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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규) 죽음의 시학 : 경득이 아버지
  • 김창규
  • 등록 2015-10-16 10:23:20
  • 수정 2015-10-26 09:2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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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득이 아버지



아버지가 잡혀가던 날

골목에서 뛰어 놀고 있었고

잡혀가는 남편을 따라간

동생도 돌아오지 않았고

담 넘어 이웃집에도 통곡소리가 들렸다

마을 전체가 울음바다


아들은 나중에 교수가 되었다

소설도 쓰고 시도 쓰는 국문학과 교수가 되었다

한 많은 그는 너무 공부를 열심히 하다

눈이 멀게 되었다

모스크바까지 가서 고쳐보려 했지만

세상을 바로 보지 못했다

아버지를 찾지 못하게 했다


아버지가 어디론가 끌려가서

학살 된지 수십 년 세월이 흘렀고

그의 머리도 반백이 되었다

뼈만 나왔다면 달려가는 분

세상에서 가장 보고 싶은 분이 누구일까

어느새 해는 서쪽으로 기울고

노란 은행잎은 바람에 우수수 지는데

아버지의 소식은 없다


수많은 밤을 홀로 지새운 어머니가 먼저

아버지를 만나러 가셨다

분터골과 도장골에서 뼈들이 반짝이며

신호를 보내왔다 아버지가 거기 계셨다

막걸리를 따르며 땅을 치고 울었다


아버지가 떠날 때의 하늘도 변함이 없다

이제야 어머니도 따라 가신다

햇빛도 찬란하고 등 따습게 한다

어린 아들의 이름을 불렀다

경득아 잘 살아라



[필진정보]
김창규 : 1954년 충북 보은 출생으로 한신대학교를 졸업했다. 분단시대문학 동인, 한국작가회의 회원이며 시집 <푸른 벌판> 외 2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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