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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교황, 교회법 개정하고 성범죄 관리 책임 강화
  • 끌로셰
  • 등록 2021-06-09 16:0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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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출처=Vatican News)


프란치스코 교황이 14년 만에 교회법을 개정하여, 그간 교회법에서 뭉뚱그려 ‘여섯 번째 계명’으로 표현되었던 아동성범죄 등 여러 비위 행위가 구체적으로 명시되었다.


지난 1일 발표된 교황령(Apostolic Constitution) 「하느님의 양떼를 잘 치십시오」(Pascite gregem Dei)는 2007년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개시한 교회법 개정 작업의 결과물이다. 이번 교황령이 개정한 것은 교회법 제6권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교회법 개정을 통해 공동체의 유지를 위해서는 이러한 범죄가 척결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교황령에서 교황은 “사도 시대부터 교회는 스스로 행동 규율을 세웠고, 이는 시대가 지나면서 하느님 백성을 한데 모음으로서 구속력을 갖는 일관적인 규범집이 되었다”면서 “이러한 규범들은 우리 모두가 고백하는 신앙을 반영하고, 여기서 이 규범들은 구속력을 갖게 된다”고 강조했다.


교황은 “이러한 규범이 시대를 살아가는 공동체의 생활을 규정해야하기에 이는 하느님 백성의 사회적 변화와 요구와 밀접하게 연관을 맺어야 하며, 이에 따라 규범을 변경하고 변화하는 상황에 이를 맞출 필요가 생긴다”고 설명했다.


성직자 성범죄, ‘특별 의무 위반’ 아니라 ‘인간의 생명과 자유를 거스르는 범죄’로

성직자 외, 수도자·평신도 등 교회 구성원이 저지른 성범죄도 해당


개정된 교회법에서는 성범죄를 ‘피해자중심주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시각이 적용되었다. 이에 관해 교황령은 성직자가 저지르는 성범죄를 더 이상 성직자에게 부과된 “특별 의무를 위반”하는 행위가 아니라 살인, 유괴와 같은 “인간의 생명과 자유를 거스르는 범죄”(교회법 1398조)로 편입시켰다. 


이를 두고 교황청 교회법평의회 의장 필리포 이아노네(Filippo Iannone) 대주교는 “범죄의 중대함과 피해자에게 쏟아야 할 관심을 강조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이렇게 신설된 1398조 교회법은 성직자가 성폭행, 성매매 등의 성범죄를 저지를 경우 “직위해제 및 성직자 신분 제명을 포함한 다른 정당한 형벌에 처한다”고 명시했다.


또한, 기존에 성범죄 피해자를 16세 미만의 미성년자로만 한정했던 것에서 나아가 “미성년자, 불완전한 방식으로 사고하는 사람 또는 법이 그와 동일한 보호를 인정하는 사람”에게 성범죄를 저지를 경우 성직자 신분 제명에 처해질 수 있다고 명시했다.


1398조는 또한 성직자 외에도 수도자, 평신도 등 교회 구성원들이 저지른 성범죄 역시도 교회법 속죄벌(1336조)에 따라 처벌된다고 덧붙였다.


주교 재량권 제한… 직권자는 반드시 행정·사법절차 개시해야


다음으로 성직자를 비롯한 교회 구성원이 범죄를 저지른 경우에 해당하는 여러 형벌을 규정하는 1336조를 더욱 자세히 구분하고 기술하여 교회법상 성직자 등에 대해 권한을 갖고 있는 교구장이 임의로 처벌을 무마하거나 축소할 수 있는 재량권을 제한했다.


먼저, 성범죄 등의 범죄 사실에 대해서 주교 등의 직권자는 반드시 처벌을 위한 행정, 사법 절차를 개시해야 한다는 점을 명시했다. 


기존 교회법 1341조는 “직권자는 범죄인이 교정될 수 없음을 확인하는 때에만” 사법 절차를 개시해야한다고 규정하며 교회법상 사법 처리에 있어 주교의 재량권을 인정했다. 


하지만 개정법에서는 “직권자는 사목적 권고 수단, 특히 형제적 교정, 견책 또는 질책이 충분히 정의를 다시 세우고 범죄인을 교정하고 추문을 바로잡을 수 없음을 확인하자마자 형벌을 부과하거나 선언하기 위한 사법행정 절차를 반드시 개시해야 한다”고 선언했다.


또한, 기존 속죄벌은 거주 제한, 권한·직무 등 박탈 및 행사 금지, 면피성 전출, 성직자 신분 제명 등 총 5개로 간략히 속죄벌을 규정하고 있다. 반면 개정된 교회법은 명령·금지·박탈·성직자 신분 제명으로 형벌을 구분하고 각 형벌마다 구체적인 사항을 적시하여 임의로 처벌하거나 규정이 없다는 이유로 처벌을 내리지 않는 상황을 예방했다.


이번 개정법에서는 “죄가 될 수 있는 태만으로 인해 형벌이 성립되었음에도, 사건을 예견하고도 이를 피하기 위해 주의 깊은 사람이라면 취했어야 했을 예방 조치를 취하지 않은 자”(1326조)에게 의무적으로 더욱 무거운 형벌을 부과해야 한다고 규정하면서 사실상 자기 관할 하에서 벌어진 성범죄 및 중대 범죄를 은폐하거나 미흡하게 처리한 주교들의 책임을 강화했다.


이를 두고 교회법평의회 사무총장 후안 이냐시오 아리에타 오코아 디 친체트루(Juan Ignacio Arrieta Ochoa de Chinchetru) 주교는 “사목자들에게 범죄를 예방하고 더욱 심각해질 수도 있는 상황을 제때에 교정하는데 필요한 도구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외에도 이번 교황령은 법률적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차원에서 여러 가지 범죄를 재정리하여 명확히 했다.


특히 “교회의 권위를 거스르는 범죄”(1371조)에 교계제도 순명 외에 ▲교회당국에 위증 ▲교황비밀 위반 ▲선고 의무 미이행 ▲범죄 사실 미신고 등 성범죄 등 강력 범죄에 관해 가해자와 가해자에 유리하게 은폐를 시도하려는 주교 등 고위관계자들의 행위 역시 처벌 대상임을 명시했다.


성사를 거스르는 범죄 항목에 ‘여성 서품 시도’ 관련 내용 명시하기도


다음으로 성직자, 수도자의 “특별 의무”에 횡령, 착복 등 경제 관련 범죄 행위가 추가되었다. 


개정 교회법 1377조는 “교회 내에서 직위 또는 직무를 수행하는 사람이 불법적으로 무언가를 하거나 하지 않게끔 무언가를 주거나 약속하는 자를 비롯하여 이를 받는 자는 처벌을 받으며, 이 때 피해 복구의 의무는 여전히 남는다”고 규정했다. 


이와 더불어 기존에는 단순히 교회법에 어긋나는 상행위나 영업을 하는 성직자들의 행위만이 위법 사항이었으나 개정된 교회법에서는 “경제 분야 범죄를 저지른 성직자 또는 수도자”(1393조)가 처벌 대상이 된다고 적시하고 처벌이 이루어지더라도 “피해 복구의 의무는 여전히 남는다”고 규정했다.


한편 여성 서품 시도, 고해성사 기록 등 기존에도 교회법상 불법으로 규정되어 있었으나 명문화되어 있지 않던 사항들도 법전에 명시되기도 했다. 예를 들어 “성사를 거스르는 범죄” 항목에 여성에게 서품을 주려고 시도한 자와 이를 받으려고 한 여성은 자동 파문된다고 명시했다(1379조).


이에 대해 북미권에서 여성 서품 운동을 주도하고 있는 단체 ‘여성 서품 회의’(Women’s Ordination Conference) 케이트 매캘위 상임대표는 < Reuters >에 가톨릭교회의 입장을 잘 알고 있는 만큼 놀랍지는 않지만 “교황청의 가부장적 체계를 상기하는 일이자 계속해서 여성을 종속시키려는 시도”라고 비판했다.


이외에도 이번 개정을 통해 범죄와 형벌 전반을 다루고 있는 교회법 제6권의 제1부는 처벌·형법·제재 대상·형벌 및 기타 처벌·형벌 적용·사면·공소시효로 이뤄져있다. 개별 범죄에 관한 형벌을 다루고 있는 제2부는 신앙과 교회의 일치를 거스르는 범죄·교회 당국과 직무 수행을 거스르는 범죄·성사를 거스르는 범죄·평판을 거스르는 범죄와 위조 범죄·특별 의무를 거스르는 범죄·인간 생명, 존엄, 자유를 거스르는 범죄·일반 규범으로 기존보다 더욱 체계적으로 재편되었다.



[필진정보]
끌로셰 : 언어문제로 관심을 받지 못 하는 글이나 그러한 글들이 전달하려는 문제의식을 발굴하고자 한다. “다른 언어는 다른 사고의 틀을 내포합니다. 그리고 사회 현상이나 문제는 주조에 쓰이는 재료들과 같습니다. 따라서 어떤 문제의식은 같은 분야, 같은 주제의 이야기를 쓴다고 해도 그 논점과 관점이 천차만별일 수 있습니다. 해외 기사, 사설들을 통해 정보 전달 뿐만 아니라 정보 속에 담긴 사고방식에 대해서도 사유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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