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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청 성직자성, 본당 구조 쇄신지침 발표 - 시대 맞는 쇄신 강조…‘사제’ 중심 지침이라는 지적도
  • 끌로셰
  • edit@catholicpress.kr
  • 기사등록 2020-07-24 15:42:33
  • 수정 2020-07-24 15:4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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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청 성직자성은 디지털 세계와 의사소통 수단의 발전에 따라 복음을 선포하는 가톨릭교회의 가장 작은 제도적 단위인 ‘본당’도 물리적인 공간으로만 한정되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의 지침을 발표했다. 


그러나 의사소통 수단 등 관습의 변화로 물리적인 본당의 한계를 느끼는 주체가 평신도임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평신도에 맞춘 사목이 아니라 대부분이 ‘사제’의 본질을 강조하는 근본적인 내용만을 담고 있어 아쉽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0일, 교황청 성직자성에서 발표한 본당 구조 쇄신에 관한 이번 지침은 서론과 결론을 제외하고도 11장 124항에 달하는 방대한 양의 지침이다. 


이번 지침의 제목은 ‘보편교회의 복음화 사명을 위한 본당 공동체의 사목적 회개’다. 이 지침은 실제로 본당의 근본적인 중요성과 현대 사회에서 본당이 처한 물리적 한계에 따른 현실을 잘 지적하고 있다.


“지역별 본당 배치는 우리 현대 사회의 독특한 특징과 마주하게 되는데, 이로 인해 더욱 자유로워진 이동과 디지털 문화는 그 존재의 저변을 확장해나가고 있다. 한편으로 사람들은 고정적이고 불변하는 지리적 환경보다는 ‘다원적인 지구촌’에 살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디지털 문화가 당연하게도 특히 젊은 세대 사이에서 공간 개념과 더불어 사람들의 언어와 행동을 변화시키기도 했다.”(8항)


“특히 오늘날 존재하는 공동체 형태의 다양성을 고려하면 현재 본당 형태는 더 이상 신자들의 기대에 적절히 부응하고 있지 못하다. (…) 결과적으로 본당이라는 지역에 한정된 모든 사목적 행위는 과거의 것이다” (16항)


 ‘평신도’ 10번 언급, ‘사제’ 217번 언급


여러 가지 현대 사회의 변화가 교회 내부적으로는 신자 수 감소 등 본당의 어려움으로 이어지는 상황에서, 지침 역시 본당 쇄신이 성직자 주도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님을 인정했다. 


“보편교회가 수행해야 할 구조의 전환은 특히 사목 지도의 책임을 부여받은 이들의 사고방식과 내부 쇄신에 중대한 변화를 필요로 한다.”(35항)


“성령께서 영감을 주신 이러한 변화에는 모든 하느님의 백성이 참여한다는 점에서 이는 성직자만의 일이 아니다.”(37항)


그럼에도 변화의 핵심으로 막상 강조하고 있는 것은 사제의 교회법적 지위 등과 같은 제도적, 원칙적 요소들이다. 결국, 이번 지침은 실질적인 본당구조 형태나 운영에 참여하는 주체의 변화보다는 교회법에 따른 사제의 본분과 같은 형식적인 문제 다룬 셈이다.


지침은 “‘팀장’, ‘팀리더’를 비롯한 이와 유사한 명칭들은 본당의 공동체적 운영의 의미를 갖기 때문에 지양되어야 한다.”(66항)며 교회법을 인용하여 본당 신부가 “본당의 법적 대리인”이자 “본당 재화를 책임지는 운영자”(67항)라고 강조했다.


또한, “본당의 지휘, 조직, 조정, 운영은 교회법에 따라 오로지 사제의 권한”(89항)이라며 평신도가 본당 운영에 참여하는 것은 교회법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못 박았다.


“교구장 주교와 본당 사제는 본당 내에서 책임 있는 역할을 맡은 부제, 수도자, 평신도가 교회법적으로 사제에게 한정된 ‘사목자’, ‘공동사목자’, ‘교목’, ‘지도신부’, ‘책임자’, ‘코디네이터’, ‘본당 관리자’ 또는 기타 유사한 용어로 불리지 않게 해야 할 책임이 있다”(96항)며 실질적인 본당구조의 변화보다는 교회법적 원칙을 강조하여 성직자의 역할을 더욱 부각시켰다.


문서를 통틀어 “평신도”라는 표현은 10번 언급되었고, “사제”의 경우에는 217번이 언급되면서 그 비중에서도 심각한 편중을 보였다.


 본당구조 개혁 지침에 “예물 강제하지 말라”


마지막 장인 11장에서는 “성사 예물”이라는 주제를 다루며 예물이 세금과 같은 강제성을 가진 것이 아님을 강조하고 예물의 자발적인 성격을 강조했다.


예물은 그 자체로 봉헌하는 이의 입장에서 자유로운 행위여야하고, 그 사람의 양심과 교회로서의 책임감에 달린 것이지 마치 예물이 “성사 세금”이라도 되는 것처럼 “내야 할 비용”이라거나 “치뤄야 할 요금”이 되어서는 안 된다. 사실 주일 미사 봉헌을 통해 “그리스도교 신자들은 교회의 선익에 기여하는 한편 이 예물 제공으로써 교회의 교역자들과 사업을 지원하는 교회의 배려에 참여한다.”(119항)


결과적으로 이러한 사실을 신자들에게 알리는 일의 중요성이 드러나고, 이를 통해 여전히 주일 미사 예물이 사제의 유일한 수입원이자 복음화의 유일한 재원인 국가에서는 신자들이 본당의 필요, 즉 ”자기 필요“에 자발적으로 기여하게 된다. 신자들이 능동적으로 이러한 자기 필요에 책임지는 법을 배우는 것은 좋은 일이다.(120항)


이에 미국 가톨릭 일간지 < NCR >은 “교황청이 다시 한 번, 본당은 사제가 이끄는 것이고, 수녀나 평신도가 본당을 이끄는 방식은 오로지 서품받은 사목자가 부족한 경우에만 가능하다고 밝힌 것”고 보도했다.


프랑스 일간지 < La Croix >도 이번 지침이 “‘공동책임’을 강조하고는 있지만, 새로운 법을 포함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따라서 이는 본당 사제와 평신도 간의 책임 분배를 재조정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분석했다.



[필진정보]
끌로셰 : 언어문제로 관심을 받지 못 하는 글이나 그러한 글들이 전달하려는 문제의식을 발굴하고자 한다. “다른 언어는 다른 사고의 틀을 내포합니다. 그리고 사회 현상이나 문제는 주조에 쓰이는 재료들과 같습니다. 따라서 어떤 문제의식은 같은 분야, 같은 주제의 이야기를 쓴다고 해도 그 논점과 관점이 천차만별일 수 있습니다. 해외 기사, 사설들을 통해 정보 전달 뿐만 아니라 정보 속에 담긴 사고방식에 대해서도 사유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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