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제17주간 금요일(2021.7.30.) : 레위 23,1-37; 마태 13,54-58
이스라엘 민족의 축제들은 특별한 날만에 올려지는 행사였을 뿐만 아니라 일상적인 전례 안에서 기념되었습니다. 축제와 전례 안에 담긴 뜻은 일상적인 생활 안에서도 언제나 하느님께 향하는 마음의 회개를 요청하는 것이요, 마치 이집트를 탈출하여 시나이 광야를 거쳐 가나안 땅에로 넘어온 것처럼 세속의 유혹에서 벗어나서 하느님께서 베푸시는 진리와 자비와 정의의 실천에로 나아갈 것을 요청하는 것이었습니다.
가장 큰 축제는 파스카 축제였습니다. 급박한 상황에서 그날 밤 안으로 이집트를 빠져나와야 했던 히브리인들이 누룩 없는 빵과 날채소만으로 요기해야 했던 그 상황을 재현하는 무교절이 이 축제 안에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 다음 고달프고 지루했던 시나이 광야 사십 년이 지난 후에 겨우 들어간 가나안 땅에서 농사를 지어 거둔 첫 수확의 맏물을 하느님께 봉헌하는 축제였습니다.
그리고 시나이 광야 사십 년 동안 우상을 숭배하고 불평불만을 일삼았던 죄를 뉘우치는 속제일과, 그렇게 해서 안정된 땅으로 들어가기는 했지만 하느님 백성의 거처는 오직 하느님 나라 안에서만 완성될 수 있음을 기억하는 초막절이 있었습니다.
이 모든 축제와 전례의 지향들이 일상적인 안식일 예배에서 기념되어야 했습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 고향에서, 안식일에, 회당에서 가르치시자 그분의 지혜와 기적에는 감탄하면서도 그분의 배후에 계신 하느님은 보지 못하는 배척 반응이 고향 사람들로부터 나왔습니다. 그동안 성대하게 지낸 축제들과 꼬박꼬박 지켜온 전례들이 유다인들의 의식 속에는 들어가지 못한 겉치레였음을 드러내는 스캔들이었습니다.
예수님을 어려서부터 보아왔다는 선입견이 오히려 회개를 가로막는 걸림돌이었습니다. 하느님께서 당신 백성을 찾아오셨는데, 정작 그 백성이 알아보지 못하는 역사상 최대의 수수께끼가 예수님 눈 앞에서 벌어진 겁니다.
세상의 시간은 유일무이합니다. 한 번 흘러가면 다시 오지 않습니다. 그러나 하느님의 시간은 되풀이됩니다. 하느님께서 인간에게 찾아오실 때마다 한처음이요, 종말입니다. 하느님 안에서 선이 시작되고 악이 종식됩니다.
우리의 전례 안에서도 하느님께서는 한결같이 현존하시고, 우리에게 새로운 시작과 풍요로운 마침을 선사하십니다. 고향과 집안에서조차도 배척 받으신 주님께서 우리들 그리스도인들의 전례와 일상 안에서는 환영받으실 수 있기를 바랍니다. 전례의 묵상은 영적인 탈출이요 초월입니다.
천주교 서울대교구 사제
(영원한도움의성모수녀회 파견사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