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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민주화 요구하며 열흘 넘게 단식중인 한신대 총학생회
  • 강재선
  • 등록 2019-11-21 15:02:01
  • 수정 2019-11-22 10:0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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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내 민주화를 요구하는 학생들의 목소리를 막으려는 시도로 인해 한국신학대학교가 시끄럽다.  


총장 신임 평가 약속 어긴 한신대


한신대가 최근 ‘불법점거’를 이유로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장과 부위원장에게 유기정학 처분을 내린 것이다. 

 

정학의 근거가 된 사태는 지난 9월 발생했다. 한신대 연규홍 총장은 2017년 취임하면서 ‘한신대 발전을 위한 협약서’에서 ‘총장 신임 평가를 위한 교수, 학생, 직원을 포함한 4자협의회 개회’를 약속한 바 있다. 그러나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고 4자협의회 개최를 촉구하는 과정에서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단장 이의석 학생과 비대위 부위원장 김건수 학생이 한신대 대학본부 2층을 점거했다는 것이다. 

 

당시 시위를 주도한 총학생회 비대위 학생들은 학교 본부와의 접촉을 통해 점거를 풀고 자진해산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징계는 내려졌고 해당 학생들에게는 소명의 기회도 주어지지 않았다. 학생들은 이를 ‘부당징계’라고 비판하고 지난 11일부터 무기한 단식투쟁에 돌입했다.  

 

▲ ⓒ 강재선


앞서 2018년 6월, 두 차례 열린 4자협의회에서 대학 본부 측은 총장 신임 평가를 하겠다고 약속한 것을 번복했다. 그러자 당시 김건수 총학생회 복지국장이 한신대 강의동에 올라가 단식을 했고, 대학 측은 2018년 9월, 4자협의회를 다시 열어 2019년 5-6월 중으로 총장 신임 평가를 진행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대학 측은 학생 대표가 부재한다는 이유로 총장 신임 평가를 이행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한신대 학생회는 2018년 11월 선거 투표율 미달로 총학을 구성하지 못한 채로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렸으나 대학 본부 측은 이들을 학생 대표로 인정하지 않고 4자협의회 구성을 거부했다.  

 

비대위 측은 올해 5월 학생 800여 명이 참여한 임시총회를 열고 4자협의회 학생 대표 자격을 부여받은 바 있다.  

 

비대위 위원장과 부위원장의 무기정학이 총장 결재를 앞두고 있다는 소식에 학생들이 반발하자 한신대 측은 3주 유기정학으로 처벌 수위를 변경했지만, 총학을 비롯한 학생 측은 ‘부당징계 완전철회’를 요구했다. 총학 측은 무기한 단식에 돌입하며 ▲부당징계 철회 ▲부당징계에 대한 연 총장의 사과 ▲11월 내 총장신임평가를 위한 4자협의회 개회를 촉구했다. 

 

이와 별개로 연 총장은 이미 취임 직후부터 계속해서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총장 선임 자체부터, 금품수수, 학내 구성원 사찰 논란 등으로 인해 연 총장 취임 직후 33명의 신학과 학생들이 집단 자퇴를 선언하는 일도 있었다. 


‘밥은 맛있게 드셨습니까’, 등 돌리는 연 총장과 이사회 


▲ 20일, 단식 10일차를 맞은 한신대 학생들과 교수 ⓒ 강재선


< 가톨릭프레스 >는 한신대 장공관 앞 농성장을 찾아 무기한 단식농성을 벌이고 있는 학생들과 교수를 만났다. 단식 개시 이후 이들은 매주 수요일 총장실이 있는 장공관 앞에서 촛불집회를 열고 있다. 

 

농성장을 막 찾았을 때, 근처에 연 총장이 학내 행사를 위해 나타났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기자는 이들과 함께 현장에 찾아갔다.  

 

농성하는 학생들은 연 총장보다 한층 높은 곳에 올라가 총장을 향해 ‘총장님 덕분에 배고프다’, ‘밥은 맛있게 드셨습니까’라고 외치며 취임 때 내걸었던 총장 신임 평가 약속을 왜 이행하지 않느냐고 외쳤다.  

 

▲ 농성을 하는 학생들이 총장 신임 평가 약속을 왜 이행하지 않느냐고 외치자 연 총장은 등을 돌린 채 외투를 챙겨입고 행사장을 빠져나갔다. ⓒ 강재선


아래층에 있던 총장은 그 소리에 고개를 들어 학생들을 짧게 보고는, 등을 돌린 채 행사 사진을 찍고 외투를 챙겨 자리를 빠져나갔다. 

 

단식에 임하고 있는 한신대 신학과 이신효 학생은 학교 당국을 제외한 모든 4자협의회 주체(교직원 노조, 교수협의회, 학생 대표)가 뜻이 한데 모인만큼 4자협의회를 개최하여 총장 신임 평가를 진행하겠다는 학교 측의 결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단식 열흘 차에 접어든 학생들의 건강 상태가 어떤지 묻자 이신효 학생은 “다행히 열흘차인데도 그렇게 힘들지는 않은데 열흘이 넘어가니 불안해진다”며 “혈당을 잴 때 평소와 너무 차이가 나는 게 걱정”이라고 말했다. 

 

단식 개시 이후 학교 당국의 접촉이 있었냐는 질문에는 “없었다”고 답했다. 인터뷰 직전 한신대 측은 4자협의회 개최 사안에 관한 입장문을 발표했다. 이신효 학생은 이 입장문을 두고 “신임 평가가 (대학) 본부의 잘못이 아니고 나머지 세 주체에 문제가 있다고 말하는 것”이라며 “학생을 징계한 것도 원래는 사회법적으로 고소하려고 하다가 교육적 차원으로 징계를 했다는 (이전과) 똑같은 얘기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20일 발표된 입장문은 크게 ▲한신대 교수협의회 입장문의 형식상 문제 ▲총학생회 구성 실패로 인한 학생 대표 부재 ▲불법적 행위에 대한 처벌의 정당성을 담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 총장 신임 평가를 위한 4자협의회 주체의 의사표현을 그 내용이 아니라, 형식적으로 문제 삼고 있다는 사실과 총학생회 구성 무산 이후 비대위가 구성되어 임시총회를 통해 학생 대표의 지위를 얻었다는 사실, 헌법이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를 사립학교의 학칙으로 억누르려 했다는 점에서 힘을 얻지 못하고 있다. 

 

총장 신임 평가를 비롯한 학내 민주화에 대한 학생들의 반응에 대해 묻자 이신효 학생은 “(농성이) 총학생회 투표율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보통 투표율이 50%를 간당간당 넘어가고 투표를 사흘 정도 하다가 안 되면 하루 이틀 연장을 하기도 하는데 이번에는 연장이 되지 않을 수도 있겠다”며 “이런 경우는 잘 없었다”고 말했다.  

 

▲ ⓒ 강재선


대학 민주화를 위해서는 총장과 더불어 이사회에 어떤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지 묻자, 학교 구성원들의 총의로 총장이 선출될 수 있도록 학교 정관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신효 학생은 “이미 15년부터 학생들이 (정관개정을) 해야 한다고 얘기했고, 기장총회가 (총장) 사퇴결의안까지 이야기하고, 실제로 정관개정 요청이 들어왔음에도 이사회는 이에 응하지 않았다”며 “16년 강성영 당시 총장서리 인준이 부결되고 나서 정관개정 요청이 있었는데도, 그냥 17년도에 연 총장을 선임해버렸다”고 설명했다. 

 

이신효 학생은 당시 학교 측이 학생들 의견을 애초에 들을 생각이 없었다는 사실을 지적했다. “사실 투표가 하루아침에 준비되는 것도 아니고, 말이 안 되는 형식으로 선임을 한 것”이라고 비판하며 “그래서 (연 총장 취임 당시) 신학과에서 자퇴투쟁도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신효 학생은 강성영 총장이 4명의 총장후보들 중에서 학교 구성원들로부터 9%의 지지를 받았고, 당시 1위 총장후보는 60%를 받았음에도 이사회에서 강 총장을 선임했다며 “이사회의 총장 선임권에 변화를 주던가, 그게 안 되면 투표결과에서 1, 2위를 기록한 후보들 중 한 명을 선임하거나, 혹은 1위와 2위가 현격한 차이가 나는 경우에는 1위를 선임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고 제안했다. 

 

마지막으로 이신효 학생은 “한신대 총장 문제를 비롯한 여러 사회적 이슈들에 우리 세대는 먹고 사는 게 힘들고 직장을 구하는 게 힘들어 관심을 잘 못 가진다”며 “이걸 나쁘다고 하는 것은 아니지만 총장이 잘못했다고 말하는 일이 선택받은 누군가가 하는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신효 학생은 “잘못된 총장에 대해 잘못되었다고 말하는 것은 우리의 삶과도 연관된 문제” 라면서 “성서에서도 예수의 투쟁은 절대로 고귀한 이념을 위한 투쟁이 아닌 이 땅에서 배고파하는 사람의 문제를 말씀하고 계신다”고 말했다. 

 

▲ ⓒ 강재선


이날 저녁에는 촛불집회 대신 영화 상영회가 이어졌다. 공금횡령과 입시비리 혐의로 징역까지 선고 받은 대학 이사장이 이사회를 이용해 10년 후 총장이 되는 등 ‘사학비리의 상징’이었던 상지대가 우여곡절 끝에 총장 직선제를 이뤄낸 이야기를 다룬 다큐멘터리 ‘졸업’(11/7 개봉, 박주환 감독)이라는 영화였다. 상영회에 함께한 학생과 교수들은 유사한 사례에서 문제의식을 찾고 이를 공유하는 시간을 갖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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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에 2개의 댓글이 달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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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dmin2019-11-22 17:26:56

    안녕하세요, 쿼바디스님.
    가톨릭프레스 편집국입니다!

    기사에서 오류 짚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말씀해주신 부분 수정하였습니다. ^^

    저희 기사 좋게 봐주셔서 감사드리고, 좋은 기사로 찾아뵙겠습니다.
    감기 조심하시고 얼마남지 않은 올 한해 잘 마무리하시길 바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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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omem2019-11-21 18:58:31

    좋은 기사 잘 봤습니다. 한신대 출신은 아니지만, 한신대와 관련 깊은 교회이 출석하는 사람으로서 몇년째 계속 이어지는 상황이 매우 안타깝고 답답합니다.

    그런데, 가시 내용 중에 오류가 있어 알려드립니다. 기사에 나오는 "정공관"은 "장공관"이 맞습니다. 장공 김재준 목사님을 기념하여 붙인 건물명으로 알고 있습니다. 정정 바랍니다.

    앞으로도 좋은 기사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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