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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칙 ‘찬미받으소서’ 기후변화 세미나
  • 최진 기자
  • 등록 2015-11-16 16:4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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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형제회 정의평화창조질서보전 특별위원회’는 13일 서울 중구 정동 프란치스코 회관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의 회칙 ‘찬미받으로서’를 주제로 ‘기후변화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번 세미나는 생태문명 공동체에 대한 관심과 돌봄의 마음을 회칙에 담아 인류에게 호소하는 교황의 의지를 충실히 이해하고 전인적인 인류 생존을 위해 함께 나아갈 방향을 모색하는 자리였다. 


세미나 발제에는 김근수 가톨릭프레스 편집장과 김준우 한국기독교연구소 소장, 최원형 불교 생태콘텐츠연구소 소장이 담당하고, 황종열 대구가톨릭대학교 겸임교수와 작은형제회 고계영 신부, 맹주형 천주교 서울교구 환경사목위원회 사무국장이 각각 논평을 맡았으며, 평신도와 수도자, 성직자 등 200여 명이 참석했다. 


해방신학 동반하는 ‘찬미받으소서’ 회칙


제1 발제에서 김 편집장은 “프란치스코 교황은 회칙 ‘찬미받으소서’에서 단순히 환경문제만 다루고 있지 않다. 환경을 넘어 생태를, 그것도 온전한 생태론 또는 총체적 생태론을 펼치고 있다”며 “회칙에 등장하는 ‘공동의 집, 어머니 지구, 돌보다, 모든 존재의 상호 의존, 가난한 사람들과 취약한 사람들, 패러다임 변화, 총체적 생태론’ 등은 해방신학에서 자주 쓰이는 친근한 단어다”며 회칙과 해방신학의 관계를 설명했다. 


▲ 김 편집장은 “프란치스코 교황은 회칙 ‘찬미받으소서’에서 단순히 환경문제만 다루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 최진 기자


그는 “‘찬미받으소서’에서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우선적 선택’이라는 해방신학의 주제가 일관되게 강조되고 있다”며 회칙이 인용한 지역교회 문헌들 모두 가난에 저항하고 해방을 위한 노력을 강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하느님은 모든 사람을 사랑하시지만 가난한 사람들을 먼저 사랑하신다. 해방신학도 모든 인간을 사랑하지만 먼저 가난한 사람들을 선택한다”며 ‘가난한 이들과 이 땅이 절규하고 있나이다’는 회칙 마지막 기도문이 회칙의 주제를 압축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회칙이 이론적 지평을 소외시키진 않지만, 결과적으로는 생태 회심을 바탕으로 공동 실천을 강조한다며 “보기-판단-행동이라는 해방신학의 방법론을 충실히 따르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회칙에서 비치는 종교에서의 여성성 회복은 가난한 사람들을 염려하고 피조물의 고통을 함께하는 마리아를 강조해온 해방신학과 자연스럽게 연결된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가난한 이들과 멀리 떨어져 가난한 이들의 세계와 문제를 모르는 신학의 자세를 지적하는 교황의 일침이 뼈아프다며 “신학자와 성직자는 누구를 위해 신학하고 있는지 가끔 거울을 보며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회칙은 21세기 영적 혁명 선언서”


제2 발제를 담당한 김 연구소장은 “이 회칙은 사목 지침서라기보다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긴박하게 요청하시는 ‘21세기 영적 혁명을 위한 선언서’라고 생각한다”며 “우리가 직면한 전대미문의 위기를 돌파할 영적 혁명을 위한 신학적 창조성과 지도력이 없으면 지구의 파멸과 인류의 멸종을 피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회칙이 “현재의 경제적 불평등과 전 지구적인 생태 위기 문제에 대한 구조적인 현상과 문화적 원인을 여러모로 분석하고 대화와 행동을 위해 폭넓게 제안하고 있다”고 말했다. 


▲ 김 연구소장은 “이 회칙은 사목 지침서라기보다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긴박하게 요청하시는 ‘21세기 영적 혁명을 위한 선언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최진 기자


김 연구소장은 이번 회칙이 영적 혁명서인 이유는 인류가 직면한 생존 위기 속에서 그리스도교의 존재 이유와 사명을 보여주며, 이러한 위기 속에서 하느님께 찬미를 고백하고 있어 신학 의미가 매우 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개인주의‧기복적 그리스도교를 하느님의 시선과 지구의 평화라는 관점에서 예언자적 그리스도교로 변화시킬 것을 촉구하고, “생태계를 파괴하는 우리들의 죄에 대해 분명하고 지적하고 있다”고 말했다. 환경 위기와 사회위기, 인간의 몸이나 자연, 또는 세상을 현실에서 분리하지 않고 오히려 일치를 이루는 것은 죽음의 문명을 극복하는 그리스도교의 기본 영성이라는 것이다. 


그는 기후 과학적인 관점에서 비추어본 하느님의 성찰이 “인간의 존엄성을 지킬 지혜와 힘을 줄 뿐 아니라 신앙공동체가 역사적 공포와 절망을 뚫고 나가는 돌파구(실천적 윤리 구성)를 열어준다”며 “회칙 ‘찬미받으소서’가 복음적으로 호소하는 ‘영적 혁명’에 우리의 영혼이 감동하는 만큼 우리의 삶은 아름다워지며, 또한 교회가 개혁에 성공하여 세계시장자본주의 체제와의 마지막 싸움에 헌신하는 만큼, 하느님의 창조‧진화는 다양성과 주체성과 친교를 원리로 하여 이 지구 위에서 풍성하게 계속되는 기적이 일어날 것이다”고 말했다. 


회칙의 공감과 성찰의 태도 본받아야


최 연구소장은 제3 발제에서 인류가 봉착한 기후변화의 위기로 빈곤과 질병, 불평등과 인권 등 전반적이고 동시다발적인 문제가 야기된다는 점을 성찰했다. 그는 “대량생산과 대량소비에 뒤따르는 대량폐기로 인한 생태계 파괴”를 살피고 인간의 ‘욕망’이 자리하는 생태파괴 시스템에 아직도 인간이 사로잡혀있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시스템을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정치‧경제‧대학‧종교에서 생태위기 극복을 위해 앞장서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윤리가 바닥에 떨어진 시대에 종교의 역할을 살피며 인간을 고통에서 해방하는 존재인 종교가 인류의 재앙에 대한 책임을 벗어날 수 없다며, 기복신앙에 매달리는 종교가 아니라 시대의 맥락을 읽는 참회를 시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 연구소장은 교황의 회칙이 종교의 수준을 넘어 정확한 과학적 근거와 풍부한 자료를 바탕으로 기술되었고 실천이 담보된 회칙을 통해 공감을 끌어냈으며, 문제에 대한 신학적‧환경적 공동의 접근 방식이 세계인들에게 열광을 받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또한 현상학적인 문제를 짚으면서도 지적보다는 성찰의 태도를 보이고, 인간의 마지막 보루라고 여겨지는 종교에서 합당한 결단을 내리고 있어 전 세계 신자, 비신자를 막론하고 회칙에 박수를 보낸다고 덧붙였다. 


최 연구소장은 “지금 이 시대에 우리가 우선으로 해야 할 일은 이러한 불교를 포함한 모든 종교의 가르침을 사회문제를 푸는 데에 응용하는 것”이라며 “개인의 윤리적 결단이나 정화만으로 해결될 수 없는 사회 구조적, 제도적 문제와 맞물려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자기성찰적인 경험과 지혜를 쌓아온 종교라면 문제가 무엇인지 생각할 다양한 방법이 종교 안에 가득할 것이라며 교황의 회칙이 지구라는 공동의 집에 사는 모든 형제‧자매에게 보낸 메시지이고 실천을 강조하는 만큼, 이웃 종교들과 연대하여 실천의 장을 넓히는 것을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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