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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원 작전은 현재 진행 중 - [이신부의 세·빛] 흩어져 있는 하느님의 백성을 한데 모으시리라
  • 이기우
  • edit@catholicpress.kr
  • 기사등록 2021-03-26 18:42:48
  • 수정 2021-03-26 18:4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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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순 제5주간 토요일(2021.3.27.) : 에제 37,21ㄴ-28; 요한 11,45-56



▲ ⓒ 가톨릭프레스 DB


사순 시기가 막바지에 접어들면서, 전례에서 들려오는 하느님 말씀에 담긴 이스라엘의 상황과 예수님의 생애가 점점 더 극적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에제키엘 예언자는, 주 하느님께서 이스라엘을 한 민족으로 만드시고, 그들과 새로이 평화의 계약을 맺으시리라고 예언하였습니다(에제 37,26). 또한 카야파 대사제도 본의 아니게 예언을 한 바 되었으니, 그것은 자기네 민족 전체가 멸망하는 것보다 예수 한 사람이 민족을 위하여 죽는 것이 낫다고 강변하면서 예수를 죽이기로 선동한 발언에서 나왔습니다. 


이로써 카야파는 이스라엘을 위해 그런 발언을 했겠지만 그의 본 의도와는 상관없이, 예수님께서는 하느님을 대적한 옛 이스라엘 민족이 아니라 그 민족 가운데에서 당신께 대한 믿음을 고백한 소수 아나빔들을 모체로 모든 민족들에게 열린 새 이스라엘로써 새로운 하느님 백성을 모으시기 위하여 당신의 목숨을 바치는 계기를 얻으시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보면, 독서와 복음 말씀 모두, 막장으로 치닫는 이스라엘 민족의 불행한 최후와 함께, 하느님께서 새로이 불러 모으시고 계약을 맺으실 새 하느님 백성을 준비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에제키엘의 예언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몇 단계의 희망이 성취되어야 했습니다. 우선, 바빌론 유배에서 풀려나서 조국으로 귀환하는 일입니다. “나 이제 이스라엘 자손들이 떠나가 사는 민족들 사이에서 그들을 데려오고, 그들을 사방에서 모아다가, 그들의 땅으로 데려가겠다.”(에제 37.21)는 말씀이 그것입니다. 


두 번째는 분열되었던 민족을 다시 하나로 통합하는 일입니다. “그들을 그 땅에서, 이스라엘의 산악 지방에서 한 민족으로 만들고, 한 임금이 그들 모두의 임금이 되게 하겠다.”(에제 37,22)는 말씀이 그것입니다. 세 번째는 우상을 숭배하던 풍습으로부터 정화시키는 일입니다. “그들이 다시는 자기들의 우상들과 혐오스러운 것들과 온갖 죄악으로 자신을 부정하게 만들지도 않을 것이다. 그들이 저지른 모든 배신에서 내가 그들을 구원하여 정결하게 해 주리라.”(에제 37,23) 하는 말씀이 그것입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 오시기까지, 첫 두 가지 과제는 이루어졌지만 세 번째 우상숭배의 과제는 미해결된 채로 남아 있었습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 예루살렘 성전을 정화하셔야 했던 것이고, 그 자리에서 그분은 사흘만에 부활하신 당신의 몸이야말로 새로운 성전임을 선언하셨습니다. 그래서 부활하신 예수님을 믿고, 그분의 성령의 이끄심을 따라서 부활 신앙으로 살아가는 이들이 새로운 하느님 백성을 이루게 될 섭리를 예언하셨습니다. 


사실은 카야파만이 아니라 예수 죽음에 가담한 이들 가운데, 밀고한 제자 이스카리옷 유다, 직무를 저버린 빌라도 모두 예수님께서 구세주로서 하느님의 섭리에 순명하도록 하는 운명의 악역으로 하느님께서 쓰셨습니다. 하지만 그들 악인들이 연출해 낸 역사의 무대가 전부가 아니었고, 예수님께서는 그토록 오랜 세월 동안이나 하느님의 부르심에 반역한 이스라엘을 당신 죽음으로 심판하시려는 하느님의 뜻을 깨달으셨고, 이 뜻에 담긴 거룩한 분노를 반영하여 저항 없이 죽음을 받아들이시기로 작정하셨습니다. 이를 자기비허(自己卑虛)의 계시라 합니다. 


사탄의 계략 안에는 이런 방식의 대응에 대비한 계책이 없었습니다. 사탄의 꼬임에 빠져서 죄악을 저지르는 자들은 이런 방식의 가치는 물론 그 영적인 효용도 알지도 못합니다. 제3자가 보기에는 무기력하기 짝이 없는 대응 방식이었겠으나, 예수님으로서는 최선의 방책이었습니다. 당신은 육신으로 죽지만, 적대세력들은 영적으로 소멸하는 작전이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당연히, 하느님께서는 육신으로 죽은 예수를 부활시키실 것이었습니다. 이 부활까지가 자기비허의 계시 안에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예수님의 부활은, 성모 영보의 연장선 상에서 천지창조를 능가하는 하느님의 창조 업적입니다. 죽은 자들 가운데에서 홀로 부활하신 그분은 아예 죄악으로 가득 차 버린 이 세상을 영적으로 심판하실 작정을 하시고, 당신을 믿는 이들을 새로운 당신 백성으로 삼아서 새 하늘과 새 땅을 창조하시려는 작전을 세우셨습니다. 그리고 이 구원 작전은 현재 진행 중입니다. 그래서 예수 부활을 믿고 살아가는 믿는 이들이 부활한 삶을 예수님의 성전으로 삼아서 새로운 창조가 이룩되고 있는 중입니다. 


이 창조 과업에 있어서도 에제키엘이 내다본 세 가지 선결과제가 아직 유효할 것입니다. 그러자면 이 땅에서 부활 신앙을 중심으로 모인 새 하느님 백성의 향후 사회적 실체와 전망이 나타나야 할 것인데, 이 꿈은 121년 전 어제 순국하신 안중근 토마스가 이미 밑자락을 깔아 놓은 바 있습니다. 그는 이토 히로부미의 위선적인 극동평화론이 한국과 청나라를 물론 일본의 장래까지도 망쳐 놓으리라고 내다보고서, 자신만의 동양평화론을 가톨릭 신앙에 입각하여 전개한 바 있습니다. 


안중근 토마스가 자신의 목숨과 맞바꾼 동북아시아의 평화의 꿈이 우리 앞에 펼쳐져야 할 시점입니다. 그간의 정세변화를 감안한 신동양평화론 내지 동북아시아 평화의 꿈이 나와야 하겠으나, 일단 지금 시점에서 바라보건대, 부활 신앙에 투철한 그리스도인들이 자신의 부활 신앙을 사회적으로 증거하는 일이 먼저일 것이고, 이들이 알짜배기 새로운 교회가 되어서 최고선과 공동선이 구현된 민주 대한민국을 만들고 그리고 거기서 발산되는 매력으로 주변 민족들을 변화시키는 하느님의 작전이 나올 것입니다. 하느님께서도 당신의 평화를 실현하는 당신의 백성이 반드시 필요하시기 때문에, 그 옛날 이집트나 바빌론에서처럼 당신의 경륜을 드러내실 것을 믿습니다.



천주교 서울대교구 사제

(영원한도움의성모수녀회 파견사제)



[필진정보]
이기우 (사도요한) : 천주교 서울대교구 사제. 명동성당 보좌신부를 3년 지내고 이후 16년간 빈민사목 현장에서 활동했다. 저서로는 믿나이다』, 『서로 사랑하여라』, 『행복하여라』 등이 있으며 교황청 정의평화위원회에서 발간한 『간추리 사회교리』를 일반신자들이 읽기 쉽게 다시 쓴 책 『세상의 빛』으로 한국가톨릭학술상 연구상을 수상했다. 현재 영원한도움의성모수녀회 파견사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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