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12일 ‘동학농민혁명 121주년 전국 기념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서울에 가며 버스 안에서 시 한 편을 지었다. 난생 처음 달리는 버스 안에서 스마트폰으로 시를 지어 보았다. 달리는 버스 안에서 시를 짓기도, 또 스마트폰으로 시를 지어보기도 정말 처음이었다. 나는 그 시를 버스 안의 일행들 앞에서 낭송을 하기도 했다. 그러니 세상을 조금은 재미롭게 사는 셈이다.
오늘은 딱딱한 칼럼 대신 독자 여러분께 내 신작시 한 편을 선사한다.
눈물은 힘이고, 사랑이다
어렸을 적 나는 울보였다
너무 눈물을 흘려
놀림가마리가 된 적도 있었다
중학생 시절
단체 영화 관람을 하면서
철철 눈물 흘리는 나를
친구들은 울보라고 하면서 놀렸다
나는 울지 않는 친구들을 이해할 수 없었고
이상한 외로움을 느꼈다
어른이 되어서도 자주 눈물을 흘렸다
논산훈련소에서도
베트남 전장에서도
최전방 철책선 앞에서도
눈물을 흘리곤 했다
세상을 살아가는 일은
눈물을 흘리는 일이었다
눈물을 흘려야 할 일들은
오천 년 역사의 강줄기가 되어 밀려오기도 했고
오늘의 수많은 씨줄과 날줄 속에서도 생겨나곤 했다
1980년 광주의 비극을 알게 되고
1983년 KBS 이산가족 찾기 방송과
2000년 남북정상회담 모습을 볼 때는
남아 있는 눈물을 다 흘리는 줄 알았다
그래도 눈물은 많이 남아 있었다
세월호 참사를 겪으면서
평생 동안 내 눈물은
마르지 않을 것임을 확인했다
오늘 다시 눈물을 흘린다
내 가슴의 눈물 때문에
동학농민혁명 기념사업에도 참여하고
정의와 평화와 민주주의를 향해
온 가슴 온 몸으로 행동하는 나를 느낀다
내가 결코 포기할 수 없는 하느님 신앙도
내 눈물이 원천임을 깨닫는다
내 눈물로부터 발원하는 강한 소망으로
오늘을 살아간다
옛날 내 눈물을 부끄러워한 때도 있었고
눈물을 주체하지 못하는
나 자신이 못나 보이기도 했지만
언젠가부터 내 눈물을 사랑하게 됐다
노년에 이른 오늘도
내 눈물을 사랑하며 자신을 위안한다
눈물이 뜨거운 힘임을 확신한다
비겁함을 누르고
냉철한 분별심을 갖게 하는
내 눈물을 사랑한다
평생 눈물 속에서 살아왔음을 다시 자각하며
노년의 언덕 위에서도
끊임없이 눈물 꽃을 피우며
죽는 날까지 눈물 속에서 살고자 한다
내게 눈물샘을 주신 조물주께 감사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