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달 30일 엘살바도르 순례단과의 자리에서 복자 오스카 로메로 대주교가 아직도 “순교 중”이라고 말했다.
엘살바도르에서 온 순례단은 지난 5월 23일에 있었던 오스카 로메로 대주교의 복자품을 감사하기 위해 바티칸을 방문했으며, 순례단 규모는 수도자, 평신도와 신학생 등을 포함해 500여명이었다.
교황은 로메로 대주교가 비록 폭력에 의해 세상을 떠났지만, 그가 여전히 “순교 중”이고 우리에게 또 다른 영감을 준다고 설명했다. 또한 최고의 희생적 사랑을 보여주었기 때문에 그의 정신은 현재도 복음을 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로메로 대주교가 “하느님께서 순교의 기회를 주시지 않더라도, 우리는 순교를 원해야 한다”고 말한 것을 상기시키며, “아무도 순교자로 태어나지 않았지만, 하느님의 은총으로 순교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순교자는 교회를 장식하는 이미지나 추억이 아니라 우리 형제·자매이며, 성인들의 통공이라는 신비를 함께하는 사람이며, 우리를 그리스도와 일치시키고 우리가 겪는 고통과 번뇌를 일깨우는 사람”이라고 덧붙였다.
교황은 “로메로 대주교는 교회와 엘살바도르의 보물이며 희망”이라며 “다가오는 자비의 희년에는 로메로 복자가 세상에 보여주었듯, 그리스도의 복음이 새롭게 선포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하느님의 거룩한 순례단이 어려운 문제를 직면하고 있는 엘살바도르의 진정한 정의와 평화를 위한 복음 선포를 지속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엘살바도르 교구장이었던 로메로 대주교는 동료 사제의 암살을 계기로 군사정권에 대항해 반독재운동과 인권 운동을 시작했다. 그는 목소리를 낼 수 없는 사람들의 대변인으로 인권침해와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했고 1980년 정부군의 총에 맞아 숨졌다.
로메로 대주교는 엘살바도르 군사독재 정권이 민주화를 염원하는 국민을 학살하자, “불의한 명령이 아닌, 양심에 따르라”며 정부를 비판하고 “역사가 요구하는 생명을 건 모험을 피하지 말자”라고 호소하며 가톨릭 사회참여를 위해 노력했다.
그의 장례식에는 25만 명이 모였으며 산살바도르 대성당 지하 무덤에는 현재도 순례객들이 미사를 봉헌하며 그의 정신을 되새기고 있다. 2010년 UN에서는 로메로 주교가 선종한 3월 24일을 ‘국제 모든 인권 침해의 진실에 대한 권리와 희생자의 존엄을 위한 날’로 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