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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지요하] 눈물은 힘이고, 사랑이다
  • 지요하
  • 등록 2015-12-16 10:42:04
  • 수정 2015-12-16 10:4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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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12일 ‘동학농민혁명 121주년 전국 기념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서울에 가며 버스 안에서 시 한 편을 지었다. 난생 처음 달리는 버스 안에서 스마트폰으로 시를 지어 보았다. 달리는 버스 안에서 시를 짓기도, 또 스마트폰으로 시를 지어보기도 정말 처음이었다. 나는 그 시를 버스 안의 일행들 앞에서 낭송을 하기도 했다. 그러니 세상을 조금은 재미롭게 사는 셈이다.   


오늘은 딱딱한 칼럼 대신 독자 여러분께 내 신작시 한 편을 선사한다. 




눈물은 힘이고, 사랑이다



어렸을 적 나는 울보였다

너무 눈물을 흘려

놀림가마리가 된 적도 있었다


중학생 시절 

단체 영화 관람을 하면서

철철 눈물 흘리는 나를

친구들은 울보라고 하면서 놀렸다

나는 울지 않는 친구들을 이해할 수 없었고

이상한 외로움을 느꼈다


어른이 되어서도 자주 눈물을 흘렸다

논산훈련소에서도

베트남 전장에서도

최전방 철책선 앞에서도 

눈물을 흘리곤 했다


세상을 살아가는 일은

눈물을 흘리는 일이었다

눈물을 흘려야 할 일들은

오천 년 역사의 강줄기가 되어 밀려오기도 했고

오늘의 수많은 씨줄과 날줄 속에서도 생겨나곤 했다


1980년 광주의 비극을 알게 되고

1983년 KBS 이산가족 찾기 방송과 

2000년 남북정상회담 모습을 볼 때는

남아 있는 눈물을 다 흘리는 줄 알았다


그래도 눈물은 많이 남아 있었다

세월호 참사를 겪으면서

평생 동안 내 눈물은

마르지 않을 것임을 확인했다


오늘 다시 눈물을 흘린다

내 가슴의 눈물 때문에

동학농민혁명 기념사업에도 참여하고

정의와 평화와 민주주의를 향해

온 가슴 온 몸으로 행동하는 나를 느낀다


내가 결코 포기할 수 없는 하느님 신앙도

내 눈물이 원천임을 깨닫는다

내 눈물로부터 발원하는 강한 소망으로 

오늘을 살아간다


옛날 내 눈물을 부끄러워한 때도 있었고

눈물을 주체하지 못하는 

나 자신이 못나 보이기도 했지만

언젠가부터 내 눈물을 사랑하게 됐다


노년에 이른 오늘도

내 눈물을 사랑하며 자신을 위안한다

눈물이 뜨거운 힘임을 확신한다

비겁함을 누르고

냉철한 분별심을 갖게 하는 

내 눈물을 사랑한다


평생 눈물 속에서 살아왔음을 다시 자각하며 

노년의 언덕 위에서도 

끊임없이 눈물 꽃을 피우며 

죽는 날까지 눈물 속에서 살고자 한다


내게 눈물샘을 주신 조물주께 감사하며…. 





[필진정보]
지요하 : 1948년 충남 태안 출생. 1982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중편소설 <추상의 늪>이, <소설문학> 신인상에 단편소설 <정려문>이 당선되어 등단하였다. 지금까지 100여 편의 소설 작품을 발표했고, 15권의 저서를 출간했다. 충남문학상, 충남문화상, 대전일보문화대상 등을 수상 하였다. 지역잡지 <갯마을>, 지역신문 <새너울>을 창간하여 편집주간과 논설주간으로 일한 바 있고, 향토문학지 <흙빛문학>과 <태안문학>, 소설전문지 <소설충청>을 창간히였다. 한국문인협회 초대 태안지부장, 한국예총 초대 태안지회장, 태안성당 총회장을 역임했고, 현재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충남소설가협회 회장, ‘정의평화민주 가톨릭행동’ 공동대표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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