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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성생활의 해 심포지엄 강연 3
  • 김근수 편집장
  • 등록 2015-07-22 10:4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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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축성생활의 해를 맞아 6월부터 전국 네 곳에서 개최된 순회 심포지엄에서 김근수 가톨릭프레스 편집인의 강연 원고를 네 차례로 나누어 게재합니다.




신자유주의, 경제논리가 교회 안팎에 몰아치고 있습니다. 힐링을 내세우는 사람도 있고, 무지개 이야기도 있습니다. 그러나 가짜 영성과 진짜 영성을 잘 분별해야 합니다.


저는 이렇게 말하고 싶습니다. 행동 없는 영성은 허무합니다. 불의한 세력에 저항하지 않는 영성은 속임수입니다. 교회 밖으로 나가십시오. 수도회에 갇혀 자신을 위로하는데 애쓰지 말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가난한 사람들을 위로하는데 그치지 말고, 가난한 사람들 곁에 있으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갈릴래아 사람들아, 왜 하늘을 쳐다보고 있느냐?”라고 사도행전 1,11은 말합니다. 저는 이렇게 바꾸고 싶습니다. “수도자들아, 왜 하늘을 쳐다보고 있느냐?” 


저는 영성이란 용어를 넓게 보고 싶습니다. 현실을 떠난 영성은 없습니다. 가난한 사람들을 외면하는 영성은 없습니다. 영성이 신학적 도피수단이나 아편으로 사용되면 안 됩니다. 


올바른 영성을 지닌 사람은 가난한 사람들을 편들고, 불의한 세력에 저항합니다. 불의한 세상을 보고 침묵하는 사람에게 영성은 없습니다. 하느님과 나의 관계만 집중하는 영성은 없습니다. 그동안 영성은 주로 하느님과 나의 관계에만 집중되어 왔습니다. 그래서는 안 됩니다. 


육화 없는 영성은 없습니다. 세속화는 정답이 아닙니다. 육화가 정답입니다. 세속화된 수도자가 많다면 그 수도회의 미래는 어둡습니다. 육화된 수도자가 많은 수도회는 미래가 있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가난한 교회,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교회를 만들라고 한국주교단에게 요구하였습니다. 그런데 지금 한국교회는 가난한 교회,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교회에 별 관심이 없어 보입니다. 주교, 교구 사제, 평신도 대부분 마찬가지입니다. 수도자 아니면 누가 관심을 가질까요? 


수도자중에 교회개혁과 사회개혁에 적극적이지만, 우울하고 외롭게 지내는 분들이 있습니다. 변하지 않는 세상, 행동하지 않는 주교, 사제, 수도자, 평신도에 실망하는 아픔이 분명 있습니다. 그 아픔을 함께 하면서, 저는 이런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우리 함께 저항해야 합니다. 서로 깨우치고 서로 위로해야 합니다. 내가 회개하는 것도 어려운 일이지만 남을 깨우치는 일도 쉽지는 않습니다. 가난한 사람들이 자신을 가난하게 만드는 부자 정당에게 투표하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는 얼마나 자주 실망하고 있습니까? 


여기서 저는 예수 죽음의 현실적 원인을-하느님의 오묘하신 계획 말고- 두 가지로 보고 싶습니다. 


첫째, 예수는 가난한 사람들을 일치시키는데 실패하였습니다. 교회가 가난한 사람들을 쉽게 일치시킬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큰 교만이라고 생각합니다. 


둘째, 예수는 제자교육에 실패하였습니다. 성직자, 수도자 교육이 쉽지 않다는 말입니다. 우리는 그렇게 교육하고 그렇게 교육받아도, 겨우 이 모습 아닙니까?


로메로 대주교는 61살에 회개하고 2년 후 순교하였습니다. 죽기 2년 전에는 누구나 회개할 수 있다는 하나의 모범입니다. 로메로 대주교는 회개한 후에 불의한 권력에게 끈질기게 저항했습니다. 


그런데, 로메로 대주교의 인품과 영성이 훌륭했다는 사실을 꼭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인품과 영성이 훌륭한 사람만 예수처럼 로메로 대주교처럼, 끝까지 싸우고 끝까지 버틴다는 뜻입니다. 사회참여에 활발한 수도자들은 꼭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우리 저항도 하고 인품도 영성도 훌륭하게 갖추어야 합니다. 


아직 행동하지 않고 주저하는 수도자에게 무슨 말을 할까요? 회개하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그밖에 드릴 다른 말씀은 없습니다.


‘부자 수도회에 가난한 수도자는 없다’고 칼 라너는 말했습니다. 저는 이런 말씀을 덧붙이고 싶습니다. ‘부자 교구에 가난한 사제는 없습니다.’ 부유한 수도원이 문 닫는 경우는 있어도, 가난한 수도원이 문 닫는 경우는 없었습니다. 


혹시 우리 중에 부유하게 사는 수도회나 수도자가 있다면, 얼른 반성해야 합니다. 안락하게 사는 수도자가 있다면 얼른 회개해야 합니다. 가난하게 살지 않으면, 아직 수도자가 아닙니다. 순교하지 않으면, 아직 주교가 아닌 것처럼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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