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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직’만이 교회 운영 결정하는 자리 되어선 안 된다” - ‘여성 사제직’ 두고 프랑스 가톨릭교회 토론 이어져
  • 끌로셰
  • edit@catholicpress.kr
  • 기사등록 2020-06-26 17:57:49
  • 수정 2020-06-26 18:0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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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직자 성범죄 대처에 미흡했다는 이유로 자진 사퇴하면서 공석으로 남아있는 프랑스 리옹대교구장직에 최근 한 여성 신학자가 ‘지원서’를 낸 가운데, 이를 두고 프랑스 가톨릭교회에서 토론이 벌어졌다.


다양한 시각과 발언을 한데 묶는 의사결정 관행이 필요해


프랑스 푸아티에 대교구장 파스칼 빈저(Pascal Wintzer) 대주교는 프랑스 일간지 < La Croix >에 ‘여성 리옹대교구장?’이라는 제목의 글을 기고했다. 여성 평신도 신학자 안느 수파(Anne Soupa)의 리옹대교구장직 지원서에 대한 단상을 적은 글이다. 


빈저 대주교는 “(사람들은) 주교가 된다는 것이 결정하고 이끌 능력을 받는 것”으로 받아들이지만 실제로는 공동체와 그 구성원에게 ‘봉사’하는 사람이며, 그렇게 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사람의 아들도 섬김을 받으러 온 것이 아니라 섬기러 왔다’(마태 20,28)는 성경 구절과 사제의 혼인을 허용하는 동방 정교회에서는 기혼 사제가 아닌 독신 사제만을 주교로 선출한다는 점을 들어 “주교란 하느님의 사람이지 지도자나 주최자, 매니저가 아니다”라고 못 박았다.


그렇기 때문에 교회 의사결정권의 평등 문제에서 촉발된 여성 사제직 문제의 해결책이 “권위를 단독으로 행사하지 않고 다양한 시각과 발언을 한데 묶는 의사결정 관행”에 있다고 짚었다. 빈저 대주교는 “성직자는 의사결정 과정에 홀로 참여하는 것이 아니라 최대한 많은 사람의 동의를 추구할 수 있는 시간과 방법을 허용해야 한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성직자, 평신도, 즉 그리스도 공동체는 각자의 자리를 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직만이 교회 생활과 운영을 결정하는 자리가 돼서는 안 된다”


여성 평신도 신학자 안느 마리 펠르티에(Anne-Marie Pelletier)는 < La Croix >와의 인터뷰에서 성직자중심주의적 사고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 것에 유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평신도 성서학자인 펠르티에는 지난 4월 프란치스코 교황이 새롭게 설립한 여성부제직 연구위원회 위원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6년 여성부제 연구위원회를 한 차례 설립하여 여성부제가 존재한다는 사실까지는 합의를 보았으나, 여성부제가 남성부제와 같은 성직수품을 받았는가에 대해서는 확답을 내리지 못한 바 있다.


펠르티에는 여성 신학자의 대교구장직 지원을 두고 “제도교회를 쇄신시키는 최선의 방법이 과연 기존 역할에 (여성을) 임명하는 것인가는 의문”이라면서 “여성이 제도교회의 직위를 차지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나, 그것이 반드시 기존의 권력형태를 점령하는 방식일 필요는 없다”고 설명했다.


펠르티에는 남성 사제와 똑같은 ‘여성 사제’를 만들려고 하기 보다는 본당, 교구, 주교회의를 비롯해 신학교 등지에서 여성의 역할이 확대됨으로써 교회 운영 방식이 변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펠르티에는 ‘여성이 의사결정에서 더욱 폭넓게 자리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성직과 교회 운영은 분리 불가능한 것인가?’라는 질문에 “알려져야 할 진실은 성직만이 교회 생활과 운영을 결정하게 허락해주는 요소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런 점에서 여성부제직에 대해 “강한 상징적 효과는 있겠지만 이 문제는 보기보다 복합적”이라며 역사적으로 실존했던 여성 부제의 권한, 임명 방식 등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통은 고여 있는 물인가? 흐르는 물인가?


펠르티에는 한편 여성 부제 문제 전반에 관련해 “전통에 대한 충실성의 문제를 다시 제기하는 것부터 시작해야할 것 같다”면서 “전통이란 것이 규범으로서 우리가 되풀이할 수밖에 없는, 부동의 현실인가? 혹은 이브 콩가르 추기경이 가르쳐주었던 것처럼, 전통은 우리에게 창의력과 현대화를 위한 노력을 청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라고 말했다.


전통을 어떻게 오늘날 현실에 불러올 것이냐는 질문에 “우리가 과거에 알고 있던 것에만 매달려서는 안 된다”면서 “오늘날 우리는 과거와는 아주 다른 환경에 처해있다. 부제직은 여성들로 하여금 세례성사, 혼인성사, 강론을 허용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전망했다.


펠르티에는 특히 지난해 열렸던 아마존 시노드를 언급했다. 지역사제 양성이 거의 불가능하고 지리적으로 고립되어 있어 사제 파견조차 어려운 아마존 가톨릭교회는 “온전히 신앙과 사랑의 실천에 헌신한 여성 그리스도인들 덕분에 간신히 살아남을 수 있었다”면서 “이 여성들이 제도적, 성사적 자격을 받고, 다른 여성들 역시 서품을 통한 직분의 부르심을 받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필진정보]
끌로셰 : 언어문제로 관심을 받지 못 하는 글이나 그러한 글들이 전달하려는 문제의식을 발굴하고자 한다. “다른 언어는 다른 사고의 틀을 내포합니다. 그리고 사회 현상이나 문제는 주조에 쓰이는 재료들과 같습니다. 따라서 어떤 문제의식은 같은 분야, 같은 주제의 이야기를 쓴다고 해도 그 논점과 관점이 천차만별일 수 있습니다. 해외 기사, 사설들을 통해 정보 전달 뿐만 아니라 정보 속에 담긴 사고방식에 대해서도 사유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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