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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님께 일생을 봉헌한 수도자들 위해 기도하는 날 - [이신부의 세·빛] 봉헌으로 빛을 비추다
  • 이기우
  • edit@catholicpress.kr
  • 기사등록 2021-02-02 15:39:54
  • 수정 2021-02-02 16:2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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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님 봉헌 축일 (2021.02.02.) : 말라 3,1-4; 루카 2,22-32



▲ ⓒ가톨릭프레스 DB



오늘은 주님 봉헌 축일입니다. 이 축일은 성모님께서 모세의 율법대로 정결례를 치르시고 성전에서 아기 예수님을 하느님께 봉헌하신 일을 기념합니다. 또한, 이 뜻깊은 날에 교회는 주님께 일생을 봉헌한 수도자들을 위해 기도합니다. 


오늘 복음에서 루카가 보도하고 있는 내용은 아기 예수님께서 탄생하신지 여드레만에 할례를 베푼 요셉과 마리아가 사십 일이 되자 산모의 정결례와 아기의 봉헌예식을 하러 예루살렘 성전을 방문한 사건입니다. 가난했던 예수님의 부모는 이 예식을 위한 예물로 비둘기 한 쌍을 하느님께 봉헌했습니다. 우리는 이로부터 메시아께서는 가난하게 오셨으며, 그 부모는 유다의 율법에 따라 정해진 모든 규정을 철저하게 준수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비록 가난하여 초라한 예물을 봉헌했지만 하느님의 법을 철저하게 준수하던 예수님의 부모는 그 성전에서 뜻밖에 메시아를 기다려 오던 두 사람의 노예언자를 만났습니다. 그 중 한 사람은 시메온으로서, “의롭고 독실하여 성령께서 머물러 계시던” 이였고, 또 한 사람은 한나로서 “여든네 살이 되도록 성전을 떠나는 일 없이 단식하고 기도하며 밤낮으로 하느님을 섬겨온” 이였습니다. 


시메온은 아기 예수님을 받아 안고, 메시아를 보내주신 하느님을 찬미하면서 메시아를 통해 하느님께서 이루실 두 가지를 예언하였습니다. 즉, 메시아를 통해 이룩될 구원이 모든 민족들에게 계시의 빛을 비추시게 됨으로써 하느님의 백성 이스라엘에게는 영광이 될 것이며, 그런데 이 과정에서 메시아는 이스라엘 안에서 반대를 받는 표징이 되리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로 인해 어머니 마리아도 영혼이 꿰찔리는 고통을 겪을 것임도 아울러 내다보았습니다. 


하지만 비록 나중에 이스라엘 백성의 지도자들로부터 ‘반대를 받는 표징’이 될 운명이라고 해도, 원숙한 지혜와 깊은 신앙심을 지닌 예언자들이 아기 예수님을 메시아로 알아보고 하느님께 찬미를 드렸다는 사실은 하느님의 길을 걷지 않는 지도자들의 배척보다 더 귀한 역사적 의미를 지닙니다. 아브라함 이래로 하느님을 섬겨 왔고 메시아를 기다려온 아나빔들의 믿음이 결코 헛되지 않았으며, 기어코 응답을 받았음을 보여주는 역사적 사실이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주님의 봉헌을 기리는 뜻깊은 축일에 교회는 모든 축성 생활자를 기억하고 그 성소를 위해 기도합니다. 이들은 요셉과 마리아가 아기 예수님을 하느님께 봉헌했듯이 자신의 삶을 하느님께 봉헌한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이들을 우리는 수도자라고 부릅니다.


수도 생활의 역사를 돌아보면 기도의 모범과 금욕적인 생활, 놀라운 수덕 생활로 그리스도 신앙의 영성을 증거한 수도자들이 있었고, 참된 가난을 살면서 말씀으로부터 힘을 얻고 살아가는 아름다운 삶의 모습을 보여준 수도자들이 많았습니다. 그들은 세상으로부터 수도원으로 도피한 것이 아니었고, 세상이 기근과 질병과 전쟁 등으로 어려움에 처해 있을 때 영웅적인 덕행으로 사람들을 도와주고 어려움을 함께 나누었습니다. 그로 인해 신앙의 값진 가치를 깨닫게 된 신자들에게는 수도 생활에서 얻어진 귀한 영성을 나누어줌으로써 교회 생활을 지탱하는 보루가 되어 주었습니다. 


신자들은 물론 세상 사람들도 수도자들이 하느님께 약속한 정결과 가난과 순명의 서원이 발하는 가치를 알게 되었고, 이 서원은 그 수도자들이 예수님처럼 하느님께 자신을 봉헌하기 위한 예물이며 동시에 세상 사람들과 더 가까이 연대하기 위한 끈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오늘 이날을 이런 취지로 지내자고 제안한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은, 수도자들의 축성 생활은 정결과 가난과 순명을 하느님께 서원함으로써 세상 사람들을 섬기기 위하여 자신을 비우시고 낮추신 예수님을 따르기 위한 것(사도적 권고 ‘축성 생활’, 75항)임을 밝혔습니다. 


그러니 수도자들은 예수님께서 가셨던 곳에 가서 그분께서 하셨던 일을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오늘날의 의미로 보면, 이는 모든 인간의 존엄성을 증진시키고, 가난하고 힘없는 이들과 연대하며, 공동선을 추구하고, 피조물을 보호하는 일입니다. 


사실상 모든 그리스도인들이 해야 하는 이 일은, 수도자들이 앞장서는 모범을 통해서 평신도들이 본받으라는 파견의 의미가 주어져 있습니다. 수도자들은 예수님을 따르는 이 일을 기쁨과 형제애의 힘을 통해서 평신도들에게 보여주어야 합니다. 평신도들과 세상 사람들은 세상에 예수님을 보여주는 수도자들의 삶을 통해서 확신과 힘을 얻고 자신들도 예수님을 본받는 삶을 살아갈 수 있게 됩니다. 그래서 수도자들의 공동체는 희망과 참행복을 발견하는 장소이며, 기도에서 힘을 얻고, 친교의 원천인 사랑을 생활의 양식과 기쁨의 원천으로 삼아 살아가도록 부름받았습니다(‘축성 생활’, 51항). 


오늘 전례 중에 봉헌되고 축복을 받는 초처럼, 교회의 영적 보화를 지닌 수도자들이 자신을 태워 빛을 비추기를 기도합니다. 성령의 인도를 받은 시메온과 한나 예언자가 성전에서 일생 동안 기다려온 메시아를 알아보고 그 계시의 빛을 볼 수 있었듯이, 거룩한 서원으로 하느님께 자신을 봉헌한 수도자들의 생활 양식에서 드러나는 빛을 평신도들도 알아보고 다 함께 세상에 그리스도의 빛을 비출 수 있게 되기를 기도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빛의 행렬에 함께 응답하는 젊은이들이 많아지기를 하느님께 기도합니다. 




천주교 서울대교구 사제

(영원한도움의성모수녀회 파견사제)




[필진정보]
이기우 (사도요한) : 천주교 서울대교구 사제. 명동성당 보좌신부를 3년 지내고 이후 16년간 빈민사목 현장에서 활동했다. 저서로는 믿나이다』, 『서로 사랑하여라』, 『행복하여라』 등이 있으며 교황청 정의평화위원회에서 발간한 『간추리 사회교리』를 일반신자들이 읽기 쉽게 다시 쓴 책 『세상의 빛』으로 한국가톨릭학술상 연구상을 수상했다. 현재 영원한도움의성모수녀회 파견사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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