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신심은 이득의 수단이 아니라 목적 - [이신부의 세·빛] 신앙의 생활화 : 나눔과 봉사
  • 이기우
  • edit@catholicpress.kr
  • 기사등록 2021-09-16 16:27:32
  • 수정 2021-09-16 16:27:23
기사수정



연중 제24주간 금요일(2021.9.17.) : 1티모 6,2-12; 루카 8,1-3

 

박해시대 천주교 신자들은 오직 신앙생활을 자유롭게 하고자 심산유곡을 찾아들어 교우촌을 세웠습니다. 포졸들은 물론 밀고자와 배교자들의 눈을 피해 유랑 생활을 해야 했고, 또 먹고 살기 위해 매우 어려운 환경 속에서 생업을 개척해야 했습니다. 산속에서 화전이나 골짜기를 개간해서 천수답을 가꾸기도 했고, 숯가마나 옹기점을 운영하거나 산나물을 채취하기도 했습니다. 또 담배, 조, 밀, 야채 등을 재배하면 그럭저럭 살아갈 수 있었습니다. 그러니 교우촌 신자들은 대부분 몹시 가난했습니다. 

 

이러한 생활 속에서 피어난 것이 바로 신자들의 공동체 정신과 신심이었습니다. 교우촌에서는 과거의 신분이나 재산, 또는 얼마나 배웠는지 등을 따질 필요가 없었고 공동의 생업을 위해서 모두가 동등한 위치에서 서로 돕지 않으면 안 되었습니다. 공동 작업, 공동 분배의 생활방식은 필수였고, 공동 기도 역시 자연스럽게 정착되었습니다. 박해시대에는 기도서나 교리서, 신심서적을 구하기가 쉽지 않았기에 부모들은 자신들이 알고 있는 신앙 지식들을 자녀들에게 입으로 들려주면서 신앙을 전수해 주었습니다. 이렇게 해서 신앙은 생활화되었습니다. 

 

신앙의 생활화 과정에서 뚜렷이 나타난 것이 나눔과 봉사 활동이었습니다. 애긍과 단식은 자신들의 허물을 씻기 위한 지향으로나 끼니가 떨어진 이들을 돕기 위한 지향으로 필수적이었습니다. 상가 봉사 활동도 빼놓을 수 없었습니다. 그러면서 기회가 닿을 때마다 자신들의 생활양식에 입각한 신앙 도리를 전파하였습니다. 이처럼 교우촌의 신자들에게는 신앙과 신심이 경제생활의 목적이었습니다. 

 

야고보 사도는 이렇게 말합니다. “신심을 이득의 수단으로 삼지 마십시오. 먹을 것과 입을 것이 있으면 그것으로 만족하십시오. 돈을 사랑하는 것이 악의 뿌리입니다. 그 대신에 의로움과 신심과 믿음과 사랑과 인내와 온유를 추구하십시오”(야고 6,5.7.10-11). 

 

재물을 하늘에 쌓아 이웃과 나누라고 가르치신 예수님께서는 스스로 생명의 빵이 되시어 먹고 사는 경제 문제를 신앙 문제와 하나로 만드셨습니다. 그런 가르침을 깨닫고 예수님과 열두 제자를 시중 들어준 여인들이 있었습니다. 막달레나, 요안나, 수산나 등의 여인들은 열두 제자 못지않은 신심으로 초대교회를 세우는 사도들이 되었습니다. 신심은 이득의 수단이 아니라 목적입니다.


천주교 서울대교구 사제

(영원한도움의성모수녀회 파견사제)



[필진정보]
이기우 (사도요한) : 천주교 서울대교구 사제. 명동성당 보좌신부를 3년 지내고 이후 16년간 빈민사목 현장에서 활동했다. 저서로는 믿나이다』, 『서로 사랑하여라』, 『행복하여라』 등이 있으며 교황청 정의평화위원회에서 발간한 『간추리 사회교리』를 일반신자들이 읽기 쉽게 다시 쓴 책 『세상의 빛』으로 한국가톨릭학술상 연구상을 수상했다. 현재 영원한도움의성모수녀회 파견사제다.
기사수정

다른 곳에 퍼가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

http://catholicpress.kr/news/view.php?idx=7129
기자프로필
관련기사
댓글
※ 로그인 후 의견을 등록하시면, 자신의 의견을 관리하실 수 있습니다.
비회원 이름 패스워드 자동등록방지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