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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 비잔틴 양식 성당 이슬람 사원으로 바뀐다
  • 끌로셰
  • 등록 2020-08-25 18:4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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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 코라 성당의 `최후의 심판` 천장화 (사진출처=Church of Chora)


지난 22일 터키 대통령이 비잔틴 성당이자 유네스코 지정 세계문화유산인 성 코라 성당(카리예 박물관)을 이슬람 사원으로 변경하는 대통령령을 반포했다. 


이번 결정은 박물관으로 기능해왔던 세계문화유산인 성 소피아 성당(아야 소피아)을 이슬람 사원으로 지위 변경한 지 한 달 만에 벌어진 탓에 터키 대통령이 종교 문제를 가지고 정치 세력을 결집시키려 한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성 코라 성당은 4세기 경 콘스탄티노폴리스(지금의 이스탄불) 외곽에 지어진 정교회 성당으로, 성 소피아 성당과 마찬가지로 오스만 제국의 콘스탄티노폴리스 점령 이후 1511년 이슬람 사원으로 변경되었다. 


성 코라 성당의 원래 이름은 ‘들판의 성스러운 구원자 성당’이다. 코라는 그리스어로 도시 바깥의 지역을 가리키는 말이다. 오스만 제국에 의한 콘스탄티노폴리스 함락 이후 오스만 제국이 이를 이슬람 사원으로 바꾸면서 그리스어 ‘코라’ 대신 같은 의미를 가진 터키 단어 ‘카리예’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성 코라 성당은 11세기경 동로마 제국 황제 알렉시오스 1세 콤니노스의 황후인 이리니 두케나의 명에 따라 내부 공간이 그리스식 십자가 형태로 개축되어 오늘날의 형태에 이르게 되었다.


오늘날의 터키를 세운 무스타파 케말 아타튀르크 대통령은 1945년 이전까지 종교가 국가를 지배하는데서 비롯된 폐단을 정리하고자 정교분리 원칙을 표방하여 이슬람 사원으로 기능하던 성 코라 성당을 종교시설이 아닌 박물관으로 변경시켰고, 이에 따라 흔히 ‘성 코라 성당’ 또는 ‘카리예 박물관’, '코라 박물관'으로 불려왔다.


성 코라 성당은 특히 14세기경 제작된 성당 내부의 비잔틴 양식 모자이크로 유명한데, 그중에서도 '최후의 심판'이 유명하다.


지난 22일 발표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령에는 성 소피아 성당에서와 같이 첫 기도회가 언제 열릴지, 혹은 성 코라 성당의 여러 그리스도교 작품들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이와 관련해 앞서 이슬람 사원으로 지위 변경된 성 소피아 성당의 경우 이곳의 벽화, 천장화 등은 무슬림 기도 시간이 되면 천막으로 가려진다고 외신을 통해 보도된 바 있다.


< AFP >는 성 소피아 성당과 달리 성 코라 성당의 천장화와 벽화들은 내부 전반에 걸쳐있어 이를 천막으로 가리기는 불가능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를 두고 정교회 인사들은 유감을 표명했다. 정교회 전문 매체 < Orthodoxie.com >에 따르면 전 세계 정교회를 대표하는 바르톨로메오스 1세 콘스탄티노폴리스 세계 총대주교는 “성 소피아 성당에 이어 성 코라 성당을 이슬람 사원으로의 지위변경 한 것은 가슴 아픈 일”이라며 “이스탄불의 이 고유한 유산은 그리스도교 성당으로 지어졌다”는 점을 강조했다.


러시아 정교회 대외협력을 담당하는 힐라이온 알페예브(Hilarion Alfeyev) 주교 역시 “현 터키 정부가 전 세계 그리스도인들의 종교적 감정을 대놓고 무시한 것”이라며 “합리적 근거로 설명하기 어려운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프랑스 일간지 < Le Monde >는 에르도안 대통령의 성 코라 성당 지위변경 역시, 성 소피아 성당과 마찬가지로 “경제 약화와 코로나19 재발이라는 배경 속에서 지지율이 하락하자 여당의 보수적이고 독실한 기반의 비위를 맞추려고 애쓰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2002년 현 터키 여당 집권 후로 이스탄불의 성 소피아 성당과 성 코라 성당, 그리고 터키 북부의 트라브존, 키르클라렐리, 니카이아, 에디른에 위치한 정교회 성당까지 총 6개의 성당이 이슬람 사원으로 변경되었다. 


세계문화유산인 성 소피아 성당 이슬람 사원 지위변경 당시 입장문을 내고 터키 정부를 비판했던 유네스코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성 코라 성당 지위변경에 대해서는 별도의 성명이나 입장문을 발표하지 않았다.



[필진정보]
끌로셰 : 언어문제로 관심을 받지 못 하는 글이나 그러한 글들이 전달하려는 문제의식을 발굴하고자 한다. “다른 언어는 다른 사고의 틀을 내포합니다. 그리고 사회 현상이나 문제는 주조에 쓰이는 재료들과 같습니다. 따라서 어떤 문제의식은 같은 분야, 같은 주제의 이야기를 쓴다고 해도 그 논점과 관점이 천차만별일 수 있습니다. 해외 기사, 사설들을 통해 정보 전달 뿐만 아니라 정보 속에 담긴 사고방식에 대해서도 사유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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