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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오의 현실에서 감동의 목표로! - [이신부의 세·빛] 허리에 띠를 매고 등불을 켜자
  • 이기우
  • edit@catholicpress.kr
  • 기사등록 2020-10-20 14:59:15
  • 수정 2020-10-20 18:0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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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제29주간 화요일 (2020.10.20.) : 에페 2,12-35; 루카 12,35-38 



우리의 발은 땅에 딛고 있어야 하지만 머리는 하늘을 향해 있습니다. 


우리는 온 땅을 감싸고 있는 하늘을 향해 쳐다보며 하느님께 기도하면서도 땅에서 우리와 함께 살고 있는 이웃 인간과의 관계에서 행한 행위를 하느님께 드리는 기도의 예물로 삼습니다. 마음으로 기도하고 손과 발로 선행을 바칩니다. 이 기도와 선행은 마치 십자가의 가로 나무와 세로 나무처럼 서로 방향을 달리 하면서도 서로 교차되어 뗄 수 없이 묶여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하느님의 마음에 드는 삶을 지향하면서도 사람들의 마음에 드는 행위를 해야 합니다. 종교의 선교활동이 상인이 물건을 파는 상행위나 정치인이 표를 얻으려는 정치행위와는 물론 다르다 하겠지만, 사람들의 마음을 얻어야 한다는 점에서는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습니다. 예술인들이 자신의 작품을 통해서 사람들에게 기대하는 바 역시 감동을 주는 것입니다. 무릇 모든 예술 작품은 그 작품을 창작하는 데 들어간 예술가의 혼으로부터 감상하는 사람들이 그 선한 기운을 느끼기 때문에 감동을 줍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복음화를 하기 위한 선교 활동도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어야 합니다. 


우리 사회의 종교 현실에서는 광신적이거나 이기적인 행위 탓으로 사람들의 손가락질을 받는 일들이 종종 일어납니다. 


최근 한국 사회에서도 신천지라는 종교집단의 행태나, 목사의 직함을 내건 전 아무개라는 사람이 벌이는 정치소동과 그에 동조하는 일부 개신교 신자들의 행태로 말미암아 한국 사회에서 종교가, 특히 그리스도교가 도매금으로 혐오의 대상이 되어 버리는 사태가 생겨났습니다. 사실 이러한 사태는 그 동안 예수님을 믿는 목회자들의 탐욕스런 모금 행태와 이를 추종하는 신자들의 광신적 기도 행태로 말미암아 보이지 않게 쌓여 있던 사람들의 생각에 불을 지른 불쏘시개였습니다. 


특히 대형교회에서 버젓이 자행하는 목사세습행태라든지, 불교를 우상숭배 종교라 비난하거나 천주교를 이단시하는 독단적 행태가 그러했습니다. 이러한 행태는 사회 일반에 대하여 감동은커녕 혐오를 조장해 왔습니다. 그래서 자기정화의 차원에서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이 이미 오래 전부터 일어났습니다. 


이 운동은 암흑의 시대였던 1970~80년대 사이에 진보 진영의 치열한 저항과 보수 진영의 철저한 방관 사이에서 신앙적 혼란과 양심적 방황을 경험한 양심적 복음주의자들이 주역입니다. 이들은 진보 진영의 기존 체제에 대한 저항에 지지를 보내면서도 민중신학이나 해방신학과 같은 노선에 대해서는 부담을 느끼고는, 진보적 복음주의로 자처하기로 했습니다. 교세확장과 물질적 축복만을 강조함으로써 사회적 부도덕과 물질주의를 극복하지 못한 한국 개신교회의 지난날을 반성하면서 거듭난 신자의 경건한 삶과 행함이 있는 믿음을 통해 도덕성과 사회적 공의를 회복하고자 하였습니다. 


그리하여 생태환경을 위한 자발적 불편 운동, 신뢰받는 교회를 위한 깨끗한 총회 만들기 운동, 정의롭고 평화로운 사회를 위한 사회정치윤리 운동 등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이 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거나 심정적으로 동조하는 이들은 아마 고학력 중산층 개신교 신자들이 주축이리라고 짐작됩니다. 


우리 가톨릭교회가 복음화와 관련해서 유의해야 할 바는 이것입니다. 


우리 주변의 사회 여론이 개신교 일부의 광신적이고 탐욕스런 일탈 행위나 행태에 대해서 혐오한다고 해서 그것이 개신교 전체의 모습을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 그리고 그렇게 해서 어부지리로 가톨릭교회가 상대적으로 후한 점수를 얻는다고 해서 그것이 과연 우리의 실력에 대한 평가가 되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앞서 언급한 ‘기윤실’ 운동 등과 복음적 실천으로 선의의 경쟁을 해야 하지요.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기를, “너희는 허리에 띠를 매고 등불을 켜 놓고 있어라” 하셨고, 또 오늘 독서에서 사도 바오로는 에페소 교우들에게 권고하기를, “여러분은 사도들과 예언자들의 기초 위에 세워진 건물이고, 그리스도 예수님께서는 바로 모퉁잇돌이십니다. 그리스도 안에서 전체가 잘 결합된 이 건물이 주님 안에서 거룩한 성전으로 자라납니다. 여러분도 그리스도 안에서 성령을 통하여 하느님의 거처로 함께 지어지고 있습니다” 하였습니다. 


그러므로 “혼인 잔치에서 돌아오는 주인이 도착하여 문을 두드리면 곧바로 열어주려고 기다리는 사람처럼”, 우리의 소임과 사도직 활동 그리고 작은 선행들에서 정성을 다하면 교회라는 그리스도의 집이 튼튼하게 될 것이고, 교회가 세상 사람들에게 혐오를 안겨주는 대신 감동을 줄 수 있습니다. 


선교활동에서 세상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어야 하는 것은 선행만이 아닐 것입니다. 


이미 세상에는 너무나 많은 말들이 흘러넘치고 있으니, 교회가 선포하는 말씀, 즉 메시지와 강론은 시대의 징표를 식별하여 알려주는 희망의 등불이어야 하고, 그러자면 하느님의 계시에 대해서도 정통해야 하지만 시대의 흐름도 꿰뚫고 있어야 설득력을 갖출 수 있습니다. 사실 세상 사람들은 가볍고 천박한 말들의 홍수에 지쳐 있어서 하느님만이 하실 수 있는 깊이 있고 알찬 말씀을 듣고 싶어 합니다. 


그리고 성체성사가 거행되는 미사의 봉헌에 있어서도 경건함을 잃지 않는 것이 기본입니다. 미사는 하느님께 찬미와 영광을 드리기 위하여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고귀한 예배이기 때문이고, 하느님께서 복음화의 힘과 용기와 지혜를 주시는 자리이기 때문입니다. 



천주교 서울대교구 사제

(영원한도움의성모수녀회 파견사제)



[필진정보]
이기우 (사도요한) : 천주교 서울대교구 사제. 명동성당 보좌신부를 3년 지내고 이후 16년간 빈민사목 현장에서 활동했다. 저서로는 믿나이다』, 『서로 사랑하여라』, 『행복하여라』 등이 있으며 교황청 정의평화위원회에서 발간한 『간추리 사회교리』를 일반신자들이 읽기 쉽게 다시 쓴 책 『세상의 빛』으로 한국가톨릭학술상 연구상을 수상했다. 현재 영원한도움의성모수녀회 파견사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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