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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은 혈연이 가장 중요한 나라?
  • 김혜선 런던 통신원
  • 등록 2015-08-19 11:3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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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를 잘 못해도 잘사는 부모 밑에서 태어난 영국인은 공부를 잘하지만 잘 살지 못하는 부모 밑에서 태어난 영국인보다 돈을 더 많이 버는 일자리를 얻을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를 가디언지는 보도했다.


성공 가능성은 심지어 할아버지의 사회적 배경과도 인연이 깊은 것으로 드러났다. 아동이 나중에 성공할지의 여부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은 부모의 학력, 부모가 다닌 중고등학교, 부모의 최종 학력 등이었다.


잘사는 부모는 그만큼 인맥도 넓어서 자녀를 위해 취업에 유리한 좋은 무급 인턴 자리를 얻어주는 경우가 많다. 아울러 진로 상담도 더 잘해주고 자신감이나 지도력과 같은 사회적 능력도 잘 키워준다.


조사는 42세가 된 시점에서 조사대상자들의 성취를 분석했는데 "공부는 잘해도 어려운 가정 환경에서 자란 사람은 이런 뛰어난 잠재력을 노동 시장에서 발현하는 데에 뒤쳐졌거나 적어도 덜 성공적"이었다.


보고서는 '꼭대기방'이 좀처럼 넓어지지 않는 풍토에서 계층 이동 가능성을 끌어올리려면 무급 인턴직을 없앤다든지, 낙후 지역의 학교 수준을 끌어올린다든지, 아이들에게 사회적 소통 능력을 가르친다든지 하는 정책 당국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희귀 성씨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별도의 조사에서 연구자들은 지난 150년 동안 영국에서 계층 이동을 향상시키는 노력은 의미 있는 결과를 낳지 못했다고 결론지었다.


조사를 주도한 두 경제학자 그레고리 클라크 교수와 닐 커민스 박사는 1841년부터 1911년까지의 인구조사 통계, 출생, 혼인, 유언, 세례 기록, 수습 계약, 여객선 탑승자 명부, 신문 광고 같은 다양한 자료를 분석하여 재산 상속이라는 "철칙"은 잉글랜드와 웨일즈에서 계층 이동 기회를 넓히려는 모든 노력을 일관되게 짓밟았다며 "가진 사람에게 더 많은 것이 주어졌다"고 결론지었다.


조사는 1만 8,869명을 재산을 기준으로 상‧중‧하 세 범주로 나누었는데 재산은 지금까지 알려진 것보다 더 일관되게 "다섯 세대가 지난 다음에도 상당한 수준으로" 후손에게 상속 되었다.

간단히 말해서 1858년의 부호 집에서 태어난 후손은 2012년 시점에서도 보통 사람들보다 훨씬 잘 살았다.


한편 영국은 OECD 국가 중에서 부모의 소득과 자식의 소득 사이의 상관관계가 가장 높은 나라로 드러났다. 두 경제학자에 따르면 150년에 걸친 세대 간 재산 상속률은 75%로 후손에게 재산 상속이 완벽하게 이루어지는 편이었다.


부호를 선조로 둔 후손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더 오래 살고 더 좋은 동네에서 거주하며, 옥스브리지에 다닐 가능성이 높고 의사나 변호사 같은 전문직에 종사할 가능성이 높았다.


빅토리아 시대 이후로 재산과 신분의 격차가 감소했음을 보여주는 증거는 없었다. 연구자들은 20세기 초반에 재산세가 도입되고 그 뒤 교육이 확대되고 대학 문호가 넓혀졌음에도 계층이동 가능성은 "티끌"만큼도 올라가지 않았다고 밝혔다.


연구자들은 계층 이동 가능성을 끌어올리겠다는 약속보다 더 낯익은 공약도 없지만 자신들의 분석은 이런 공약보다 뻔히 실패할 가능성이 높은 약속은 없음을 보여준다며, 부자에게 직접 세금을 더 거두어 빈자를 돕겠다는 의지 없이 계층 이동 기회를 넓히겠다는 정치인들의 공약은 공염불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가디언지의 한 독자는 데이비드 캐머린 영국 총리는 옥스퍼드를 나와 장모의 소개로 14만 파운드 연봉을 받으며 방송사에서 일했고 국회의원을 대부로 둔 덕에 의회에서 정치수업을 받았다. 주식거래인이었던 아버지 덕에 홍콩의 일류 금융기관에서 일했다며 한평생 특권을 누리며 살아온 사람이 계층 이동이라는 기회의 뼈다귀를 던져줄 리 만무하다고 꼬집었다.


또 한 독자는 잘사는 부모 밑에서 태어날 만큼 똑똑하고 앞을 내다보는 눈이 있었던 사람들을 본인의 노력 부족으로 가난한 부모 밑에서 태어난 사람들이 질투해서는 곤란하다며 기득권자들의 논리를 비틀어 야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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