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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장 칼럼] 대구대교구에게 드리는 부탁
  • 김근수 편집장
  • 등록 2015-11-09 09:45:15
  • 수정 2015-11-09 23:2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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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3일 천주교 대구대교구 사제단이 성직자 묘지에서 사제총회 미사를 봉헌하면서 ‘답게 살겠습니다’ 선언문을 발표했다. ‘답게 살겠습니다’ 운동은 지난 2월 천주교, 개신교, 불교 등 7대 종단 평신도 협의체 중심으로 시작되었다. 갈등과 분열의 골이 깊은 우리 사회의 변화를 위해 각 종교들이 자기 위치에 맞게 살며 헌신하겠다는 운동이다.


대구대교구 사제단은 이날 선언문에서 “사제답게 성무에 충실”하며, “복음 선포에 최선을 다하고 복음 말씀을 살겠다”고 다짐했다. “성무일도를 성실히 바치며 기도의 모범이 되며”, “하느님의 백성을 섬기고 봉사하는 사제”가 되고 “사제단의 일치와 형제애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대구대교구 사제단이 좋은 뜻과 좋은 지향을 보여준 것이니 마땅히 크게 환영한다. 이번 기회에 대구교구 사제단에게 축하하는 의미로 몇 가지 부탁을 드리고 싶다. 


대구대교구는 박정희, 전두환 독재 때 권력의 특혜를 많이 누린 교구 중 하나에 속한다. 그 자세한 사례를 들지 않는다 해도, 이 말이 무슨 뜻인지 이해하지 못하는 대구대교구 사제는 없을 것이다. 깨끗하지 않은 손을 거쳐 생긴 정의롭지 못한 재산을 대구대교구는 이제 어찌할 것인가. 전두환 국보위에 대구대교구 소속 전달출, 이종흥 신부가 참여한 사실은 역사에 부끄럽게 남는다. 


대구대교구는 교구 역사에서 어두운 부분을 국민과 신자 앞에 숨김없이 반성하고 정직하게 사과해야 한다. 그런 반성과 사과가 없으면 ‘답게 살겠습니다’ 선언문 발표의 빛이 안타깝게도 흐려질 수 있다. 


부자들과 권력자들과 가깝게 지내는 사제의 행동은 선언문 내용에 나오는 말처럼 ‘사제답게 성무에 충실’하는 처신과 거리가 멀다. 사제들이 골프장을 출입하는 일은 “하느님의 백성을 섬기고 봉사하는 사제”가 할 행동은 아니겠다. 대구대교구에서 부자들과 권력자들과 가깝게 지내거나 골프하는 사제들이 앞으로는 한 사람도 없기를 믿고 싶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부탁한 가난한 교회,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교회라는 말이 선언문에 보이지 않아 무척 아쉽다. 선언문에 추상적인 문구만 있고 자세한 행동 규칙이 따로 없는 것도 역시 아쉽다. 앞으로 세부적인 내용을 잘 만들어서 차분히 실천하리라고 기대해본다.


대구대교구의 바람직한 모범이 다른 교구에도 퍼져나가면 참 좋겠다. 한국 사제들이 “사제답게 성무에 충실하며... 복음 선포에 최선을 다하고 복음 말씀을 살며...하느님의 백성을 섬기고 봉사하는 사제”가 된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그런 선한 목자들이 많아진다면, 우리 평신도가 착한 양떼 되기는 어렵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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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에 3개의 댓글이 달려 있습니다.

  • 프로필이미지
    @nomem2015-11-10 22:26:06

    "대한민국의 모든 주권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노래하면서, 과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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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omem2015-11-09 23:30:54

    구호 한번으로 무엇이 바뀌겠나~
    1년후 이 기사 다시한번 올려 주세용.

  • 프로필이미지
    @nomem2015-11-09 18:48:07

    전석재신부 --> 전달출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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