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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가 십자가에 못 박히던 날, 지구의 수난을 묵상하다
  • 강재선
  • 등록 2021-04-02 20:0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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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가자들이 다 함께 미얀마 민주주의를 기원하는 세 손가락 포즈를 취하고 있다 ⓒ강재선


공동의 집 지구공동체에 가한 우리의 폭력을 성찰하며 생태적 회심을 위해 기도합시다. (기후생태 십자가의 길 기도, 제1처)


오늘은(2일) 가톨릭 전례력으로 예수님이 십자가에 못 박히시는 성금요일이다. 성금요일을 묵상하며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알리기 위해 구성된 한국 천주교 연합체 ‘가톨릭기후행동’은 특별한 십자가의 길⑴을 선보였다. 


이들은 폐지와 나뭇가지로 만든 십자가를 지고 대한민국 수도 서울의 중심에서 하느님의 피조물인 지구의 수난을 기억하는 십자가의 길을 걸었다.



▲ ⓒ강재선



도심 한복판에서 기도문을 외는 모습이 일반인들에게는 신기한 광경이었다. 행인들은 수도복을 입은 사람들, 로만 칼라를 한 사람들, 손에 기후위기와 석탄발전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피켓을 든 사람들이 한데 모여 기도하는 모습을 신기하게 바라봤다.



▲ ⓒ강재선


‘가톨릭기후행동’은 코로나19 방역수칙에 따라 7-8명씩 한 조를 꾸려 7팀이 십자가의 길을 걸었다. 십자가의 길은 서울 광화문에서 시작하여 청계천을 거쳐 명동성당에서 마무리되었다. 


▲ (사진출처=가톨릭기후행동)


미얀마의 민주주의와 평화를 위해 용감하게 싸우는 미얀마 국민을 지지하고 그들과 어떤 방식으로든 연대할 수 있도록 기도합시다. (기후생태 십자가의 길 기도, 제6처)


▲ ⓒ강재선


기후변화 속도의 위험성은 이미 여러 차례 심각하게 경고를 울렸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말하듯 지구는 ‘우리 공동의 집’이다. 그러니 이 집을 지키는 것은 과학적으로 시급함과 더불어 가톨릭교회 신자라면 한 번 쯤은 생각해보아야 할 ‘신앙’의 문제인 것이다.


특히 이처럼 수많은 직장인들이 오고가는 도심 한복판에서 ‘우리 공동의 집’을 위해 기도하는 일은 기도의 탈성전화이자 일상의 성화(聖化)일지 모른다. 스스로 먼저 행동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생각할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이는 행동으로 이어져야 할 기도의 본분을 되찾는 한 걸음이다. 


▲ 조별로 십자가의 길을 마친 후 기도하는 중 ⓒ강재선


이날 성골롬반외방선교회 소속 신학생들도 도심 속 십자가의 길에 함께 했다. 그 중 한 신학생은 < 가톨릭프레스 >와의 인터뷰에서 도심 속에서 기도하는 일이 “쉽지 않았다”고 털어놓으면서도 성당 밖의 세상도 성전이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신학생은 “차 소리도 나고 사람들도 많고 정신이 없었다”면서도 “그 안에서 상대방을 어떻게 대하느냐, 이 환경을 어떻게 느끼느냐에 따라서 이곳을 성전이라고 느낄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아직까지는 쉽지 않은 일이다”고 말했다.


생태위기의 결과를 그대로 겪고 있는 사회적 약자들, 특히 코로나로 해고된 비정규직 노동자들, 과로와 산업재해로 매일 죽어가는 노동자들을 기억하여 이들의 정당한 요구에 함께 연대하고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기도합시다. (기후생태 십자가의 길 기도, 제10처)


▲ ⓒ강재선


그는 이와 같은 방식으로 가톨릭교회 구성원들이 사회 문제 참여하는 것에 관해 ”이는 단지 시작“이라면서 ”아는 것을 실천하는 것이 힘들 듯이, 저도 생태영성 교육을 온라인으로 듣고 있지만, 아직은 인식하는 단계에 있다. (하지만) 인식한 자체로 이미 절반은 시작했다고 생각한다. 환경적으로 행동하는 것이 아직은 힘들지만 이를 계기로 마음이 더 그리로 향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가톨릭기후행동'의 특별한 십자가의 길은 ‘광화문 금요 기후행동’ 1주년을 맞아 성금요일에 진행되었다. 


'한국 가톨릭기후행동'(GCCM Korea) 프란치스코 교황의 생태회칙 『찬미받으소서』와 산업화 이전 대비 기온 상승 폭을 2도 이하로 제한하는 것을 결의한 파리 협정(2015)을 중심으로 기후변화의 위험성을 알리기 위해 조직된 가톨릭 연합체로, 30여 개의 천주교 단체가 함께 하고 있다.


(1) 십자가의 길 : 십자가에 못박힌 그리스도의 수난과 죽음을 기억하는 기도. 예수가 사형 선고를 받아 십자가에 못박혀 죽음에 이르는 고통을 14개의 처를 통해 묵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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