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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순시기를 시작하는 ‘재의 수요일’ 입니다 - [이신부의 세·빛] 하느님과 화해하십시오
  • 이기우
  • edit@catholicpress.kr
  • 기사등록 2021-02-17 12:21:33
  • 수정 2021-02-17 12:2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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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의 수요일 (2021.02.17.) : 요엘 2,12-18;2코린 5,20─6,2 ;마태 6,1-6.16-18


▲ (사진출처=Vatican News)


오늘은 사순 시기를 시작하는 ‘재의 수요일’입니다. 


이 날 참회의 상징으로 재를 축복하여 신자들의 머리에 얹는 예식을 거행하는 데에서 ‘재의 수요일’이라는 명칭이 생겨났습니다. 이 재의 예식에서는 지난해 ‘주님 수난 성지 주일’에 축복한 나뭇가지를 태워 만든 재를 신자들의 이마나 머리에 얹음으로써, “사람은 흙에서 왔고 다시 흙으로 돌아간다.”(창세 3,19)는 가르침을 상기시키며, 이로써 신자들은 단식과 금육을 지키면서 이 가르침을 되새깁니다. 


사순 시기 동안 우리는 예수님께서 마귀의 유혹과 싸우시며 하느님 나라의 복음을 선포하셨던 공생활을 되돌아보게 됩니다. 우리가 예수님을 본받는 데 있어서도 마귀와 맞서 싸우는 일은 필수적입니다. 단식과 금육을 포함한 극기로 마귀의 공격을 막기 위한 보루를 쌓고 희생과 자선을 무기로 하여 성령의 이끄심을 받기 위한 싸움을 벌이는 것입니다. 이 싸움을 위해 오늘 독서와 복음의 말씀이 우리를 이끌어줍니다. 


요엘 예언자는, 이제라도 단식하고 울고 슬퍼하면서 마음을 다하여 주님께 돌아오라고 권고합니다. 바오로 사도는 하느님과 화해하라며 지금이 바로 매우 은혜로운 때이고 구원의 날임을 상기시킵니다. 예수님께서는 자선을 베풀 때, 기도할 때, 단식할 때에 위선자들처럼 하지 말라고 하시며 사람들이 아니라 숨어 계신 아버지께 보이라고 하십니다. 이 모든 말씀은 우리 인간은 아무 것도 아닌 처지에서 생명을 비롯한 온갖 은총을 무상으로 받은 존재라는 삶의 대전제를 일깨워주는 것입니다. 


요엘 예언자는 당시 이스라엘의 관습상 회개의 표시로 옷을 찢던 일을 지적하며 옷이 아니라 마음을 찢어야 한다고 일침을 가했습니다. 인간이 누리는 모든 물질적 혜택은 결코 당연한 것이 아니며 모조리 하느님께서 거저 주신 배려의 결과인데, 마치 당연한 권리처럼 누리면서 정작 하느님은 잊고 살아가고 있는 태도를 뉘우쳐야 한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뉘우치지 않고 교만스럽게 살아가는 태도로써는 재앙을 불러올 따름이며, 뉘우칠 때라야 하느님의 분노를 가라앉힐 수 있고 다시금 그분의 자비를 입게 될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해주고 있는 것입니다. 


이런 처지에서 다윗이 충직한 부하 우리야의 아내를 불러 들여 죄를 짓고 나서 참회하는 시편 51편의 기도가 인간의 보편적인 지향을 대변합니다. 먼저, 다윗은 이렇게 뉘우쳤습니다. 


“주님, 당신께 죄를 지었사오니 저희를 불쌍히 여기소서. 하느님, 당신 자애로 저를 불쌍히 여기소서. 당신의 크신 자비로 저의 죄악을 없애 주소서. 제 허물을 말끔히 씻어 주시고, 제 잘못을 깨끗이 지워 주소서. 제 죄악을 제가 알고 있사오며, 제 잘못이 언제나 제 앞에 있나이다. 당신께, 오로지 당신께 잘못을 저지르고, 당신 눈앞에서 악한 짓을 하였나이다.”


무한한 자비를 하느님께로부터 입었으면서도 그에 대해 감사하지 않고 오히려 탐욕을 부리는 배은망덕한 인간의 처지를 처절하게 반성하고 나서야 비로소, 다윗이 하느님께 청하는 바는 창조주 하느님께서 우리의 생명을 다시 창조해 달라는 근본적인 청원입니다. 


“하느님, 제 마음을 깨끗이 만드시고, 제 안에 굳건한 영을 새롭게 하소서. 당신 앞에서 저를 내치지 마시고, 당신의 거룩한 영을 제게서 거두지 마소서. 구원의 기쁨을 제게 돌려주시고, 순종의 영으로 저를 받쳐 주소서. 주님, 제 입술을 열어 주소서. 제 입이 당신을 찬양하오리다.”


바오로 사도의 권고는 요엘 예언자와 다윗이 바친 기도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가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그는 이런 인간의 처지를 누구보다도 잘 아셨던 예수님께서 이 모든 죄를 없애주시려고 십자가를 짊어지셨음을 알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그가 “하느님과 화해하십시오.” 하고 권고하는 말은 요엘과 다윗이 기도하며 염두에 두었던 하느님만이 아니라, 우선 당신 자신의 죄가 없이 우리 죄를 대신 짊어지고 죽음을 선택하신 예수님께 해당됩니다. 


예수님의 수난이 우리의 죄로 인한 것이었음을 깨닫지 못하는 한 우리는 그분과 화해할 이유를 찾지 못하고 무덤덤하게 이 사순 시기를 보내온 습관을 그대로 되풀이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바오로는 예수님을 대신하여 그분과 먼저 화해하라는 뜻으로, 하느님과 화해하라고 통절하게 권고한 것입니다. 바오로에게 하느님은 예수님이셨습니다.


이런 바탕 위에서 예수님께서 말씀하시는 바는, 당신께서 자원하여 받으신 수난이 우리의 죄와 맺고 있는 관계를 깨닫고 비로소 당신과 화해하고자 하는 우리가 더욱 적극적으로 당신을 본받아, 우리도 다른 이들의 죄를 대신 속죄하며 하느님께 나아갈 수 있도록 기회를 주시는 권고입니다. 그리고 이 권고의 핵심이 자선과 기도와 단식인데 이를 행할 때 가장 중요한 정신은 사람들에게 보이려고 하지 말고 오직 하느님께 보여 드려야 한다는 점입니다. 모든 종교적 행위와 활동을 함에 있어서 기본적으로 갖추어야 할 자세입니다. 그에 대한 예수님의 표현이 이렇습니다. 


“숨은 일도 보시는 네 아버지께서 갚아 주실 것이다.”


이렇듯 사순 시기를 다시 시작하며 우리가 갖추어야 할 지향이,


- 첫째 받은 은혜를 모른 척했던 배은망덕을 뉘우치는 것에서

- 둘째 우리의 죄를 대신 짊어지어주신 예수님과 화해하는 것을 거쳐서

- 셋째 예수님을 본받아 다른 이들의 죄를 조금이라도 짊어지기 위해 자선과 기도와 단식을 행하되

- 넷째 이를 바탕으로 우리의 모든 생각과 말과 행위가 세상의 사회적 공동선에 기여하도록 지향하면서

- 다섯째 공로에 대한 상은 오직 하느님께로만 받겠다는 다짐이 필요합니다.


이렇듯 이 다섯 가지 지향으로 신앙의 순수함을 회복하는 일이 이 사순 시기의 과제입니다. 그러니, 하느님과 화해하십시오. 




천주교 서울대교구 사제

(영원한도움의성모수녀회 파견사제)


[필진정보]
이기우 (사도요한) : 천주교 서울대교구 사제. 명동성당 보좌신부를 3년 지내고 이후 16년간 빈민사목 현장에서 활동했다. 저서로는 믿나이다』, 『서로 사랑하여라』, 『행복하여라』 등이 있으며 교황청 정의평화위원회에서 발간한 『간추리 사회교리』를 일반신자들이 읽기 쉽게 다시 쓴 책 『세상의 빛』으로 한국가톨릭학술상 연구상을 수상했다. 현재 영원한도움의성모수녀회 파견사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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