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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경하는 너의 정무적 감각
  • 김유철
  • 등록 2019-11-05 10:07:12
  • 수정 2019-11-05 10:0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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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낙타가 되어버린 사람이 빠져나갈 구멍은 있을까 ⓒ 김유철



존경하는 너의 정무적 감각



어느 녀석 둘이서 말이야

서로 쌍심지 치켜세우고는 침 튀기며 하는 말이

“존경하는”하면서 상대를 부르더라고

상대의 쌍심지를 존경한다는 건지

속으로는 동물자식을 존경한다는 건지

혹여 존경을 욕으로서 주먹감자 먹이는 건지 

알 수 없지만 말이야


그런데 쌈빡질 하는 두 녀석 앞에서 

허우대 좋은 한 녀석이

“나는 정무적 감각이 없어서리”라고 흰소리를 하더군

정무 감각이 없어서 한 집안을 아작내고

정무 감각이 없어서 피의자 조사 없이 기소하고

정무 감작이 없어서 칠십군데 하수구를 온통 뒤지고

그러니 서로 존경하는 두 녀석이 어이없어 웃더군


‘별의별’이란 말은 말이야

별 중의 별, 대장을 이야기 하는 게 아니야

예수를 믿는다는 무리들이 ‘사랑’이란 말을

아무 뜻도 없이 만든 것처럼

서로 존경하는 두 녀석과

정무 감각이 없다는 한 녀석처럼

‘존경’과 ‘감각’을 별의별꼴로 만들었다는 말이지


악마의 족속들아, 스스로 존경한다고 세상을 끝없이 모욕해라

뱀의 두목아, 정무 감각 없다고 스스로 최면 걸어 꿈속에 살아라

너의 거짓말은 너희 집 개를 줘도 안 먹을 헛제사밥 일뿐


팔레스티나 청년 예수가 일러준 말을 들려주리니

“너희는 왜 올바른 일을 스스로 판단하지 못하느냐?

내가 너에게 말한다

네가 마지막 한 닢까지 갚기 전에는 결코 거기에서 나오지 못할 것이다.”

(루카12,57.59)



[필진정보]
김유철(스테파노) : 시인. 천주교 마산교구 민족화해위원회 집행위원장. <삶예술연구소>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며 여러 매체에 글을 쓰고 있다. 한국작가회의, 민예총, 민언련 등에서 활동하고 있다. 시집 <천개의 바람> <그대였나요>, 포토포엠에세이 <그림자숨소리>, 연구서 <깨물지 못한 혀> <한 권으로 엮은 예수의 말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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