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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제는 가난하게 살아야
  • 김근수 편집장
  • 등록 2015-10-18 12:16:16
  • 수정 2015-10-18 12: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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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교황은 가난한 교회,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교회를 만들라고 한국주교단 앞에서 요청한 바 있다. 그러나 교황의 이 말씀은 한국천주교회에서 별다른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다. 왜 그럴까. 


교황의 염원과는 반대로 한국천주교회는 갈수록 더 보수화될 것 같다. 사제들의 지금 사는 방식을 보면 그렇다. 그 근거중 하나는 은퇴사제 이야기다.


고령화 사회로 들어서면서 은퇴사제의 숫자와 수명이 늘어나고 있다. 대부분 혼자 거주하는 은퇴사제들을 부양하는 돈이 교구 재정에 더 부담을 주고 있다. 이 돈은 결국 평신도가 맡아야 한다. 


은퇴사제들이 몇 명씩 공동생활을 하는 방법이 있다. 그러면 교구와 평신도의 부담이 크게 줄어들 것이다. 


은퇴 이전에 사제들의 생활방식에도 큰 변화가 필요하다. 사제들은 은퇴 이전의 삶에서 검소하게 사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 골프는 꿈도 꾸지 말아야 한다. 식복사 없이 사는 사제들이 더 늘어나면 좋겠다. 사제들이 지금 생활수준을 유지하려면 교구가 돈벌이를 더 궁리해야 하고 사제들은 부자 신자들과 권력자들과 가까이 지낼 수밖에 없다. 


교구 사제들은 가난 서약을 하지 않았다며 볼멘소리 하는 사제들도 있다. 성서를 제대로 아는 사제가 그런 말을 감히 하겠는가. 


이 주제가 교회에서 활발하게 논의되길 바란다. 평신도의 부담을 사제들은 어떻게 줄일 것인가. 그런 고뇌를 사제들이 더 하기 바란다. 평신도의 부담은 말할 것도 없다. 평신도의 무거운 어깨를 보면서 사제들은 느끼는 게 없을까. 사제들의 부모도 평신도 아닌가. 


사제들은 가난해야 한다. 가난하지 않으면 아직 사제가 아니다. 지금 한국 사제들처럼 사는 사제들이 지구상 어디에 또 있는가. 지금 사제들처럼 돈 걱정 없이 노후 걱정 없이 사는 평신도는 소수에 불과하다. 


평신도들도 겨울잠에서 어서 깨어야 한다. 사제들에게 좋은 뜻에서 돈을 주는 평신도의 착한 마음을 나는 모르지 않는다. 그러나 길게 보면 그것은 결국 사제를 망치는 일이 될 수 있다. 사제에게 줄 돈 있으면 가난한 사람들에게 주는 게 낫다. 


백년 후에 후배 신자들이 오늘의 한국교회를 어떻게 평가할까. “교회에 돈은 넘쳐났고, 사제들은 안락하게 살았으며, 순교 정신은 사라지고, 성인성녀는 드문 시대였다.” 그런 예상이 혹시 되지는 않는가. 가난한 사제가 드문 곳에 가난한 교회가 있겠는가. 가난한 사제가 드문 교회가 어떻게 가난한 사람들을 편들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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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에 2개의 댓글이 달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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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eregrino332015-10-26 23:09:19

    가난하게 살려는 노력하는 사제가 있다. 하지만 신자들은 돈안쓰는 사제 답답한 사제라고 뒷말하기 바쁘다. 그렇게 아끼고 아껴 성당 빚을 다 갚고 떠났지만, 신자들은 그 사제가 떠났다고 환호한다. 아이러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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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omem2015-10-23 16:07:52

    사제답게 살아야 하는데
    영주들 아님 황제들 같이 사시는
    분들이 늘어만 갑니다~~
    말대로 우리는 가난 서약을
    안해서 상관 없다는  것같이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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