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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직자 성범죄 피해자, 교황청 성범죄 방지 위원에 임명 - ‘카라디마 사건’ 피해자, 미성년자보호평의회 위원으로
  • 끌로셰
  • edit@catholicpress.kr
  • 기사등록 2021-04-02 11:15:26
  • 수정 2021-04-02 11: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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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NS photo/Paul Haring


2018년 전 세계 가톨릭교회를 뒤흔든 칠레 가톨릭교회 성직자 성범죄 사건의 피해자가 교황청 미성년자보호위원회(Pontiflcal Commission for the protection of minors) 위원으로 임명되어 화제다. 


후안 카를로스 크루스(Juan Carlos Cruz)는 일명 ‘카라디마 사건’의 피해자 가운데 용기를 내어 목소리를 낸 인물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15명의 미성년자보호위원회(이하 미보위) 위원 임기를 1년 연장하기로 결정하고, 크루스를 신임 미보위 위원으로 임명했다. 


크루스는 2014년 미보위 설립 당시 초대 위원으로 위촉되었으나 리카르도 에자티(Ricardo Ezzati) 추기경과 프란시스코 하비에르 에라주리스 오사(Francisco Javier Errázuriz Ossa) 칠레 추기경들이 그가 교황청 기구에 임명되는 것을 막은 것으로 알려졌다.


2014년 설립된 교황청 미보위는 성범죄 가운데서도 특히 문제가 되는 아동성범죄 문제 방지를 위해 구성된 기구다. 미보위 의장은 션 오말리(Sean O’malley) 추기경이다.


크루스는 자신의 SNS에 “나를 믿어준 교황님께 매우 감사드린다”며 “아직까지 정의를 찾지 못한 많은 생존자들을 위해 성범죄라는 재앙을 종식시키기 위해 계속해서 노력할 것임을 다시 한 번 다짐한다”고 말했다. 


크루스는 성직자 성범죄의 피해자이면서, 성소수자이기도 하다. 2018년 프란치스코 교황과 만난 자리에서 교황은 크루스에게 “당신이 성소수자라는 사실은 중요치 않다”며 “하느님이 당신을 그렇게 만드셨고, 그분께서는 당신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시니 내게 그러한 사실은 중요치 않다”고 말하기도 했다.


최근 원칙을 앞세우며 논란이 된 신앙교리성 입장과는 달리, 프란치스코 교황은 성소수자를 차별하지 않고 포용하며 이들의 목소리를 반영하기 위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는 사실이 부각되기도 했다. 


칠레 주교단이 은폐한 성직자 성범죄 사건


페르난도 카라디마(Fernando Karadima) 전 사제는 현직 주교를 포함하여 수많은 제자를 배출한 칠레 가톨릭교회의 유력 인사였다. 그는 1980-1990년 사이에 여러 아동을 상대로 성범죄를 저질렀으며, 이를 은폐하는데 그의 제자들이었던 고위성직자들이 가담했다.


2015년 칠레 오소르노 교구장으로 임명된 후안 바로스 마드리드(Juan Barros Madrid) 주교는 카라디마의 비위를 은폐했던 제자 가운데 한 명이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바로스 주교의 비위를 알고 그를 교구장으로 임명하지 않으려고 했으나 칠레 주교단이 개입하여 의혹을 무마한 정황이 드러나기도 했다.


이에 앞서 교황청은 2004년 카라디마 사건 조사를 시작했다. 그로부터 7년 뒤인 2011년 베네딕토 16세는 카라디마에게 환속 조치보다 한단계 낮은 ‘기도와 속죄의 삶’ 처분을 내렸고, 그는 평화로이 사제직에서 은퇴했다. 칠레 형사재판은 2010년 개시되었으나 공소시효 만료로 재판에 회부되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2018년 프란치스코 교황의 칠레 순방을 앞두고 크루스는 카라디마에게 피해를 입은 호세 안드레스 무리요(José Andrés Murillo), 제임스 해밀튼(James Hamilton)과 더불어 오소르노 교구 신자들과 함께 카라디마의 처벌과 은폐에 가담한 바로스 주교의 처벌을 요구했다.


이 과정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피해자들에게 “확증이 없다”는 말로 논란을 일으켰다가 칠레 순방에서 돌아오는 기내 기자회견에서 “뺨을 맞는 것과 같은 일이었을 것”이라고 피해자들에게 사과했다.


이후 교황은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경청하여 사건 재조사를 위해 교황청 특사로 찰스 시클루나 (Charles Scicluna) 대주교를 파견했다. 이후 특사의 보고서를 받아본 프란치스코 교황은 “진실하고 균형 잡힌 정보의 부족으로 상황 판단에 중대한 실수를 저질렀다는 것을 인정한다”고 말하면서 카라디마 사건의 본격적인 재조사가 시작되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피해자들에게 공식적으로 사과한 이후 문제제기에 나섰던 ‘카라디마 사건‘ 피해자들을 교황청으로 초청하여 직접 만남을 갖기도 했다. 피해자들은 “지난 10년 가까이 우리는 교회 성범죄와 성범죄 은폐를 고발했다는 이유로 원수 취급받아왔다”면서도 프란치스코 교황의 환대에 크게 감명을 받았다는 소감을 내놓기도 했다. 


성범죄 은폐에서 공식 사죄까지… 시간 걸려도 밝혀질 일


칠레 가톨릭교회와 전 세계 가톨릭교회를 뒤흔든 ‘카라디마 사건‘으로 칠레 주교단 전체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부름을 받고 교황과 만났다. 이후 칠레 주교단 32명 전원이 반성의 의미로 사임서한을 제출했다. 


그 결과, 칠레 주교단 32명 가운데 은폐에 가담한 것으로 확인된 후안 바로스 주교를 비롯한 주교 3명의 사임서한이 수리되었다. 교황은 피해자들의 상처를 치유하고자 비록 이미 은퇴했으나 카라디마의 성직을 박탈하고 그를 환속시켰다. 이후 칠레 주교회의는 카라디마 사건과 그 은폐에 가담한 것에 대해 공식적으로 사죄했다. 


이후 아동성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확인된 주교 2명을 찾아내 이들을 환속시켰고, 나아가 칠레 가톨릭교회를 대표해 ‘카라디마 사건’ 은폐를 위해 교황청에 많은 영향을 끼친 것으로 알려진 산티아고 대교구장 리카르도 에자티 추기경은 교구장직에서 사퇴하고, 프란시스코 하비에르 에라주리스 추기경은 교황청 개혁 기구인 추기경 평의회(추기경 자문단)에서 제외되었다.


교황은 이러한 조치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하느님 백성에게 보내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서한」을 발표하고 “한 명의 구성원이 고통 받는다면, 모든 이가 함께 고통 받는 것”이라며 가톨릭교회의 추문을 제대로 자성하지 못했다고 고백했다.


또한 ‘카라디마 사건’ 피해자들은 칠레 산티아고 교구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승소하기도 했다.




[필진정보]
끌로셰 : 언어문제로 관심을 받지 못 하는 글이나 그러한 글들이 전달하려는 문제의식을 발굴하고자 한다. “다른 언어는 다른 사고의 틀을 내포합니다. 그리고 사회 현상이나 문제는 주조에 쓰이는 재료들과 같습니다. 따라서 어떤 문제의식은 같은 분야, 같은 주제의 이야기를 쓴다고 해도 그 논점과 관점이 천차만별일 수 있습니다. 해외 기사, 사설들을 통해 정보 전달 뿐만 아니라 정보 속에 담긴 사고방식에 대해서도 사유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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