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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기 전에 미리 살아간 부활신앙 - [이신부의 세·빛] 제자들은 그 말씀을 알아듣지 못하였다(루카 9,45)
  • 이기우
  • edit@catholicpress.kr
  • 기사등록 2021-09-24 13:06:41
  • 수정 2021-09-24 13:0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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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제25주간 토요일(2021.9.25.) : 즈카 2,5-15; 루카 9,43-45

 

예수님께서 제자들을 전국에 파견하셨고, 이로 인해 쫓겨난 마귀들과 치유된 병자들로 인하여 예수님의 명성이 전국에 퍼져서, 헤로데 영주까지 놀라워하는 가운데 오천 명이 넘는 군중에게 빵을 배불리 먹이셨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예수님께서 하신 모든 일을 보고 놀라워하였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복음 선포 활동의 성공은 그 성과 때문에 십자가 수난을 가져올 것이었습니다. 실패해서가 아니라 성공했기 때문에 다가오는 십자가 수난, 이것이 하느님 나라의 일이 지닌 특징입니다. 예수님께서는 당신에게 머지않아 다가올 수난을 예감하시고 제자들에게 두 번째로 예고하셨지만 제자들은 알아듣지 못하였을 뿐만 아니라 왜 그래야 하느냐고 묻는 것도 두려워하였습니다. 

 

박해를 받게 되어 예기치 못하게 수난을 겪게 된 조선 천주교회에서도 그러했습니다. 조선 천주교회는 평신도들의 성직제도가 운영되면서 활발하게 교세를 키워나가던 참에 갑자기 박해를 받기 시작했습니다. 창립의 주역이던 이벽은 문중박해를 받아 곡기를 끊어 세상을 떠났고, 첫 세례자 이승훈은 배교와 자수를 거듭하다가 치명했으며, 정씨 삼형제 가운데 약종은 치명했고 약전과 약용은 유배형을 받았습니다. 


첫 사제 김대건은 입국한지 여섯 달 만에 체포되어 치명했고, 4년 후 들어온 최양업은 김대건의 뒤를 이어 교우촌 신자들에게 성사를 베풀고 교리를 가르치기를 12년 만에 길에서 선종했습니다. 최양업의 아버지 최경환은 아들을 사제로 키웠다는 죄목으로 혹독한 고문을 당하여 옥중에서 치명했고, 그 어머니 이성례는 옥중생활 중에 젖먹이가 굶어죽은 참담한 지경을 당하자 잠시 치명을 미루었다가 자수하여 치명하기도 했습니다. 


서양 선박을 불러 들여서라도 이 끔찍한 박해를 멈추어 보려던 황사영은 대역죄인으로 능지처참을 당했고, 그 아내인 정난주는 제주로 유배를 당하여 신앙인으로서의 모범을 보이다가 선종하여 제주도 주민들의 추앙을 받았습니다. 

 

이렇듯 천주교 신앙을 받아들인 우리 신앙 선조들은 제각기 다른 양상으로 수난을 받았지만 이렇게까지 될 줄은 미리 알았던 사람은 없었고, 더욱이 박해가 백 년씩 지속될 줄은 다 몰랐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예감할 수 있었던 십자가 죽음을 당하시기 이전에 이미 하느님 나라를 사셨던 예수님처럼, 우리 선조들도 수난을 당해 죽기 전에 이미 복음을 살았습니다. 이것이 죽기 전에 미리 살아간 부활신앙입니다. 이것이 그 선조들이 우리 후손들의 삶과 신앙과 기억 안에 살아있는 이유입니다.


천주교 서울대교구 사제

(영원한도움의성모수녀회 파견사제)



[필진정보]
이기우 (사도요한) : 천주교 서울대교구 사제. 명동성당 보좌신부를 3년 지내고 이후 16년간 빈민사목 현장에서 활동했다. 저서로는 믿나이다』, 『서로 사랑하여라』, 『행복하여라』 등이 있으며 교황청 정의평화위원회에서 발간한 『간추리 사회교리』를 일반신자들이 읽기 쉽게 다시 쓴 책 『세상의 빛』으로 한국가톨릭학술상 연구상을 수상했다. 현재 영원한도움의성모수녀회 파견사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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