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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의 은수자’ 샤를 드 푸코 시성된다
  • 끌로셰
  • 등록 2020-06-01 11:4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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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교황은 ‘사막의 은수자’이자 예수의 작은 형제회, 예수의 작은 자매회 등의 영적 근간이 되어준 복자 샤를 드 푸코(Charles De Foucauld)를 통해 일어난 두 번째 기적을 공식 인정하고 그의 시성을 확정했다.


지난 27일 교황청 시성성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허가로 교령을 반포하고 5개의 전구를 통한 기적을 인정했다. 여기에는 복자 샤를 드 푸코(1858-1916)를 비롯해 교황청 전교기구(Pontifical Mission Societies)의 기원이 된 가경자 폴린 자리코(Pauline Jaricot, 1799-1862), 콜롬버스 기사단 창립자인 가경자 마이클 맥기브니(Michael J. McGivney) 신부의 기적도 인정되었다. 


샤를 드 푸코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 교부였던 이브 콩가르 추기경(Yves Congar)이 “리지외의 성녀 데레사 옆에서 20세기를 빛낸 등대 중 하나”라고 표현하듯 현대 가톨릭교회를 상징하는 인물이다.


어린 시절 부모 없이, 장군이었던 외조부 밑에서 자란 푸코는 중등 교육 과정 중에 예수회 기숙학교를 다니면서 이들의 엄격한 교육에 질려 신앙을 잃게 되었다고 전해진다. 이후 외조부를 따라 군인의 길을 걷고자 생시르(Saint-Cyr) 육군사관학교 생도가 된 푸코는 외조부가 남긴 유산을 받은 후 향락의 삶에 빠져들게 된다.


이후 1882년에서 1884년 사이 그는 모로코로 여행을 떠나게 되는데, 이곳에서 만난 무슬림 신자들의 깊은 신앙을 보면서 하느님에 대한 신앙을 다시 품기 시작했다. 


“이슬람은 내 안에 깊은 동요를 불러왔다. 신앙, 끊임없는 하느님의 존재 안에서 살아가는 이 사람들을 보며 나는 속세의 일보다 더욱 위대하고 진정한 무언가를 엿보게 되었다”

- (샤를 드 푸코, 『Lettres à Henry de Castries』(카스트리의 앙리에게 보내는 서한), 1938 p. 86)


1886년 그는 파리에서 앙리 위블랭(Henri Hublin) 아빠스를 만나 고해하고 영성체를 모시게 되었다. 이후 그는 이스라엘, 프랑스와 시리아의 트라피스트 수도원 등지에서 7년의 관상 수도 생활을 하고 나자렛의 클라라회 수녀원으로 돌아갔다. 이곳에서 푸코는 고된 노동과 성체성사, 성경 묵상을 통해 변방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자신의 소명을 발견하게 된다.


1901년 그는 프랑스에서 사제서품을 받은 뒤 사하라 사막 인근에 위치한 베니 수도원(Beni Abbès)에서 은수자로서의 생활을 시작한다. 그는 이곳에서 “여기 사는 모든 사람들이 나를 자기 형제로, 보편적인 형제로 바라보게 하고 싶다”는 열망으로 근방의 민족인 투아레그족의 문화와 언어를 배우고 모범을 통해 그리스도교를 전하게 된다.


샤를 드 푸코의 일대기를 적은 알제리 랑구나 교구장 클로드 라울(Claude Rault) 주교는 그가 가톨릭교회에 남긴 유산은 그의 일생에 나타나는 회개, 변방으로 나아가려는 의지, 그리고 타인의 언어와 문화를 존중하는 것이라고 정리했다. 


특히 타인의 문화를 존중하며 가톨릭교회를 전했던 푸코는 6,000줄에 달하는 투아레그족의 시를 연구하여 4권에 달하는 투아레그어 사전을 집필하기도 했다.

 

라울 주교는 “샤를 드 푸코는 그림자와 빛을 통해 우리에게 보편적 형제애를 일깨워주었다”고 평가했다.


가톨릭교회에서 시성을 통해 성인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먼저 본받을만한 그리스도인으로서 복자로 인정을 받고, 해당 인물을 통해 최소 두 번의 기적이 발생해야 한다. 드 푸코는 2005년 베네딕토 16세에 의해 복자로 시복되었으며 당시 베네딕토 16세는 “샤를 드 푸코가 주님의 손에 자신을 영적으로 내맡기는 일의 모범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러한 기적을 인정하고 성인으로 추대하는 과정은 대체로 긴 시간이 소요된다. 역사적으로는 사후 500년 후에 시성된 잔다르크(Jeanne D'arc)의 예가 있다. 


최근에 성인 반열에 오른 인물 중에서는 캘커타의 성녀 테레사가 시성 심사를 시작한지 19년 만에 시성되었고, ‘소화 데레사’로 알려진 리지외의 성녀 데레사도 시성까지 28년이 걸렸다.


기적 유무를 떠나 성인으로 추대되는 경우도 존재한다. 먼저 103위 한국 순교 성인이 그 대표적인 예인데, 이들은 기적 심사 없이 순교만으로 한국 천주교 200주년을 기념하는 1984년 요한 바오로 2세에 의해 시성되었다.


⑴ 영성 생활의 최고 경지라 할 수 있는 관상을 목적으로 고독과 침묵 속에서 기도하고 하느님에게 자신을 온전히 봉헌하는 수도 생활.



[필진정보]
끌로셰 : 언어문제로 관심을 받지 못 하는 글이나 그러한 글들이 전달하려는 문제의식을 발굴하고자 한다. “다른 언어는 다른 사고의 틀을 내포합니다. 그리고 사회 현상이나 문제는 주조에 쓰이는 재료들과 같습니다. 따라서 어떤 문제의식은 같은 분야, 같은 주제의 이야기를 쓴다고 해도 그 논점과 관점이 천차만별일 수 있습니다. 해외 기사, 사설들을 통해 정보 전달 뿐만 아니라 정보 속에 담긴 사고방식에 대해서도 사유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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