에도 종교 엘리트로 자부하던 사두가이들이나 바리사이들은 이 초대를 거절하였고 상대적으로 가난하거나 무식했던 이들과 특히 사회적으로나 종교적으로 소외되어 무시당했던 이들이 이 초대를 수락하였습니다. 초대하시는 예수님의 자세가 가난하고 고통받는 이들을 무시하기보다는 그 반대로 스스로 자세를 낮추어 겸손하게 다가가셨기 때문일 것이고 그들의 고통과 소외감을 위로해주셨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들에게는 예수님의 초대가 그야말로 기쁜 소식이었기에 마치 어린아이들이 순수하게 부모의 사랑을 받아들이듯이 초대에 응했을 것이고, 그런 모습이 또한 기쁘셨던 예수님께서도 “하늘나라는 이 어린이들과 같은 사람들의 것”이라고 화답하셨습니다.


우상숭배 풍습을 버리고 하느님의 증인으로

다른 민족들에 모범이 되는 일


오늘 독서에서 여호수아는 어제 들은 말씀에 이어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신앙의 다짐을 받고 있습니다. 열두 지파를 대표한 우두머리들을 통해 여호수아는 하느님을 섬기려면 우상으로 숭배하던 신들을 버려야 한다고 다짐을 받고 있습니다. 그리하여 하느님께서 이룩하신 파스카 업적의 시작을 상기시켰습니다. 종살이하던 이집트에서 탈출시켜 해방시켜주신 하느님께서는 이스라엘 백성으로 하여금 종살이를 시키던 이집트인들과는 다른 삶을 살아가야 하며, 우상 숭배 풍습을 버리고 하느님을 섬기면서 그분의 증인으로 다른 민족들에게 본을 보여주어야 약속된 땅에서 오래 살 수 있고 복을 누릴 수 있으리라고 여호수아는 백성들에게 상기시킨 것입니다.


이는 이집트에서 시나이를 거쳐 가나안으로 이어진 파스카의 1단계 과업이며, 또한 세상의 모든 민족들이 우상 숭배의 삶에서 벗어나서 참된 하느님 신앙의 길로 들어서게 할 파스카의 본 과업을 위한 성사였습니다. 아브라함에게 전해진 하느님의 계시가 모세와 여호수아의 2대에 걸쳐 역사적 파스카 과업으로 이룩되었다면, 당신 자신이 하느님 계시이셨던 예수님께서는 만방에 사는 모든 민족을 위한 파스카 과업을 열두 제자와 함께 이스라엘 땅에서 시작하셨습니다. 파스카의 1단계 과업의 수혜를 입은 이스라엘 백성이 자신들이 특별해서 하느님 백성이 된 줄로 착각을 하고는 다른 백성들을 초대해야 할 임무를 망각한 데 따른 하느님의 조치였습니다.


사도가 된 열두 제자가 이어받은 이 파스카 과업은 초대 교회 이후 전 세계로 퍼져나간 교회를 통해서 계승되었습니다. 모든 민족을 하느님 나라의 복음에로 초대하기 위한 교회의 복음 선포는 최고선이신 하느님께 대한 믿음을 고백하고, 그 믿음을 드러내기 위한 전례와 성사로 표현하며, 실제로 공동선을 실천함으로써 최고선을 증거하는 성사적 실천으로 이루어집니다.


한국교회에 남은 파스카적 과제


이 땅의 교회도 지난 역사 동안 우리 민족을 초대해 왔습니다. 초창기와 박해시대는 최고선이신 하느님께 대한 믿음을 천주교 신자가 된 민중 속에 뿌리내린 단계였고, 일제강점기에는 전국적으로 교회의 조직망을 갖추고 방인 사제를 양성할 수 있는 기반을 닦은 단계였다면, 해방 이후 지금까지는 전례와 성사를 거행할 수 있는 본당을 방방곡곡에 설립하여 진리에 대한 신자들의 의식을 고취하고 평신도 사도직이 활성화되기 위한 준비를 갖춘 단계였다고 볼 수 있습니다. 


진리가 최고선과 공동선으로 실현되는 이치로 보면, 한국 교회의 남은 파스카적 과제는 최고선이신 하느님께 대한 믿음을 확고히 하면서 우상 숭배를 멀리 하려는 의지를 결연히 다지는 동시에, 한국 민족사회 안에서 증거해야 할 공동선의 진리에 대한 의식과 실천 의지를 다지는 일입니다. 복음에로 먼저 초대받은 우리가 민족을 초대하기 위한 파스카 과업의 몫이 이렇습니다.



천주교 서울대교구 사제

(영원한도움의성모수녀회 파견사제)




[필진정보]
이기우 (사도요한) : 천주교 서울대교구 사제. 명동성당 보좌신부를 3년 지내고 이후 16년간 빈민사목 현장에서 활동했다. 저서로는 믿나이다』, 『서로 사랑하여라』, 『행복하여라』 등이 있으며 교황청 정의평화위원회에서 발간한 『간추리 사회교리』를 일반신자들이 읽기 쉽게 다시 쓴 책 『세상의 빛』으로 한국가톨릭학술상 연구상을 수상했다. 현재 영원한도움의성모수녀회 파견사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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