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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어떤 인종차별도 용납하거나 모른 체할 수 없다”
  • 끌로셰
  • 등록 2020-06-04 14:20:59
  • 수정 2020-06-04 16:5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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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5일 미국 미네아폴리스에서 백인 경찰의 과잉진압에 의해 8분 간 무릎으로 목이 눌려 사망한 조지 플로이드(George Floyd) 사건을 두고 전 세계적인 규탄행동이 이어지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3일, 바티칸 베드로 광장에서 “조지 플로이드의 비극적인 죽음 이후 최근 벌어진 고통스러운 사회적 동요에 대해 큰 우려를 느끼고 있다”며 “어떤 형태든 인종차별과 배제를 모른 체 한다면, 인간 생명의 신성함을 지지한다고 말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동시에 교황은 미국 가톨릭 주교회의(USCCB) 의장의 31일 성명을 인용하여 조지 플로이드 사망 이후 사회적 혼란을 틈타 시위 가운데 방화, 약탈 등을 벌이는 것은 “자기 파괴적이고 제살을 깎아먹는 행위”라며 “폭력으로는 아무 것도 얻지 못하고 잃기만 할뿐”이라고 강조했다.


교황은 미국 성 바오로를 주보성인으로 삼고 있는 미네아폴리스 대교구를 비롯해 미국 전체와 함께 “조지 플로이드를 비롯해 인종차별로 목숨을 잃은 다른 모든 이들의 영혼의 안식을 위해 기도한다. 슬픔에 빠진 가족과 친지들이 위로받을 수 있게 기도하고 우리가 갈망하는 국가 전체의 화해와 평화를 간구하자”고 기도했다. 


또한, 미대륙의 수호성인 과달루페의 성모에게 기도를 드리며 “당신의 땅을 비롯해 전 세계에서 평화와 정의를 위해 힘쓰는 모든 이들을 위해 나서주소서”라고 청했다.


하늘에까지 들릴 죄악


미국에서 흑인만큼이나 차별받는 인종 중 하나인 히스패닉계 출신으로 처음 미국 주교회의 의장이 된 로스엔젤레스 대교구장 호세 고메스(Jose Gomez) 대주교는 31일 성명서에서 조지 플로이드의 죽음이 “하늘에까지 들릴 죄악”이라고 규탄했다.


고메스 대주교는 “어떻게 미국에서 한 흑인이 아무런 도움도 받지 못한 채로 목숨을 빼앗길 수 있는가”라면서 “우리가 도시에서 목격하고 있는 시위들은 지금까지도 오로지 인종이나 피부색 때문에 모멸, 멸시, 불평등한 기회를 경험하는 수백만 형제자매들의 정당한 절망과 분노를 반영한다는 사실을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마틴 루터 킹 목사가, 소요란 아무도 들어주지 않는 이들의 언어(the language of the unheard)라고 말한 것이 맞다”며 “이번에는 사람들이 그들의 고통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바가 무엇인지를 놓쳐서는 안된다. 우리는 아직도 미국 사회 전반에 퍼져있는 인종적 불의를 뿌리 뽑아야 한다”고 호소했다.


이에 앞서 미국 주교회의는 29일 공동성명을 발표하고 “우리 눈앞에서 죽임을 당한 미국 흑인의 모습이 담긴 비디오를 또 다시 보게 되어 가슴 아프고, 구역질이 나며 분노한다”고 강하게 규탄했다.


분명 우리도 평화로운 비폭력 시위를 호소하고자 하나, 동시에 정당하게 분노한 공동체들을 열렬히 지지한다.


미국 주교들은 “이 공동체들의 인종차별적 대우에 관한 불만은 무시당하고 있으며 우리는 이러한 죽음에 이르는 인종차별적 대우가 생명의 복음에 반한다고 외치는 노력을 충분히 하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는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 이후 시위가 격화되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 교회 앞에서 성경을 든 채 미국을 지키기 위해 시위를 진압하고자 군대를 투입하겠다고 한 발언과 대비된다. 


교황청 인간발전부 장관 피터 턱슨(Peter Turkson) 추기경은 3일 < Vatican News >와의 인터뷰에서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을 두고 “인종차별은 가톨릭교회 인간 개념의 근간에 반하는 것”이라며 “교회로서 우리는 하느님을 닮아 창조된 모든 인간 존재의 존엄을 재천명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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