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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와 그리스도인은 산소·바람처럼 되어야” - [이신부의 세·빛] 문명의 복음화를 향하여 : 바람, 산소, 진리
  • 이기우
  • edit@catholicpress.kr
  • 기사등록 2020-05-27 17:32:53
  • 수정 2020-05-27 17:4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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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 제7주간 수요일 (2020.05.27.) : 사도 20, 28-38; 요한 17, 11ㄷ-19



창조주 하느님께서 생명을 위해 지구에 허락하신 세 번째 축복이 공기입니다. 온 우주 안에서 지구에만 물이 있듯이 공기도 지구에만 있습니다. 태양계 안에서 수성과 금성 같이 태양에 가까이 위치한 별들은 이산화탄소가, 화성과 목성 같이 태양에서 멀리 위치한 별들은 수소가 많을 뿐 공기는 없습니다.


심지어 달에도 공기는 없습니다. 그래서 공기(空氣)란 지구를 둘러싸고 산소가 포함되어 있는 기체를 말하는데, 눈으로 보기에는 아무런 물체가 없이 비어 있는 듯한 허공에 산소와 이산화탄소와 질소 같은 여러 기체가 혼합된 채로 지상에서 살아가는 생명체들에게 막대한 영향을 줍니다. 


공기가 없으면 모든 생명체는 생존할 수 없습니다. 산소가 없으면 동물과 인간이 생존할 수 없고, 이산화탄소가 없으면 식물이 생존할 수 없습니다. 질소는 생명체의 부패를 방지해주는 기능을 합니다. 그래서 공기 중에는 질소가 78%로 가장 많고, 산소가 21%로 그 다음이며, 나머지 3%는 이산화탄소 등의 기체들이 함유되어 있습니다. 공기 중의 이 비율은 생태계의 균형을 유지시켜 주고 있는 황금비율입니다. 특히 산소의 비율 21%가 절묘한데, 이보다 적으면 산소결핍증으로 마비되거나 사망에 이를 수 있고, 이보다 많으면 산소중독에 걸리거나 산화작용이 촉진되어 노화가 빨라지고 부패가 활발히 일어날 것입니다. 


공기는, 특히 산소는 어떻게 해서 지구에 이 절묘한 비율로 생명활동을 돕고 있게 되었을까요? 우주 공간에는 수소가 대부분이지만 45억 년 전 막 태어난 원시 지구에는 소행성들과 충돌하면서 발생한 어마어마하게 뜨거운 열 때문에 마그마에서 분출된 이산화탄소로 가득했습니다. 이 이산화탄소는 태양열을 강력하게 붙잡는 특성이 있는데, 이 이산화탄소가 바다 속으로 녹아들어 가고 바다 속 바위들을 석회암으로 변화시키면서 빠른 속도로 지구가 식어갔습니다. 이산화탄소가 대부분 사라진 지구 대기권에는 질소가 생겨나 채워졌는데, 그런데 산소를 만들어내는 박테리아가 기적적으로 생겨난 덕분에 지구의 공기는 25억 년 전부터 6억 년 전 무렵까지 서서히 신선한 산소로 채워지다가 지금의 21%가 되면서 그 증가추세를 멈추었습니다. 산소가 풍부해진 지구는 곳곳에 생명체들을 키워냈습니다.


공기는 눈으로 확인할 수 없는 흐름과 변화를 빚어내는 피조물입니다. 그 흐름과 변화가 거대하고 기기묘묘한데, 이를 대기현상이라고 합니다. 그 대표적인 것이 바람입니다. 공기는 공기의 분포 밀도를 나타내는 기압이 높은 데에서 낮은 데로 이동함으로써 대기권 안에서의 균형을 유지합니다. 이 바람이 어디에서 시작될까요? 


지구 표면적의 70%나 차지하고 있는 넓디넓은 바다에 태양열이 내리쬐면 바닷물이 수증기로 증발하여 올라가게 되고 이 거대한 상승기류가 만들어낸 진공압력 때문에 이 자리의 공기압력은 낮아지게 됩니다. 그러면 기압의 균형을 맞추기 위하여 주변 공기가 흘러들어오게 되는데, 이래서 바람이 불게 되는 것입니다. 태풍, 허리케인, 토네이도, 사이클론 등 거대한 바람은 주기적으로 불어와서 지구 대기권의 균형을 맞춥니다. 이 바람 덕분에 지구의 공기는 바다에서든, 산에서든, 들판이나 도시에서든 어디에서나 생명현상을 위해 절묘하게 맞추어진 비율로 유지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물질문명이 발달할수록 공기가 오염되어 가고 있습니다. 공장이나 화력발전소, 또는 자동차나 선박 그리고 항공기 등에서 배출되는 매연이나 미세먼지 등이 그 주범입니다. 최근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로 사람들이 활동을 줄이고 이동을 삼가자 지구 곳곳의 공기가 맑아진 현상이 그 사실을 입증해줍니다. 


사람이 신선한 공기를 호흡해야 생존할 수 있듯이, 인간 사회 또한 정신적으로나 영적으로 신선한 공기를 호흡해야 발전할 수 있습니다. 피조물인 인간은 창조주와 올바른 관계를 맺어야 구원될 수 있는 존재입니다. 그런데도 지성 능력으로 인간이 하느님을 알 수 없다고 생각하는 불가지론자들, 신앙 능력이 주어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하느님을 부인하는 무신론자들, 심지어 자본 같은 우상을 받들어 모심으로써 하느님을 모욕하기까지 하는 우상숭배자들에다가 그릇된 오류로 사람들을 현혹시키는 사이비 종교집단들이 퍼뜨리는 사상과 풍조가 만연되어 있는 현 사태는 진리에 대한 오염현상입니다. 


이 진리 오염현상에 대해서, 예수님께서 보내주시는 성령은 바람처럼 불어와 사람들의 영혼으로 하여금 진리를 호흡할 수 있게 합니다. 교회는 성령의 바람으로 세상의 영적 공기를 신선하게 유지시켜 주어야 할 사명이 있고 그리스도인들은 이 사명을 자각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그것이 진리의 바람입니다. 그러자면 먼저 교회와 그리스도인들이 예수님께서 숨을 내쉬시며 보내주시는 성령을 받아야 합니다. 


미세먼지와 오염된 공기를 마시면 육신이 호흡 곤란을 느끼면서도 정작 하느님의 숨과 진리의 바람이 멈추어 있는 상태에 대해서는 영혼이 무감각한 이 시대에 세상은 하느님을 호흡해야 합니다. 진리를 호흡해야 합니다. 그래야 살 수 있습니다. 


그러자면 교회와 그리스도인들이 산소처럼 되어야 합니다. 바람처럼 살아야 합니다. 하느님을 잊어버린 현대인들에게 교회의 전례가 산소처럼 신선한 영적 기운을 불어넣어주고, 자기 자신과 현세만을 바라보며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그리스도인들의 사도직이 바람처럼 신선한 산소를 채워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천주교 서울대교구 사제

(영원한도움의성모수녀회 파견사제)



[필진정보]
이기우 (사도요한) : 천주교 서울대교구 사제. 명동성당 보좌신부를 3년 지내고 이후 16년간 빈민사목 현장에서 활동했다. 저서로는 믿나이다』, 『서로 사랑하여라』, 『행복하여라』 등이 있으며 교황청 정의평화위원회에서 발간한 『간추리 사회교리』를 일반신자들이 읽기 쉽게 다시 쓴 책 『세상의 빛』으로 한국가톨릭학술상 연구상을 수상했다. 현재 영원한도움의성모수녀회 파견사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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