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마실’(마사회가 실어요)··· 학교 앞 도박장 추방 외친 3년
  • 최진 기자
  • 등록 2015-09-09 09:52:56
  • 수정 2015-09-09 10:52:26

기사수정



용산 화상 경마도박장 추방대책위원회는 6일 서울 용산 장외발매소(화상경마장) 폐쇄를 요구하며 지난해 1월 22일부터 시작한 천막 노숙농성 600일을 맞아 ‘마실(마사회가 실어요)’ 문화제를 열었다.


서울 용산역에 있던 경마도박장이 천주교 성심여자고등학교 학교정화구역 15m 거리로 옮김에 따라 주민들과 학교 측은 강하게 반발했지만, 마사회는 지난해 6월 임시 개장에 이어 지난 5월 31일 정식 개장을 강행했다.


이날 박원순 서울시장은 문화제 시작에 앞서 농성장을 방문해 “매주 진행하는 농성에는 참여할 수 없지만, 주민의 뜻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 “이런 도박장을 운영해 번 돈을 누구에게 쓰는지, 마사회 존재 의미를 근본적으로 생각할 때가 됐다”며 “우리 학교, 우리 동네를 넘어서 다음 세대는 이런 불합리한 제도나 기관이 이런 식으로 움직여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 (사진출처=참여연대)


또한 “고생스런 시위에 힘들겠지만, 변화를 만들어 내고 승리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국회에서 조속히 관련 법안이 마련되고, 국정감사에서도 이 문제가 제대로 논의 되도록 노력해 달라”고 부탁했다.


이날 경마장 앞에서 열린 문화제는 성심 여중·고 학생들의 풍물반 공연과 해금 연주, 김재남 정의당 의원의 참여 발언, 김율옥 성심여고 교장 수녀의 감사 편지 낭독 등으로 진행됐다.


성심여고 풍물반 학생은 “우리 학교 일이기 때문에 우리가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떤 친구들은 중학생 때부터 이 싸움을 지켜봤다. 빨리 해결이 되지 않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 (사진출처=참여연대)


김제남 정의당 의원은 “창조경제란 이름으로 도박장에 키즈카페를 만들어 청소년, 여성, 학부모가 드나들게 하려는 미래부의 정책에 경악을 금치 못 한다”며 “사행산업을 키우려는 정부부처의 각성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김율옥 성심여고 교장 수녀는 “오늘은 천막을 친지 600일이다. 더위를 버티고 도박장 추방을 외친 시간도 3년이 지났다”며 “희망과 믿음으로 이 여정에 함께 해온 한분 한분께 깊은 감사를 드린다”고 말했다.


김 수녀는 “우리는 이 싸움에서 질 수 있지만, 그렇다고 이 싸움을 멈출 수 없다”며 “죽음의 문화에서 우리 아이들을 지키고 정의로움을 가르치기 위한 사랑의 힘이 여전히 우리 안에 살아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문화제에서는 참여객과 함께하는 ‘현수막 손도장 찍기’, 밀양 할머니들의 송전탑 반대 싸움을 그린 영화 ‘밀양 아리랑’ 상영, 첼로 연주회 등 다양한 행사가 진행됐다.


이날 대책위는 한 여론조사업체가 마사회의 의뢰를 받아 성심 여중·고 학생들에게 ‘반대 여론 무마용 여론조사’를 했다고 밝혔다.


지난 8월 중순에 진행된 설문조사 질문지는 학습 환경에 관한 질문이라고 명시한 후, 노골적으로 경마도박장과 관련된 내용을 묻고 있다.


주된 설문지 내용은 ‘경마장 고객을 보았느냐?’, ‘보았다면 정확히 어디서 보았느냐?’, ‘피해를 본 사례가 있다면 구체적으로 적어 달라’ 등이다.


이에 대해 대책위는 “성인조차도 구별하기 힘든 경마고객을 학생들이 구별할 수 있느냐”며 “질문하는 의도가 결국 학생들이 경마 고객을 본 적이 없고, 화상경마장이 학생들과 무관하다는 답변을 유도하려는 의도로밖에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마사회는 진정 좋은 학습 환경이 무엇인지 몰라서 학교 앞에 전국 최대 규모의 도박장을 짓고, 매일 도박장을 보며 학습하는 어린 학생들에게 설문조사를 해마다 하느냐”며 마사회가 학생들이 제대로 알 수 없는 내용을 질문해 ‘반대 여론 무마용 여론조사’를 하고 있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또한 대책위는 경마장의 인·허가권이 있는 농림부가 마사회의 중대한 일탈행위들을 두둔하고 있으며, 나아가 미래창조과학부가 도박장 내에 진행되는 키즈카페 사업에 무려 12억 원 가까운 예산을 지원했다며 규탄했다.


키즈카페는 아동과 젊은 부모들을 대상으로 하는 청소년 놀이 시설로, 참여연대는 건물 13~17층의 화상경마장이 청소년 보호법상 경마가 진행되는 날에는 청소년이나 어린이 출입이 금지되는데도 1~7층에 키즈카페를 만드는 것이 적법한지부터 살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용산경찰서는 지난 6월 청소년이 경마가 열린 날 이 건물에 출입하는 모습을 확인, 마사회의 청소년 보호법 위반 혐의 등에 대해 수사하고 있다.


대책위는 미래부가 도박장에 제공한 국가 예산 12억 원을 전액 환수하며, 예산 지원을 추진한 책임자를 징계하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주택이 밀집하고 여학생들이 다니는 학교 앞에 전국 최대 규모의 도박장 영업을 허가하고 추진한 것도 모자라, 아동· 청소년 시설까지 추진하는 현 정권과 농림부, 마사회에 대해 철저한 국정감사를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0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가스펠툰더보기
이전 기사 보기 다음 기사 보기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