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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에게 천사가 되어 주어라 - [이신부의 세·빛] “돌이켜보면 우리는 이미 수많은 천사를 만났습니다”
  • 이기우
  • edit@catholicpress.kr
  • 기사등록 2019-10-02 14:13:57
  • 수정 2019-10-08 14:3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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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호천사 기념일 : 탈출 23,20-23; 마태 18,1-5.10



오늘은 수호천사 기념일입니다. 하느님께서는 누구에게나 천사를 정해 주시어 그를 지키고 도와주게 하십니다. 


사람들을 선으로 이끌며 악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서 보내주시는 천사이기 때문에 수호천사라고 부릅니다. 


이것이 천사에 관한 믿을 교리입니다. 성경의 기록은 역사의 고비고비마다 하느님께로부터 중요한 사명을 맡은 이들을 천사들이 때로는 알려주고, 때로는 지켜주며, 또 때로는 인도해주는 역할을 했음을 보여줍니다. 알려주는 천사는 가브리엘, 지켜주는 천사는 미카엘, 인도해주는 천사는 라파엘이라고 부릅니다. 천사에 관한 믿을 교리는 우리 모두가 서로에게 수호천사가 되어 주어야 한다는 지킬 계명으로 이어집니다. 알려주기도 해야 하고, 지켜주기도 해야 하며, 인도해주기도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오늘 독서에 보면, 이집트에서 종살이를 하며 파라오의 학정에 허덕이던 이스라엘 백성을 홍해를 건너 탈출시키신 하느님께서 시나이 광야를 거쳐 약속의 땅에 들어가기까지 천사를 보내셔서 인도하시겠다는 말씀을 전해 주고 있습니다. 모세는 물론 여호수아나 여러 판관들도 다 천사의 안내와 도움을 받았다는 뜻이지요. 


오늘 복음에 보면, 자신을 낮추는 겸손의 덕목이야말로 하늘나라의 자격 조건임을 밝히신 예수님께서 무시하지 말고 서로 받아들이라는 하늘나라의 행동수칙을 천명하셨습니다. 여기서 나오는 ‘어린이’는 미성년 아이들만이 아니라 스스로 자신을 지킬 능력이 없어서 보호를 받아야 할 모든 사회적 약자를 통칭하는 말이고, 그래서 예수님께서는 이 말씀을 하시면서 어린이를 ‘이 작은 이들’이라고 확인하듯이 강조하셨습니다. ‘어린이’는 ‘작은 이들’이고 사회적 약자들이며 가난하고 고통 받는 이들입니다. 


그래서 하느님께서 사람들 안에서 현존하시는 방식은 우선은 천사를 보내셔서 의로운 이들이 거룩하게 살도록 돕는 것이지만, 그 다음으로는 의롭고 거룩하게 된 이들이 자신들의 의로움과 거룩함을 증거할 수 있도록 천사의 역할을 맡기시는 것입니다. 


성덕과 의덕은 우리가 다른 이들, 특히 도움이 필요하거나 고통을 받고 있거나 알아야 할 바를 모른 채 살아가는 이들에게 천사가 되어줄 수 있게 해 주는 능력입니다. 


무언가를 알려주면 우리가 가브리엘이 되는 것이고, 고통 받는 이들을 지켜주어 악과 맞서면 우리가 미카엘이 되는 것이며, 갈 길 몰라 하는 이들의 눈을 뜨게 해 주고 손을 잡고 인도해주면 라파엘이 되는 것입니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우리는 이미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수많은 천사들을 만났습니다. 세상을 살아가는 인생의 지혜는 물론 요긴한 지식들을 알려준 수많은 가브리엘들을 만난 덕분에 우리가 눈을 뜰 수 있었고, 아프고 힘들어 할 때 도와주고 함께 해 준 수많은 미카엘들이 있어서 우리가 다시 일어설 수 있었으며, 갈 길 몰라서 헤맬 때 손을 잡아주었던 수많은 라파엘들이 이끄는 대로 우리가 살아왔습니다. 


그래서 우리도 누군가에게 진리와 지혜와 지식을 알려주는 가브리엘 천사가 되어 주어야 하고, 아프고 힘들어 하는 이들에게 도움을 주는 미카엘 천사가 되어 주어야 하며, 눈 앞만 보며 살아가는 이들에게는 멀리 가야할 방향을 짚어주는 라파엘 천사가 되어 길눈을 뜨게 해 주어야 합니다. 


서로에게 천사가 되어 줄 수 있을 때 하늘나라는 이미 우리 가운데 와 있음을 알게 될 것입니다. 


이런 깨달음은 마침내 천사에 관한 믿음과 행동을 확신시켜 주어서 천사를 보내주신 하느님을 찬미하게 될 것입니다. “천사들을 통하여 하느님은 찬미받으소서!” 그리고 이 찬미하는 입시울이 열리면 그 찬미는 이렇게 이어질 것입니다. “우리들을 천사로 삼으신 하느님은 찬미받으소서!” 


이러한 깨달음과 실천은 매일같이 우리가 바치는 삼종기도에 이미 그 실마리가 들어 있습니다. “주님의 천사가 마리아께 아뢰오니, 성령으로 잉태하시도다. 주님의 종이오니, 그대로 제게 이루어지소서. 말씀이 사람이 되시어, 우리 가운데 계시도다.” 


서로에게 천사가 되어 주시기 바랍니다.



천주교 서울대교구 사제

(영원한도움의성모수녀회 파견사제)



[필진정보]
이기우 (사도요한) : 천주교 서울대교구 사제. 명동성당 보좌신부를 3년 지내고 이후 16년간 빈민사목 현장에서 활동했다. 저서로는 믿나이다』, 『서로 사랑하여라』, 『행복하여라』 등이 있으며 교황청 정의평화위원회에서 발간한 『간추리 사회교리』를 일반신자들이 읽기 쉽게 다시 쓴 책 『세상의 빛』으로 한국가톨릭학술상 연구상을 수상했다. 현재 영원한도움의성모수녀회 파견사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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