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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사태를 둘러싼 언론 미디어와 한국사회
  • 김상덕
  • 등록 2019-11-14 11:2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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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신학위원회 >는 신학 나눔의 새로운 길을 찾아 ‘사건과 신학’이라는 표제로 다양한 형식의 글을 연재하고 있습니다. 매달, 이 사회의 문제를 구체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사건 가운데 한 가지 주제를 선정해 신학 이야기를 나누는 ‘사건과 신학’. 이번 주제는 ‘YouTube와 한국사회: 가짜뉴스VS진짜뉴스?’입니다. - 편집자 주


그것은 마치 오랜 세월 응집되었던 것들이 한꺼번에 터져 나온 화산 폭발과 같았다. 한국사회라는 지면(地面) 아래 오랫동안 잠재되었던 욕망과 갈등의 구조들은 검붉은 마그마처럼 우리 사회 속에 내재되어 있다가 마침내 세상 밖으로 터져 나오고야 말았구나 싶었다. ‘조국 사태’는 하나의 ‘사회 현상’(social phenomenon)이었다. 현상이란 하나의 사건으로서의 중요성 뿐 아니라 그 사건을 둘러싼 복잡한 층위의 상호작용을 드러낸다는 점에서 그 의미를 가진다. ‘조국 현상’은 한국사회 속 은밀하게 내재되었던 근본적인 문제들이 외부로 표출된 사건으로서 이를 둘러싼 정치적 이익집단, 갈등의 구조, 권력 및 검찰개혁의 과제, 그리고 교육 및 계층 간의 불평등 문제 등이 한꺼번에 그 실체를 드러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후보자로 지명되고 장관직을 사퇴하기까지 두 달 남짓의 시간을 바라보면서 필자가 든 생각은 ‘한국사회가 겉으로 보이는 일상의 모습과 달리, 언제 터질지 모르는 ‘활화산’처럼 불안정한 사회였는가’하는 놀라움 섞인 의문이었다. 특별히 서초동과 광화문으로 나뉘어 각자의 조국살리기(?)를 위한 애국집회가 열리고, 또 각자의 광장에 참여한 수많은 인파와 열렬한 지지 혹은 상대를 향한 비합리적이고 무조건적인 비판의 아슬한 수위를 보면서 어떻게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각자의 ‘조국’을 살리기 위해 주말과 공휴일까지 포기하면서 모일 수 있었을까하는 그런 의문이었다.


그래서 ‘조국 현상’은 필자에게 해석이 필요한 텍스트와 같았다. ‘조국’ 이슈가 그토록 중대한 사안이었던 것일까? 같은 기간, 우리는 여전히 일본정부의 수출규제에 따른 무역 위기와 악화된 한일 관계를 풀어야 했고, 북한은 미국과 우리 정부에게 불만을 표시하며 미사일 실험을 감행했다.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이 위 두 문제들보다 중요한 일이었을까? 무엇이 그토록 많은 사람들을 거리에 나오게 하고 우리의 눈과 귀를 멀게 하고 오로지 ‘조국바라기’로 만들었을까? ‘조국 현상’을 제대로 해석하려면 한국 언론/미디어 생태계를 빼놓고 이야기 할 수 없다.


필자는 ‘조국 현상’이 언론/미디어에 의해 지나치게 부풀려지고 과잉의제화되었다고 본다. 물론 그 결과로서 ‘조국 현상’의 본질이 ‘검찰개혁’이라는 권력의 민주화의 과정이라는 커다란 흐름에서는 동의하고 지지한다. 하지만 이 모든 과정에서 언론/미디어가 건강하게 작동했는지에 대해서는 매우 부정적이다. ‘조국 현상’을 보면서 언론 미디어의 역할에 대해서 다시금 고민하게 되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조국을 둘러싼 정치, 언론, 광장 속 과잉현상은 권력의 민주화 과정 가운데서 발생한 중대한 정치적 문제이지만, 일부 엘리트 계층들의 힘 겨루기를 위해 여론을 부추기고 대중을 추동한 ‘엘리트주의적 선동정치’와 유사해 보였고 그 추동세력에는 언론/미디어가 있었다고 본다.



예를 들어, 국회 청문회가 시작도 되기 전부터 쏟아져 나온 조국 관련 기사들과 의혹들은 여타 청문회의 모습과는 사뭇 달랐다. TV, 일간지, 인터넷 신문 할 것 없이 연일 조국 후보자/장관에 대한 기사들로 도배를 했었고 조국 기사건수에 대한 논란도 있었다. 서울대학교 언론정보연구소에 따르면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지명 이후 한 달간(2019.8.9~2019.9.9) ‘조국’ 키워드로 검색된 기사량은 25,275건에 달한다. <미디어오늘>은 6만~7만 건 정도로 추산한다. 이는 필자가 네이버에 같은 기간 ‘한일 무역전쟁’으로 검색한 결과(7,876건)와 ‘북한 미사일’으로 검색한 결과(10,008건)를 크게 웃도는 결과이다. 


또한 한국의 주요 포탈을 중심으로 실시간 검색어 순위 만들기 경쟁도 이뤄졌다. 조국 장관 후보자를 지지하는 그룹과 그렇지 않은 그룹들이 각각의 원하는 기사를 더 많이 보도록 집단적으로 검색어를 입력하는 형태였다. 과거 ‘드루킹’ 때와는 또 다른 형태로 언론/미디어가 좀 더 적극적이고 소모적인 형태의 공론장이 되었음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중요한 것은 언론과 미디어를 일부 소수가 자신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조종할 수 있는 형태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점이다. 현재의 인터넷 플랫폼 서비스가 다수의 시민의 의견을 수렴하는 소통의 창구인지 아니면 소수의 사람들에 의해 좌지우지할 수 있는 곳인지 제도적인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언론의 신뢰성 문제 또한 불거졌다. 조 후보자가 장관에 임명이 되자 이번에는 그의 신상과 더불어 부인과 자녀에 대한 기사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이 가운데 신뢰할 만한 보도도 있었지만, 상당수는 기본적인 사실확인조차 이뤄지지 않았거나 보도 내용 중 표현의 수위나 사생활 보호 등과의 윤리적인 기준들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은 경우들도 다수였다. 특별히 조국 전 장관의 아내인 정경심 씨의 자산관리자를 인터뷰한 KBS 법조팀 기자들의 사실 왜곡 보도가 알려지면서 KBS는 세월호 이후 5년여 만에 다시 ‘기레기’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되었다. 한국의 ‘기레기’ 논란은 언론이 독립성을 잃고 권력의 시녀 역할을 한다는 비판이다.


이에 반해 유튜브 채널 “유시민의 알릴레오”는 정겸심 자산관리자의 인터뷰가 왜곡보도되었음을 밝히는 장이 되었다. 시민들은 공영방송보다 개인미디어인 유튜브 방송을 더 신뢰하는 기이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그러나 유튜브와 같은 1인 미디어나 소셜 미디어가 긍정적인 기능만을 하는 것은 아니다. 상당수의 가짜뉴스가 유튜브를 통해 제작되고 유통되고 있기 때문이다. 조국 현상과 관련한 과잉 열풍은 정치의 도구가 되어버린 주류 언론만이 아니라, 자신의 입장을 주장하기 위해 자극적인 문구와 비상식적인 가짜뉴스들을 양산하고 유통하는 대안언론의 영향 때문이기도 하다.


주류 언론의 경우 자기검열과 팩트체크에 있어서 구조적 신뢰성을 갖고 있는 반면 권력에 의한 통제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반대로 독립언론이나 유튜브와 같은 소셜미디어는 권력으로부터 독립적으로 일할 자유가 있지만 자기검열과 팩트체크에 있어서 한계를 지닌다. 그런데 ‘조국현상’과 관련해서는 두 매체의 장점은 줄고 단점이 부각된 사례로 보여진다. 그만큼 조국을 둘러싼 이번 사안이 일부에게는 중요한 정치적 이슈였던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따라서 이번 조국을 둘러싼 일련의 사건들은 결국 검찰개혁의 과제 앞에서 각자의 목적을 이루기 위하여 언론/미디어를 도용한 사례로 해석될 수 있다.

 

이런 맥락에서 언론/미디어를 읽고 해석하고 사용하는 문제는 매우 중요한 문제가 된다. 한국교회는 무엇을 해야 할까? 먼저, 권력에 의해 언론/미디어가 조종 당하지 않도록 감시자의 역할을 해야 한다. 과잉보도는 없는지 왜곡보도는 없는지 감시하고 공정한 언론을 위한 언론 생태계를 위해 힘을 모아야 한다. 특별히 공영방송이 일부 권력이 아닌 국민을 위해 독립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돕고 후원해야 한다. 그래야 더 다양한 목소리와 목소리 없는 자들의 목소리가 세상에 나올 수 있다. 또 다른 한편으로는, 유튜브와 같은 소셜 미디어에 대한 무분별한 수용을 줄이고 가짜뉴스를 생산하는 비도덕적인 언론 매체들에 대항할 힘을 결집해야 할 필요가 있다. 여기에는 상당한 노력과 재원이 요구될 것이다.


둘째, 교회가 다양한 언론/미디어를 읽고 해석하는 능력을 기르는데 더욱 힘을 쏟아야 한다. 하루에도 수많은 컨텐츠가 만들어지고 사라지는 가운데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에 대한 교육이 거의 없는 실정이다. 예를 들어, 우리가 언론을 대할 때 진실이란 유일한 사실이라기보다 사실과 해석이 결합된 것이며, 진실에 대한 해석은 지속적으로 토론되어야 할 사안임을 알아야 한다. 특별히 언론이 지나치게 양분화되어 이념적 대립을 부추기는 것보다 다양한 목소리를 고루 대변할 수 있는 사회를 지향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평화와 공존을 위한 언론의 비전임을 기억하길 바란다.


마지막으로 언론이 일상의 목소리를 회복할 수 있도록 그리고 소외된 목소리를 대변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지나치게 이념적이거나 정치화된 보도방식에서 벗어나 지역사회를 기반으로 한 시민과 집단의 실생활에 적절한 실천적인 보도문화로 성숙될 수 있도록 힘을 합쳐야 한다. 어떤 이들에겐 ‘조국 이슈’는 마치 블랙홀과 같이 모든 이슈들을 집어 삼킨 포식자처럼 느껴졌을 것이다. 우리의 관심은 언론이 중요하고 덜 중요한 보도의 기준이 비단 권력이나 자본이 아니라 사람과 공동체이어야 함을 지치지 않고 요구해야 하는 것이 있다. 참고로, 조국 후보자가 인터넷 실검을 장악하고 있을 때 한국도로공사에서 해고된 요금수납원에 대한 기사는 고작 500여건 밖에 되지 않았다.



김상덕(한국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


▶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신학위원회 홈페이지 바로가기


⑴ 예를 들어, 더불어민주당 이철희 의원은 조국 관련 기사가 118만 건으로 최순실 검색건수의 10배를 넘는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 결과는 잘못 집계된 것으로 실제로는 2만 건 정도로 집계하고 있다. 서울대학교 언론정보연구소 팩트체크 참조.


⑵ 금준경, 미디어오늘(2019. 9. 10), 조국 기사는 정말 118만개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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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에 1개의 댓글이 달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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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omem2019-11-27 11:39:19

    오늘날 가톨릭교회의 문제점은 언론을 포함하여 이념적으로 좌편형되어서 모든 논조가 그렇게 흘러가고 있다는 것이다. 가톨릭에서 발행하는 거의 대다수 미디어가 그런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는 것은 성직자들의 이념적 좌편형에 기인하는 부분이 커다고 생각되어 진다. 글을 써는 본인들은 마치 대단히 정의롭고 객관적인 시각을 지니고 있는 것처럼 말을 하여도 찬찬히 읽어 보면 좌편형적인 일반 신문의 기사와 다름 없으니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김수환 추기경이 돌아가신 후에는 가톨릭에서는 좌우의 균형을 맞추어 목소리를 낼만한 인물도 없어보이니 이것이 오늘날 한국천주교회의 문제라고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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