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진 기자
다시 시작해야 한다
(세월호 참사 500일 추모시)
잊지 않으려고 발버둥 쳐도
기억은 벌써 그 날을 지우고 있다.
무디어진 지성(知性)처럼
희미하게 사라져 간다.
분노하고 절망하고 함께 아파했던
그리 짧지 않은 시간들,
그토록 함께 공감했던 나날은
무심하게 묻혀 버릴 것인가
나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가
먹고 살기에 분주한 도심은
쓰라린 과거를 쉽게 지워도 되는가
그대는 지금 어디에 있는가
단언컨대,
참사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기억은 사라져도
진실은 지울 수 없다.
가슴 아픈 그 날로부터
세월이 서럽게 흐른다.
한숨일랑 거두고
진실을 밝히기 위한 행동은
다시 시작되어야 한다.
+ 시대창작 소개
“시대창작”을 통해서 시인은 시대를 논하고자 한다. 시대가 불편하다면 불편함을 기록할 것이고 시대가 아름답다면 아름다움을 표현할 것이다. 따뜻함이 우리의 삶에 가득하다면 시인의 시는 따뜻한 단어와 밝은 문장으로 가득찰 것이다. 다만, 시인은 가난하고 소외된 이웃의 편에 서서 그들의 목소리를 대변할 작정이다. 소통의 장으로, 공감의 장으로 역할을 수행하며 울고 싶을 때는 함께 울고, 웃고 싶을 때는 함께 기뻐하는 “시대창작”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