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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돌아보는 영성 -1] 스콧니어링 : 조화로운 삶
  • 편집국
  • 등록 2015-10-12 17:13:57
  • 수정 2015-10-12 17: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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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휴식을 취하고 있는 니어링 부부(스콧 니어링과 헬렌 니어링)


우리 시대에 필요한 영성가를 기억해본다. 그는 미국의 소수 권력층에 속하는 집안에서 인생을 시작했으나 모든 기득권을 포기한다. 그는 반전 논문을 쓰고 간첩 혐의로 연방법정에 피고로 섰으나 무죄판결을 받았으며 강연을 통해 평화를 이야기기한 평화주의자였다. 


그럼에도 그는 동시대인들에게 위험분자로 낙인 찍히고, 교수와 공직을 박탈당한다. 강연은 취소되고, 감옥에 갇혔으며, 그가 쓴 책은 재판에 넘겨지고, 신문사들은 그의 저서에 대한 유료광고 게재조차 거절했다. 그는 사회로부터 철저히 고립되고 외면당했다. 배척당하고 소외되고, 고독의 한 가운데로 들어갔다.


스콧 니어링은 1883년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에 있는 탄광도시의 유복한 가정에서 태어났다. 꼭 1백 년 뒤인 1983년 8월 24일, 100살 생일을 맞이하고 메인 주 하버사이드에서 페놉스콧 만을 바라보며 스스로 곡기를 끊고 한달이 되던 날 삶을 마감한 은둔과 노동, 절제와 겸손이 몸에 밴 영성가였다. 


그는 교회에 다니거나, 성당에 나가지는 않았지만 생의 본질을 꿰뚫고 있는 사람만이 선택할 수 있는 삶을 살았고 또 그렇게 마감했다. 그가 곡기를 끊고 한달 간 죽음을 맞이했던 과정은 그의 부인인 헬렌 니어링이 쓴 <아름다운 삶... 사랑... 그리고 마무리>라는 책을 통해 알려졌고 사람들에게 큰 영감을 주었다. 그 밖에도 <조화로운 삶(1950. Living the Good Life)>, <단풍사탕 만드는 법(1954. The Maple Sugar BooK)> 등의 책을 통해 자연과 더불어 살아나가는 고독한 한 인간 영혼의 문제를 진솔하게 고백한다.


극도로 단순하고 검소하고 가난한 생활을 선택한 스콧과 헬렌은 새로운 삶의 방식을 선택한다. 그것은 ‘가지면 가질수록 그대의 존재의 지평은 좁아질 것’이라는 어느 철학자의 고백처럼 소유를 최소화하는 삶을 통해 존재의 심연으로 들어가고자 하는 지혜로운 삶의 새로운 형식이다. 


스콧과 헬렌은 새로 택한 삶의 방식을 실천하기 위해 시골생활을 한다. 몸을 움직여 노동하고 노동을 통해 얻은 음식을 노동에 필요한 만큼씩만 먹는다. 생활하기에 꼭 필요한 만큼만을 축적하며 노동이 꼭 필요하지 않은 시기에는 책을 읽거나 글을 쓰거나 사색하거나 건강한 대화를 한다. 이들의 실천정신은 ‘조화로운 삶’의 근간이자 필수조건이다. 


스콧 니어링의 조화로운 삶은 진정한 자유가 무엇인지 그리고 진정으로 의미 있고 충만한 삶이 어떤 것인지를 몸소 보여주는 삶이다. 신자유주의, 비교와 경쟁으로 일그러진 우리들의 삶의 자리에서 니어링 부부가 제시한 삶의 방식은 자본주의 소비문화가 극대화 되면 될수록 우리의 삶이 더욱 황폐해지고 비교와 경쟁, 시기와 질투, 우월과 열등으로 삶의 질이 결정되는 우리 세계 한 복판에서 강력한 메시지로 들려온다. 마치 그 옛날 세례자 요한이 광야에서 외쳤던 소리처럼 말이다. 


교회가 새로운 인간 삶의 방식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지 못한다면 사람들은 교회라고 하는 울타리를 억압과 강제의 불필요한 틀로 인식할 것이다. 교회는 새로운 영성을 준비해야 한다. 울림 없는 건조한 신학적 용어와 고루한 강론의 말 잔치가 아니라 새로운 삶의 방식과 생활, 신앙의 양식을 공유하며 변화하는 삶의 자리에 대한 연구를 해야 할 것이다.



진리를 향해 세워진 신성한 제단에서

그대는 거룩한 불꽃을 꺼뜨리지 않았으니,

그대의 거룩한 불꽃은 해가 갈수록 밝은 빛을 뿜으며 타올라

그대 조국의 청년들에게 등대가 되었도다.

그러나 탐욕과 시기는 무정하게 불꽃을 헤집어

사방으로 흐트러뜨렸으니

방향 잃은 불꽃은 만년의 그대에게 비수가 되어 날아오니


아, 불꽃 가운데서도 가장 환한 불꽃이여!

진실로 인하여 이처럼 고통스러워야 하는가!


더럽혀진 제단은 싸늘히 식어 쓸쓸하도다.

그러나 저들이 자신들의 만행에 취해 흥청거릴 때,

탐욕과 시기는 다시 배반의 눈을 들어

수백, 수천의 불길로 타오른다.

그대가 지핀 불꽃에서 다시 살아난 불길은

그대에게 승리의 영광을 되돌려 주리라.


- 스콧니어링 자서전 중에서 (실천문학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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