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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를 묻기 위해서가 아니라 용서해 주기 위한 심판 - [이신부의 세·빛] 너는 나를 사랑하느냐?
  • 이기우
  • edit@catholicpress.kr
  • 기사등록 2021-05-21 13:42:24
  • 수정 2021-05-21 15: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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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 제7주간 금요일(2021.5.21.) : 사도 25,13-21; 요한 21,15-19


부활시기의 막바지에 이른 오늘, 우리는 복음에서 예수님과 베드로 사이에 오간 사랑의 대화를 들었고 독서에서는 바오로를 로마인들이 로마로 압송하게 된 사연을 들었습니다. 


- 복음 대화의 재료는 베드로의 배반이었으므로 세 차례에 걸쳐 행해진 부인 행위를 사면하는 뜻으로 신앙도 세 번 반복해서 고백받는 형식으로 이루어졌습니다. 독서 편지의 계기는 형식상 로마인들이 피고소인이. 변호를 받을 로마법상의 권리를 인정하기 때문이었지만, 실질적으로는 바오로가 로마 시민권자임을 밝히면서 로마법에 의한 정식 재판을 황제에게 항소하였기 때문이었습니다. 


- 베드로의 배반이란 그가 스승 예수님께서 체포되어 가셔서 재판을 받으시는 동안에 그 자리를 얼쩡거리다가 주변 사람들의 눈에 띄어 추궁을 당하자 얼떨결에 모른다고 스승을 부인한 수제자의 죄를 말합니다. 바오로가 고소를 당한 죄목은 이미 죽었는데 살아있다는 종교적인 부활주장으로서 로마관헌들과 황제는. 본의 아니게 로마의 재판정에서 부활 신앙을 공식재판을 통해 공표하게 되었습니다. 


- 복음에서 베드로는 예수님께로부터 심판을 받은 것이고 독서에서 바오로는 로마제국의 한복판에서 재판을 받게 되었습니다. 심판은 신앙에 관한 사랑의 심판이요 재판은 부활에 관한 종교사항 재판입니다. 심판이든 재판이든 무척 엄중해야 할 것 같은 상황이지만 분위기는 둘 다 매우 싱겁게 보입니다. 왜냐하면 베드로의 심판은 어차피 죄를 묻기 위해서가 아니라 용서해 주기 위한 심판이고, 바오로의 재판도 로마인들은 하도 많은 신들을 믿고 있고 그 신들이 죄다 부활과 같은 하늘의 사정이나 내세의 일에는 관심도 없고 아는 것도 없는지라 무죄로 판결날 것이 뻔해서 그렇습니다.


예수님께서 베드로에게 발현하셔서 물으셨던 질문은 우리가 지녀야 할 부활 신앙의 은총스러운 효과를 알려줍니다. 그분은 죄를 따져서 벌을 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죄를 없애고 용서하기 위해서 발현하십니다. 아들을 보면 아버지를 보는 것으로서, 예수님의 이 싱거운 심판을 보면 죽은 다음 하느님의 법정에서 받을 심판도 매우 싱거울 것 같아서 전혀 두려워할 이유가 없음을 알게 해 줍니다. 


정작 예수님께서 가지신 관심의 초점은 베드로의 배신죄라든가 배신의 횟수가 아니었고, 베드로가 당신의 양 떼를 칠 수 있는 권위를 부여하시고 이를 위해 체면을 세워 주시려고 베드로의 입으로 당신을 사랑한다는 고백을 듣고자 함이었습니다. 그래서 그분은 그래도 다른 제자들보다는 수제자가 더 당신을 사랑하고 있음을 알고 계시다는 것을 암시하시는, 그래서 질문을 하시는 것인지 고백을 하시는 것인지 단정 짓기 어려운 말씀으로 대화를 나누셨습니다. 


이것이 우리에게도 복음일 수 있는 이유는 우리도 베드로처럼 수시로 또 세 번도 더 넘게 예수님께서 부여하신 책임을 잊어버리고 결과적으로 그분을 모른다고 부인하며 살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베드로입니다. 


바오로의 목표는 로마에 복음을 전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순교함으로써 복음선포의 효과는 극대화될 수 있으리라고 기대를 했습니다. 그래서 일단 로마에 압송되기 위해서 로마 시민권을 발동했을 뿐, 어차피 그들이 알지도 못하고 관심도 없는 부활 신앙 문제를 꺼낸 이유는 바리사이들을 끌어 들여 사두가이들을 제쳐놓기 위해서였을 뿐입니다. 


사실 바오로에게는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새롭게 사는 인생이 바로 부활이었습니다. 열성적인 바리사이로서 그리스도인들을 잡아다니던 시절의 자신을 생각하면 엄청난 변화가 일어났고 대단한 영적 진보가 생겨났습니다. 우리도 바오로이기를 바랍니다.



천주교 서울대교구 사제

(영원한도움의성모수녀회 파견사제)



[필진정보]
이기우 (사도요한) : 천주교 서울대교구 사제. 명동성당 보좌신부를 3년 지내고 이후 16년간 빈민사목 현장에서 활동했다. 저서로는 믿나이다』, 『서로 사랑하여라』, 『행복하여라』 등이 있으며 교황청 정의평화위원회에서 발간한 『간추리 사회교리』를 일반신자들이 읽기 쉽게 다시 쓴 책 『세상의 빛』으로 한국가톨릭학술상 연구상을 수상했다. 현재 영원한도움의성모수녀회 파견사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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