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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서 이야기를 여기, 지금, 우리의 이야기로 - 14일, ‘미디어, 도시, 교회’ 주제로 연관성 위기 포럼 열려
  • 문미정
  • moon@catholicpress.kr
  • 기사등록 2019-11-16 17:16:54
  • 수정 2019-11-16 17: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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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이 도대체 우리와 무슨 연관이 있단 말인가요?” 

 

내가 누군지, 어디에 있는지, 어느 시점에 있는지와 관계 없는 것에 주목하고 그것들을 중요하게 여기는 상황을 ‘연관성의 위기’라고 한다.  

 

이러한 연관성의 위기에 대해 기독교적 고찰을 하는 자리가 ‘미디어, 도시, 교회’를 주제로 14일 한국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에서 열렸다.  

 

이날 김용찬 교수(연세대 언론홍보영상학부)는 “그것이 도대체 우리와 무슨 연관이 있단 말인가요?”라는 질문을 던지며 말문을 열었다. 

 

이러한 질문은 “우리의 정체성, 상황의 맥락, 시점, 장소 등을 고려할 때 그것이 우리에게 어떤 중요성을 갖는지에 대해 묻는 것”이라며 우리는 일상을 살아가며 중요한 것과 중요하지 않은 것 그리고 연관성 있는 것과 없는 것을 구분한다고 설명했다.  

 

‘연관성의 위기’, 무엇으로 극복할 수 있을까 

 

연관성과 중요성은 밀접한 관계에 있지만 연관성과 중요성이 어긋나기도 하는데 이를 ‘연관성의 위기’라고 명명했다. 내 정체성, 지금, 여기의 문제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들에 대해선 무관심 하면서, 나와 밀접한 관련이 없는 것에 주목하고 중요하게 여기는 경향을 연관성의 위기라고 한다.  

 

알프레드 슈츠는 ‘동굴’에 비유하여 연관성의 세 유형을 설명했다. 어떤 사람이 동굴 안에서 뱀인지 밧줄인지 모를 물체를 발견하고 그것에 주목했다면 그 물체는 ‘주제적 연관성’을 갖는다. 뱀인지 밧줄인지 판단하기 위해 자신의 과거 경험, 정보, 지식 등을 동원한다면 ‘해석적 연관성’, 그 물체가 무엇인지 확인해보기 위해 막대기 같은 것으로 물체를 건드려 보기로 했다면 ‘동기적 연관성’을 갖는다. 

 

▲ 김용찬 교수


김용찬 교수는 이처럼 미디어는 동굴 안에서 내 발 밑에 있는 물체에 주목하기 보단 동굴 밖 세상의 것을 보여주고 내 관심을 돌릴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에 내 발 밑의 물체에 더 주목하게 할 수 있고 나와 비슷한 상황에 처한 다른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하고 그들과 협력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가능성도 지니고 있다.  

 

그는 디지털 미디어가 ‘이미 어긋난 연관성과 중요성의 간극을 더 확장시킬 가능성’과 ‘그 둘 사이의 관계를 창조적 방식으로 다시 엮을 가능성’을 모두 갖는다고 설명했다.  

 

도시 환경에 다양한 기술이 구축되면서 기술적 합리성이 관계적 합리성으로 확장하면서 연관성의 위기를 불러오기도 한다. 하지만 모바일기술·장소인식기술·다양한 소셜미디어 서비스가 인공지능기술·사물인터넷과 결합하면서 도시 거주자들이 지역을 기반으로 관계망을 형성하고, 지역을 기반으로 협력하면서 지역 내에서 공동체 역량을 축적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린다고 말했다.  

 

정보통신기술을 통해 연관성의 위기를 극복하려는 시도로, 네이버 카페 ‘포항맘놀이터’를 대표적인 예시로 들었다. 2017년 11월 포항지진이 일어나자 미디어에서는 지진 후 한두 주까지만 지진 문제를 보도하고 일상으로 돌아갔다. 포항주민들에게는 지진 원인, 이재민 처우 문제, 보상 문제 등의 여러 이슈가 남아있는 상태였다. 하지만 대중매체를 통해 접하는 이야기는 포항주민들과 연관성 있는 지금, 여기 현실과는 동떨어진 일들이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존에 있던 ‘포항맘놀이터’ 카페를 활용했다. 현재 포항맘놀이터는 다른 어느 곳보다도 포항 지진 관련 이슈들을 가장 빠르게 접할 수 있는 매체가 됐다. 이 카페는 포항주민들에게 “연관성과 중요성을 결합시키면서 자신의 정체성, 지금, 여기 문제에 집중할 수 있는 기술적 토대를 제공했다”고 김용찬 교수는 설명했다.  

 

교회, 이 시대와 사회 문제에 얼마큼의 연관성을 유지할 것인가 

 

김용찬 교수는 이러한 연관성 위기에 대한 문제를 교회에 초점 맞췄다. 교회가 스스로에게 ‘연관성의 질문’을 던져야 한다면서, 교회는 이 시대와 이 사회의 문제에 얼마큼의 연관성을 유지해야할지 물었다. 

 

앞으로 연관성 위기를 겪는 현대 도시 지역 사회에서 교회가 할 수 있는 역할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지역 연관성 있는 이야기를 만들고 유통하고 그 주체가 돼야 한다며 “성서의 이야기를 여기, 지금, 우리의 이야기로 번역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연관성의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 창의적인 방식으로 다양한 미디어를 활용해야 하며 왜곡된 연관성 위기, 연관성 초위기 문제에 대한 입장을 가지고 그에 대응할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발제 이후 토론자로 나선 박진규 교수(서울여대 언론영상학부)는 연관성 위기에 대한 저항 사례는 개신교 주변에서도 발견된다며, “교단이나 교리가 아닌 디지털 미디어가 제공하는 ‘네트워크’를 중심으로 사안별로 만들어지는 개신교 온라인 커뮤니티들은 한국교회 이념적, 교리적 경직성을 깨트릴 수 있는 잠재력을 증명한다”고 짚었다.  

 

이민형 박사(한국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는 급진정통주의에 근거한 제임스 스미스의 논지를 연관성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으로 소개했다. 스미스는 인간을 욕망하는 주체로 정의하며 인간의 모든 행동은 ‘이끌림’에 기인한다고 말했다. 여기서 이끌림은 내면에서부터 주체적으로 만들어낸 힘을 말한다.  

 

인간은 기본적으로 지금 이 순간의 욕망에 의해 움직이는 존재로 이해할 수 있으며, 이러한 욕망이 우리 세계관을 구성한다고 봤다. 기독교적 세계관은 인간이 하나님을 욕망하는 데에서부터 형성되는 것이라고 보며, 인간이 하나님을 욕망하는 것을 가장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것이 기독교 예배라고 말했다. 예배를 통해 정체성을 확립하고 사회를 바라보는 눈을 키우는데 이러한 면에서 “예배는 기독교인들의 연관성을 확립하게 하는 미디어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교회가 연관성 위기로 생겨난 현대 사회 문제들에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건 “교회를 구성하는 기독교인들조차도 신앙인으로서의 연관성의 위기를 겪고 있기 때문”이라며, “하나님을 바로 욕망하지 못하고 바른 욕망에서부터 나오는 실천이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포럼은 한국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이 준비한 2019년 가을 포럼의 세 번째 주제로, ‘연관성의 위기’(crisis of relevance)라는 개념으로 우리 시대의 미디어와 소통, 연결과 소통의 의미와 실천에 대해 살펴보기 위해 마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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