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대교구가 16일 광주 서구 염주동 성당에서 ‘2015 봉헌생활의 해 열린 토론회’를 개최했다. ‘너는 나를 사랑하느냐(요한 21,17)’를 주제로 한 이번 토론회는 봉헌생활의 해를 성찰하며 교구와 교구 내 수도회가 성숙한 사목 발전을 위해 함께 나아가기 위한 방향을 모색하는 자리였다.
이날 토론회에는 천주교 광주교구장 김희중 대주교와 옥현진 총대리 주교, 최창무 주교와 서울교구 수도회 담당 교구장 대리 정순택 주교, 성 베네딕도회 왜관 수도원장 박현동 아빠스를 비롯해 글라렛 선교수도회, 천주의 성요한 수도회, 예수의 까리따스 수녀회, 사랑의 씨튼수녀회 등 사제와 수도자, 평신도 등 800여 명이 참석했다. 이들은 봉헌생활자의 정체성, 복음 삼덕과 교구 사목 협력자인 수도자의 역할과 미래 제언, 수도자의 현실 참여와 쇄신 과제 등 다양한 각도에서 대화를 이어갔다.
옥현진 주교는 수도회 발전과 교구의 협력 방안에 대해 언급하며 “교구 내 수도회가 경계를 허물고, 수도회 간의 협력을 기반으로 다양한 카리스마가 발휘된다면 교구와의 조화로운 발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교구는 양 냄새가 나는 사목자 육성에 힘 쏟고, 수도회는 수도자 정체성을 높이는 수평적인 대화의 기회를 많이 마련하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정순택 주교는 “수도자의 정체성은 자신의 뜻 대신에 하느님의 뜻을 앞세우는 순명에 있다”고 강조했다.
박현동 아빠스는 “삶의 불편을 얼마나 기꺼이 받아들이느냐 하는 청빈의 의미가 신앙적 성숙을 좌우하는 지표가 된다”고 밝혔다. 주교회의 홍보국장 이정주 신부는 “제대 준비, 꽃꽂이는 신자가 더 잘하는 시대가 됐다. 수도자들의 본당 사도직이 기능적인 역할로 흘러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본당에서 수도자들이 영성적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사랑의 씨튼 수녀회 최승희 수녀는 “교구를 초월해 다양한 사목자와 사목지의 상황에 놓이면 영성적인 역할 뿐만 아니라 기능적 역할도 다양하게 요구받는다”며 현장 사목에서 겪는 수도자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또한, 사제들이 수도자들을 사목의 협력자로 여겨 인격적으로 대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예수의 까리따스 수녀회 노미용 수녀는 본당에서 적응해야 하는 회식과 노래방 문화와 같은 현장의 한국 문화를 언급하며 영적인 식별이 늘 필요하다고 말했다.
광주가톨릭대 신학대 생활관장 김정용 신부는 “수도회 장상들이 소속 수도자들의 자유를 존중하는 지도력이 있어야 진정한 의미의 순명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광주교구 평신도협의회 나현식 회장은 “주변을 고려하지 않는 수도회 장상은 장상이라기보다는 보스에 가깝다”며 동료를 아끼는 마음과 아픔을 나누는 장상의 소양을 요청하기도 했다. 이어 글라렛 선교수도회 이순성 신부는 “세월호사건 희생자를 비롯해 사회적 약자를 대변하는 사회참여가 수도자의 예언자적 활동을 증거 한다”고 말했다.
끝으로, 옥 주교는 이날 참여한 토론회를 통해 다양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어서 큰 배움이 되었다며, 향후 교구 사목에 오늘 토론의 내용을 적용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