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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교황, 새 추기경 21명 지명
  • 끌로셰
  • 등록 2022-06-02 14:12:25
  • 수정 2022-06-02 14:2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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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교황이 새 추기경 21명을 지명했다. 이번 신임 추기경 명단에는 한국인으로서는 4번째로 추기경이 되는 성직자성 장관 유흥식 라자로 대주교도 있다. 추기경 서임식은 오는 8월 27일 거행된다.

 

유흥식 대주교는 이번 임명에 대해 “추기경이라는 자리는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도 말씀하신 것처럼 어떤 승진이나 영예가 아니라 보편 교회를 위하여 더 많이 봉사하도록 부름 받은 자리”라며 “보편 교회를 위하여 봉사하고 교황님을 잘 보필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한국천주교주교회의를 통해 밝혔다.

 

유흥식 추기경 지명자는 한반도 평화에 각별한 관심을 기울여 온 인물이다. 2018년 남북정상회담 당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의사를 전달하는 가교 역할을 하기도 했으며,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끊임없이 한반도 평화에 대한 관심을 환기 시켜왔다.


아시아에 많은 비중 둔 신임 추기경 서임

 

‘국가별’로 보면 유럽과 아시아에서 각각 6명씩 추기경으로 서임했다는 점이 눈에 띈다. 유럽 중심의 추기경단보다 세계 각지를 대표할 수 있는 추기경단을 꾸리겠다는 의지가 돋보이는 인사를 단행한 것으로 보인다.

 

먼저 기존 관행에 따르면 교황청 부서의 장, 즉 장관급 인사는 추기경으로 서임되는 것이 관례였다. 물론 새 교황령이 발표됨에 따라 성직자가 아닌 평신도 또는 수도자도 이제 실질적, 제도적으로 모두 교황청 부서를 이끌 수 있게 되었으나 신임 추기경 명단에 현직 교황청 장관이 있다는 점에서 이들은 관례를 따른 것으로 보인다.

 

이번 신임 추기경 명단을 ‘대륙별’로 살펴보면 아시아와 유럽에서 각각 6명, 8명의 추기경이 지명되면서 가장 많은 추기경을 배출하게 됐다. 특히 아시아 대륙에서는 동티모르와 싱가포르에서 첫 추기경이 탄생하기도 했다. 이번 신임 추기경 서임 역시 가톨릭교회의 입장에서 ‘존재의 변방’이 되는 아시아에 많은 비중을 두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교황 선출권이 있는 추기경으로 좁혀서 살펴보면 아시아는 6명 전원이 유권자에 해당하고, 유럽 추기경 지명자 가운데는 4명만이 콘클라베(conclave)에 참여할 수 있는 유권자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착좌했던 2013년 당시 교황 선출권이 있는 아시아 추기경은 10명에 그쳤지만, 이번 임명을 통해 교황 선출권을 갖는 아시아 추기경은 총 21명으로 크게 늘게 된다.

 

신임 추기경들이 서임되고 나면 유권 자격을 갖는 추기경은 132명으로 늘어나며, 대륙별 추기경은 아시아 21명, 아프리카 17명, 남아메리카 24명, 북아메리카 14명, 오세아니아 3명, 이탈리아 20명, 유럽(이탈리아 제외) 33명이다. 이 가운데 프란치스코 교황이 서임한 추기경은 총 83명, 베네딕토 16세는 38명, 요한 바오로 2세는 11명이다.

 

교황 선출권이 없는 80세 이상의 추기경까지 모두 합하면 추기경단은 총 229명이 된다. 이 중 프란치스코 교황이 선출한 추기경은 113명으로 거의 절반에 달하는 숫자다.


한국과 인연 있는 신임 추기경 눈에 띄어 

 

가톨릭교회가 소수 종교의 지위를 갖거나 이제 막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지역들에 무게가 실린 이번 신임 추기경 명단에는 한국과 연을 맺고 있는 여러 신임 추기경들도 눈에 띈다.

 

비르질리오 도 카르모 다 실바 추기경 지명자는 2019년 동티모르 딜리 교구가 대교구로 승격되면서 동시에 대교구장으로 임명되었다. 그리고 2020년 한국을 방문, 서울대교구에 동티모르에 대한 지속적인 지원을 요청한 바 있다. 다 실바 추기경 지명자는 전임 교구장들이 1980년대부터 추진해왔던 계획을 이어받아 지난해 12월 동티모르 최초의 가톨릭 대학을 설립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역사적으로 포르투갈의 지배를 받아온 동티모르는 절대다수가 가톨릭교회 신자이나, 1970년대 인도네시아 식민지가 되었다가 2002년에 독립했다.

 

몽골 울란바토르 지목구장 조르조 마렌고 추기경 지명자는 몽골에 가톨릭교회의 기틀을 세우기 위해 파견된 이탈리아 출신 주교다. 주한국 교황대사는 주몽골 교황대사를 겸임하게 되어 있는 만큼, 그 관계가 긴밀하여 마렌고 주교가 몽골 지목구장으로 임명되었을 때 그 소식이 한국천주교주교회의를 통해 전달되기도 했다. 마렌고 추기경 지명자는 47세의 나이로 추기경단의 ‘막내’가 되기도 한다.

 

마렌고 추기경 지명자는 몽골 울란바토르 지목구가 설정된 바로 다음 해인 2003년부터 몽골에서 전교활동을 시작했다. 그러던 도중 초대 지목구장이었던 웬체슬라오 파딜랴 주교가 2018년 선종하면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마렌고 신부를 2020년 지목구장에 임명하고 주교로 서품했다. 마렌고 추기경 지명자는 국제 수도회 꼰솔라따선교수도회 소속으로 아시아 지역 참사 겸 몽골 지부장을 역임한 바 있다.

 

마렌고 주교는 지난 4월 21일 꼰솔라따선교수도회 경기도 부천 역곡 본원을 방문한 뒤 인천교구청을 찾았다. 마렌고 주교는 유흥식 추기경 지명자의 출신 교구인 대전교구와도 깊은 연을 맺고 있다. 대전교구에서 울란바토르 지목구에 선교사와 선교 자금을 지원하고 있으며, 대전가톨릭대를 통해 몽골인 사제를 배출하는데 기여했기 때문이다.

 

2021년 마렌고 주교는 대전교구에서 수학하며 몽골인으로서 두 번째 사제로 서품된 산자-자우의 사제서품식 주례를 맡기도 했다.

 

마렌고 추기경 지명자는 < Vatican News >와의 인터뷰에서 “처음 든 생각은 교황님께서 몽골 가톨릭교회처럼 절대적으로 소수인 교회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는 것”이었다며 “변방에 있는 작은 교회들에 대한 교황님의 관심에 커다란 감사를 느낀다”고 말했다.

 

루카스 반 루이(한국명 윤선규 루카) 대주교는 살레시오회 한국 지부장을 지냈던 인물이다. 1964년 한국에 파견되어 사제서품 이전부터 한국에서 활동해왔던 반 루이 추기경 지명자는 1980년대 청소년 사목에 많은 노력을 기울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살레시오회 한국 지부는 축하를 전하며 “윤 루카 대주교는 젊은 회원의 양성을 굳건히 하고 가난한 청소년들에 대한 헌신을 보다 구체화했으며, 한국 현대사의 격동기 중에도 청소년과 청년들의 인간적이며 영적인 양성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인 분으로 기록되어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최근까지도 한국을 방문하기 위해 코로나19가 끝나기만을 기다린다며 여러 자리에서 각별한 한국 사랑을 표현해 왔다”고 말했다.

 

염수정 추기경은 1970년대부터 연을 맺어왔던 반 루이 대주교에게 정진석 추기경 선교 후원회 명의로 벨기에 겐트 교구를 위해 1억 원을 후원하기도 했다.



80세 이하(교황 선거권 보유) 16명


1. 아서 로시(Arthur Roche) 대주교(영국) | 교황청 경신성사성 장관

2. 유흥식 라자로(Lazzaro You Heung-sik) 대주교(대한민국) | 교황청 성직자성 장관

3. 페르난도 베르헤스 알사가(Fernando Vérgez Alzaga) 대주교(에스파냐) | 그리스도의 레지오 수도회(L.C.), 바티칸 시국 위원회 위원장 겸 바티칸 시국 행정부 장관

4. 장마르크 아블린(Jean-Marc Aveline) 대주교 | 프랑스 마르세유 대교구장

5. 피터 에베르 오크팔레케(Peter Ebere Okpaleke) 주교 | 나이지리아 에크울로비아 교구장

6. 레오나르도 울리히 슈타이너(Leonardo Ulrich Steiner) 대주교 | 작은 형제회(O.F.M.), 브라질 마나우스 대교구장

7. 필리페 네리 안토니우 세바스티앙 두 로사리오 페랑(Filipe Neri António Sebastião do Rosário Ferrão) 대주교 | 인도 고아와 다마오 대교구장

8. 로버트 월터 맥엘로이( Robert Walter McElroy) 주교 | 미국 샌디에이고 교구장

9. 비르질리우 두 카르무 다 실바(Virgilio do Carmo da Silva) 대주교 | 살레시오회(S.D.B.), 동티모르 딜리 대교구장

10. 오스카르 칸토니(Oscar Cantoni) 주교 | 이탈리아 코모 교구장

11. 안토니 플라(Anthony Poola) 대주교 | 인도 히데라바드 대교구장

12. 파울루 세자르 코스타(Paulo Cezar Costa) 대주교 | 브라질 브라질리아 대교구장

13. 리차드 쿠이아 바우오브르(Richard Kuuia Baawobr) | 아프리카 선교회(M. Afr.), 가나 와 교구장

14. 윌리엄 썽쳬고(William Seng Chye Goh, 吳成才) 대주교 | 싱가포르 대교구장

15. 아달베르토 마르티네스 플로레스(Adalberto Martínez Flores) 대주교 | 파라과이 아순시온 대교구장

16. 조르조 마렌고(Giorgio Marengo) 주교 | 꼰솔라따 선교 수도회(I.M.C.). 몽골 울란바토르 지목구장


교황 선거권 없는 추기경 임명자 5명


1. 호르헤 엔리케 히메네스 카르바할(Jorge Enrique Jiménez Carvajal) 대주교 |  콜롬비아 카르타헤나 전임 대교구장

2. 루카스 반 루이(Lucas Van Looy) 주교 | 살레시오회(S.D.B.), 벨기에 겐트 전임 교구장

3. 아리고 밀리오(Arrigo Miglio) 대주교 | 이탈리아 칼리아리 전임 대교구장

4. 잔프랑코 기를란다(Gianfranco Ghirlanda) 신부 | 예수회(S.J.), 신학 교수

5. 포르투나토 프레차(Fortunato Frezza) 몬시뇰 | 성 베드로 대성전 의전 사제



[필진정보]
끌로셰 : 언어문제로 관심을 받지 못 하는 글이나 그러한 글들이 전달하려는 문제의식을 발굴하고자 한다. “다른 언어는 다른 사고의 틀을 내포합니다. 그리고 사회 현상이나 문제는 주조에 쓰이는 재료들과 같습니다. 따라서 어떤 문제의식은 같은 분야, 같은 주제의 이야기를 쓴다고 해도 그 논점과 관점이 천차만별일 수 있습니다. 해외 기사, 사설들을 통해 정보 전달 뿐만 아니라 정보 속에 담긴 사고방식에 대해서도 사유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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