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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세상에 온 이유 - [이신부의 세·빛] 선교사와 평신도 사도직
  • 이기우
  • edit@catholicpress.kr
  • 기사등록 2020-05-22 18:53:40
  • 수정 2020-05-22 18:5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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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 제6주간 토요일 (2020.05.23.) : 사도 18,23-28; 요한 16,23ㄴ-28 



아폴로는 성경에 정통하여 예수님에 관한 일들을 가르쳤지만 요한의 세례만 알고 있었다. 프리스킬라와 아퀼라가 그의 말을 듣고 데리고 가서 그에게 하느님의 길을 더 정확히 설명해 주었다.(사도 18,24-26)


오늘 복음에서도 예수님께서는 계속 강조하시던 부활의 기쁨에 대한 고별사 말씀을 마무리하시면서 당신의 신원과 사명 그리고 운명에 대해 결정적으로 알려주셨습니다. 즉, “나는 아버지에게서 나와 세상에 왔다가, 다시 세상을 떠나 아버지께 간다.”는 말씀이 그것입니다. 그분이 제자들에게 남기는 고별사의 백미입니다. 우리도 그러할 것입니다, 믿음이 있는 한. 


믿음이 없으면 우리네 존재가 그저 느닷없이 내동댕이쳐진 채로 세상에 와서 고통의 바다인 인생에서 고생만 하다가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지고 무덤만 남는 신세가 될 것입니다만, 믿음이 있으면 우리네 존재가 하느님께 근원을 둔 신적 존재로, 다시 말하면 그분의 자녀로 격상될 뿐만 아니라 세례 때에 그분이 주신 영적인 몸으로 영혼이 생기를 얻고 성장하고 성숙하여 세상에 그리스도의 향기를 발산하면서 살 수 있게 됩니다. 


우리가 세상에 왔을 때보다 조금이라도 더 좋은 세상으로 만들어놓고 우리 다음 세대가 또 그 사명을 이어받아서 궁극적으로는 세상이 하느님께서 보시기에 좋도록 만들어 나가게 되면 하느님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가득히 채워지는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가 생을 마친 후에는 살아있는 동안 행한 업적대로 심판을 받고, 그 상급의 여하와 정도에 따라서 천국에서는 현세에 남아있는 이들을 돕는 천사가 되어 세상을 하느님의 나라로 만들면서 영원한 생명을 누리게 될 것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예수님께서 남기신 고별사의 결론 같은 이 말씀은 우리의 목표가 되어 줍니다. 


하느님에게서 나와 세상에 왔다가, 다시 세상을 떠나 하느님께로 가는 것


그런가 하면 오늘 독서는 사도 바오로가 제3차 선교여행을 시작한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일단 제1,2차 선교여행에서 건설해 놓은 공동체들을 순서대로 둘러보면서 점검도 하고 격려도 하는 일정을 거친 후에 에페소에서 삼년을 보내면서 중점적으로 신앙 공동체를 건설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게 됩니다. 당시 에페소는 로마보다 더 로마적인 도시가 되어 있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그 당시까지만 해도 서방보다 동방이 인구도 많고 물산도 더 풍부했는데 단지 군사정치적으로 로마가 제국을 세워 지배하고 있을 따름이었기 때문에, 에페소는 ‘동방의 로마’로 불리며 번성하고 있었지만 그만치 우상숭배도 성행하고 있었습니다. 


바오로 사도로서는 이 에페소를 복음화 시키는 일이 소아시아와 그리스 전체와 나아가서는 로마제국을 복음화 시킬 수 있는 지름길이라고 여길 만 했습니다. 나중에 바오로의 뒤를 이어 사도 요한이 에페소 선교를 물려받아 주변 여섯 도시에 교회를 세우고 예루살렘을 중심으로 한 이스라엘에서보다도 더 큰 규모로 그리스도 신앙의 세상을 늘려가다가 로마제국으로부터 박해를 받게 되면서 그 박해 덕분에 신앙의 중심이 로마로 옮겨가게 되지요. 


이미 바오로 사도는 제2차 선교여행 말기에 시리아의 안티오키아로 귀국하는 길에 에페소에 들러서 아퀼라와 프리스킬라 부부를 에페소에 내려준 터였습니다. 이 부부는 바오로의 에페소 선교를 준비하는 역할을 맡았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그 무렵에 아폴로라는 선교사가 에페소에 왔습니다. 알렉산드리아 디아스포라의 유다인 출신인 그는 구약성경에 대해서 잘 알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예수님께 일어난 일들에 대해서도 정확히 가르쳤던 선교사였습니다. 


그가 워낙 달변에다가 열정을 가지고 에페소 시민들에게 가르치고 있었으므로 이 부부도 아주 반갑게 그의 설교를 들었던 모양입니다. 그런데 들어보니 그는 요한의 세례만 알고 있었다는 겁니다. 이는 구약의 여러 예언자들이 예언했던 메시아이신 예수님의 길을 세례자 요한이 준비하러 와서 회개를 요청했고 그 회개의 표시로 요르단 강물로 세례를 준 사실에 대해서는 알고 있었고 또 그렇게 가르치기도 했지만, 예수님께서 요한의 활동에 이어 불과 성령의 세례를 받고자 하셨고, 또 당신을 믿는 이들에게도 당신께서 받으신 불과 성령의 세례를 주고자 하셨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모르고 있었다는 뜻입니다. 


이는 세례자 요한도 인정했던 예수님의 신성에 대해서는 가르치면서도 정작 그분을 따라서 그리스도인들이 계승하고 수행해야 할 역사적 사명에 대해서는 생략하고 있었다는 말이나 다를 바가 없었기 때문에, 아퀼라와 프리스킬라 부부는 아폴로에게 보충교리를 가르쳐주었는데 아마도 이는 자신들이 바오로로부터 듣고 배웠을 것입니다. 


성모신심과 사도직의 관점에서 볼 때, 바오로가 직업이 같았던 평신도 부부와 동업하면서 이 노동으로 만난 부부를 상대로 선교사로 양성했다는 것, 그리고 그 수준이 선교사 아폴로를 한 수 가르쳐줄 정도의 성경 지식과 선교 사명 의식을 갖추고 있을 정도로 높았다는 것, 그리고 아퀼라보다도 프리스킬라의 이름이 앞에 나오게 될 정도로 여성 평신도의 역할이 돋보였다는 것 등을 알게 해 줍니다. 


이에 비추어, 그리스도인 노동자들이 노동 현실을 다만 인간화시켜야 할 뿐 아니라 복음화 시켜야 할 필요가 있고 교회는 이를 도와주어야 하며, 우리 교회에서도 평신도 사도직의 수준이 지금보다 더욱 향상되기를, 더욱이 여성 평신도들의 수준이 향상되고 그 역할도 더욱 커지기를 바랍니다. 이것이 물의 세례만 받았다고 여기고 있는 듯한 평신도들이 받아야 할 불과 성령의 세례가 아닐까 합니다. 




천주교 서울대교구 사제

(영원한도움의성모수녀회 파견사제)



[필진정보]
이기우 (사도요한) : 천주교 서울대교구 사제. 명동성당 보좌신부를 3년 지내고 이후 16년간 빈민사목 현장에서 활동했다. 저서로는 믿나이다』, 『서로 사랑하여라』, 『행복하여라』 등이 있으며 교황청 정의평화위원회에서 발간한 『간추리 사회교리』를 일반신자들이 읽기 쉽게 다시 쓴 책 『세상의 빛』으로 한국가톨릭학술상 연구상을 수상했다. 현재 영원한도움의성모수녀회 파견사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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