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5월 31일 서울 명동성당에서는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사제단)의 시국미사가 열렸다. 사제단은 시국미사에 앞서 성당 들머리에서 보름간 단식 농성을 했다. 사제단은 당시 이명박 정권이 국책사업이라며 밀어 붙이던 4대강 사업에 맞서 농성 및 시국미사를 드린 것이다. 마침 이 시기는 지방선거를 앞둔 시점이어서 사제단의 단식농성은 여러모로 상징성이 컸다.
그러나 명동성당 측은 사제단의 농성이 못마땅했나 보다. 성당 측은 농성 중인 사제단 신부들이 성당 안으로 발을 들여놓지 못하게 했다. 심지어 성당에서 근무하던 한 사제는 사제단 신부들의 화장실 출입마저 막았다.
사제단의 시국미사 이후 명동성당 들머리에서 시국미사는 더는 열리지 않았다. 게다가 명동성당 주변은 대대적인 재개발이 이뤄졌고, 들머리는 옛 모습을 크게 잃었다.
12월 10일(목) 오전 공권력에 쫓기다 조계사에 몸을 숨긴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이 퇴거했다. 언론 보도를 종합해 보면 조계종 측이 사실상 나가라고 등을 떠민 모양새다. 친정부 성향이 강한 <동아일보> 보도는 더욱 경악스럽다. 이 신문은 11일(금) 조계사 주지인 지현 스님과의 인터뷰 기사를 실었다. 지현 스님은 이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번처럼 충분한 검토 없이 누군가 사찰에 들어오고, 눌러앉고, 정치투쟁을 벌이면 대책이 없다. 엄격한 매뉴얼이 필요하다”고 했다. 사실상 출입 자격을 제한하겠다는 말이다.
명동성당은 지난 2000년 한국통신 노조원들의 농성 이후 도피행위를 불허했다. 80년대 민주화의 상징이던 시국미사도 사라졌다. 그나마 가톨릭이나 불교는 선례라도 있으니 다행이다. 밤만 되면 십자가만 보일 정도로 교회는 난립하지만, 사회적 약자들이 교회 문을 두드린 적은 거의 없다. 광주의 시민들에게 총칼을 휘두르고 권력을 집어 삼킨 새 권력자를 위해 기도회를 열었던 교회이니 아예 찾을 생각을 하지 않나보다.
교회가 문을 닫고, 성당이 문을 닫고, 사찰마저 빗장을 채울 기세다. 세상이 평화로우면 모르겠다. 갈수록 민주주의가 뒷걸음질 치고, 세상은 부자와 권력자들에게만 유리하게 돌아가니 사회적 약자들은 발 붙일 곳이 없다. 이런 와중에 교회가, 성당이, 사찰이 빗장을 걸어 잠그면 가난하고 억눌린 사람들은 길바닥에 나앉아야 한다.
교회에 예수가 없고, 사찰에 부처가 안계시니 가련한 중생들은 갈 곳 몰라 방황한다.
신이시여, 어디로 가야만 하나이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