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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령과 악령, 에너지와 엔트로피 - [이신부의 세·빛] “성령은 에너지, 악령은 엔트로피와 같습니다”
  • 이기우
  • edit@catholicpress.kr
  • 기사등록 2019-10-11 13:53:02
  • 수정 2019-10-11 13:5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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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제27주간 금요일 : 요엘 1,13-15;2,1-2; 루카 11,15-26



인간은 자연에서 에너지를 얻습니다. 음식은 물론이요 빛과 열도 자연에서 얻은 에너지입니다. 우리를 이동시켜주는 자동차도, 우리를 세상과 이어주는 스마트폰도 자연에서 얻은 에너지로 움직입니다. 


인간은 자연 에너지의 형태나 위치를 변화시켜서 살아가는데, 전체 에너지의 양은 언제나 일정하게 보존됩니다. 하지만 인간이 에너지를 사용하면 쓰레기로 변하는데 이를 엔트로피라 합니다. 그래서 엔트로피는 언제나 증가합니다. 인간을 비롯한 모든 생명체도 자연에서 얻은 에너지로 살아가다가 엔트로피가 증가함에 따라 노화가 진행되고 죽음을 맞이합니다. 


삶은 에너지가 엔트로피로 변화되어가는 과정입니다. 


에너지의 순환 작용을 막을 수도 없고 증가하는 엔트로피를 막을 수도 없듯이, 생명의 성장을 막을 수도 없지만 노화와 죽음도 막을 수 없습니다. 


인간이 사용할 수 있는 에너지가 언제나 일정하게 유지될 수 있는 이유는 태양이 자기를 불태우면서 지구에 에너지를 끊임없이 그리고 무한정 보내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엔트로피가 늘어남에도 불구하고 자연 현상이 에너지를 순환시킬 수 있고, 식물과 동물이 생명을 유지할 수 있으며, 자연과 동식물에서 에너지를 얻는 인간도 생명활동을 유지해 올 수 있었습니다. 


자연 현상과 생명 현상에서 발견되는 에너지와 엔트로피는 물리적인 개념이지만, 인간의 육신 생명에서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고 정신 활동과 영혼 생명에 관여하는 영적 차원에도 적용됩니다. 성령은 에너지이며 악령은 엔트로피와 같습니다. 성령은 인간을 하느님께로 나아가게 하는 선의 기운이지만 악령은 하느님께로부터 멀어지게 하는 악의 기운입니다. 


성령은 인간으로 하여금 육신의 노화와 죽음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생명에로 태어나게 했다가 영원한 생명에로 부활하게 하는 사랑의 에너지이지만, 악령은 육신의 노화와 죽음과 함께 영원한 죽음에로 떨어지게 하는 죄의 엔트로피입니다. 


오늘 우리가 들은 독서가 요엘 예언서입니다. 요엘은 메뚜기떼가 창궐하여 곡식이 황폐해지는 자연 현상 속에서 사람들이 저지르는 윤리적 황폐 현상을 보고 이를 ‘메뚜기 재앙’으로 해석합니다. 다행히도 예언자의 경고를 귀담아들은 사람들이 회개하면 성령을 받는 주님의 날이 오리라고 알려줍니다. 모든 사람이 성령을 받을 수 있는 관건은 죄악을 뉘우치고 하느님께로 돌아서는 참회입니다. 


우리는 2천 년 전 오순절에 예루살렘의 한 다락방에 모인 사도들과 신자들 앞에서 베드로가 행한 강론을 통해서 요엘 예언을 상기했습니다. 예수님의 탄생과 활동을 통해서는 구세주께서 강생하신 것을 뒤늦게 깨닫고, 그분의 죽음을 통해서는 메시아의 부활을 비로소 깨닫게 해 주는 성령께서 내리셨음을 선언했기 때문입니다. 과연 세상에 오신 하느님이신 예수님께서는 성령에 가득 차서 하느님 나라의 복음을 만천하에 선포하셨고, 사람들의 죄로 말미암아 육신이 병든 사람들을 고쳐주셨을 뿐만 아니라 정신적으로 주눅 들어서 해야 할 말도 못하고 들어야 할 말도 듣지 못하던 사람들까지 자유롭게 해방시켜 주셨습니다. 영적인 차원에서 성령의 기운을 불어넣어 주셨던 까닭입니다. 생명 에너지가 자연의 차원에서만이 아니라 이를 넘어서 영적인 차원에서 돌기 시작했던 것입니다. 


이러한 현상을 성령께서 일으키신 기적으로 보고 감탄한 나머지 하느님께로 돌아서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악령의 장난으로 치부하고 예수님을 마귀의 하수인으로 몰아세우는 무리들도 있었습니다. 오늘 복음은 그런 사건에 대한 예수님의 가르침이었습니다. 당신은 마귀의 힘이 아니라 하느님의 손가락으로 마귀들을 쫓아낸 것이며, 당신을 비난하는 무리들이야말로 마귀에 들린 자들이라는 말씀이었습니다. 그러니까 예수님께서는 영적인 싸움을 하고 계셨던 겁니다. 


예수님께서는 악령으로부터 요행히 벗어난 이들에게도 성령의 기운을 받을 수 있는 길을 일러주셨습니다. 


그것은 확실하게 성령을 보내주신 하느님께로 귀의하고 신앙을 고백하는 것이며, 또한 성령의 이끄심에 따라서 사랑을 실천하는 것이고, 예수님처럼 십자가의 자기희생을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그분을 터무니없이 비난했던 무리들처럼 더 악한 영들에 의해 조종당하는 신세가 될 수도 있습니다. 


에너지가 일정하고 엔트로피는 증가한다는 물리적인 열역학법칙이 주는 영적인 교훈은 예수님께서 보내주시는 성령의 에너지를 잘 받아들이는 일이 첫째고 선행을 실천함으로써 이를 잘 사용하는 일이 둘째이며 다른 이들에게로 이를 순환시키는 일이 셋째입니다. 한편, 악령이 사람들을 조종하여 죄악이 늘어나기만 할 경우에 늘어나는 죄악 그 자체와 싸우지 말고 그 죄악에 물든 사람들을 성령으로 인도해 내야 한다는 것이 넷째입니다.



천주교 서울대교구 사제

(영원한도움의성모수녀회 파견사제)




[필진정보]
이기우 (사도요한) : 천주교 서울대교구 사제. 명동성당 보좌신부를 3년 지내고 이후 16년간 빈민사목 현장에서 활동했다. 저서로는 믿나이다』, 『서로 사랑하여라』, 『행복하여라』 등이 있으며 교황청 정의평화위원회에서 발간한 『간추리 사회교리』를 일반신자들이 읽기 쉽게 다시 쓴 책 『세상의 빛』으로 한국가톨릭학술상 연구상을 수상했다. 현재 영원한도움의성모수녀회 파견사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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