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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장 칼럼] 서품식과 첫미사를 검소하게
  • 김근수 편집장
  • 등록 2016-01-06 10:22:24
  • 수정 2016-01-06 10:4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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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각 교구와 수도회에서 사제 서품식이 시작되었다. 오랜 세월 정진해온 새 사제들과 스승, 은인, 가족, 본당 공동체, 수도회와 교구에 축하인사를 드린다. 그동안 애쓰셨다. 길 잃은 양들이 여전히 착한 목자를 찾아 헤매고 있다. 우리 시대에 사제직이 얼마나 귀하고 중요한지 더 설명할 필요도 없다. 


서품식에서 새 사제들은 바닥에 엎드려 하느님께 기도한다. 그때 겸손과 봉사를 다짐할 것이다. 성직자 중심주의나 골프장 생각을 하는 새 사제는 없을 것이다. 부디 초심을 변치 않고 살기를 간곡히 바란다. 여기서 서품식과 첫 미사를 검소하게 하자고 제안하고 싶다. 그래서 가난한 교회,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교회를 위한 좋은 계기로 삼으면 어떨까. 


언제부턴가 실내체육관에서 서품식을 치루는 모습이 흔해졌다. 많은 신자들이 참여할 공간을 마련하기 위해서일까. 큰 성당들과 교구 소유 학교의 강당도 있지 않은가. 전례적 의미나 비용을 생각하면 체육관 서품식은 이해하기 어렵다. 조금 비좁고 불편해도 서품식은 성당에서 거행하는 게 적절하고 아름답다. 


첫미사 준비에 적잖은 돈이 들어간다. 첫미사를 좀 더 조촐하고 검소하게 지낼 방법은 없을까. 새 사제들은 신학교 시절에 가지고 있던 물품을 그대로 쓸 수 있다. 돌아가신 사제들이나 선배 사제들의 제의, 성작 등을 빌려 쓸 수도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전임 추기경의 옷을 수선하여 입었다. 


신자들에게 나누어주는 첫미사 선물에도 돈을 적게 쓰면 어떨까. 성서 구절을 넣은 상본을 주던 관행이 어느새 대부분 묵주로 바뀐 것 같다. 성물업체에 따르면, 가장 저렴한 묵주가 개당 수천원이다. 최소 주문단위라는 500개 묵주 가격만 해도 이미 수백만 원이다. 


첫미사 준비에 드는 비용은 대부분 새 사제의 출신본당 신자들이 맡아왔다. 신자들의 경제적 부담이 적지 않다. 어려운 경제에 각종 헌금에 신자들의 어깨는 이미 무겁다. 새 사제들의 부모님도 평신도이고 새 사제도 한때 평신도였다. 평신도의 부담을 어떻게든 줄이려고 애쓰는 자세가 요청된다. 


첫미사에 드는 비용 거의 전부를 새 사제가 부담하는 모습도 좋다. 사제 된 이후 몇 년에 걸쳐 갚는 것이다. 재학 시절 학비를 대출받고 취업 후 상환하는 대학생들도 있지 않은가. 새 사제들은 과분한 선물을 사절하는 것이 좋다. 돈봉투 등 물적 예물은 가능하면 사양하는 것이 좋다. 


새 사제들은 가난과 민주주의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 채 서품식에 간다. 가난이 무엇인지, 을의 처지가 무엇인지 경험할 기회가 앞으로도 드물 것이다. 관찰과 체험은 하늘과 땅 차이다. 가난과 민주주의를 잘 모르는 약점이 새 사제들을 평생 고뇌하게 만들 것이다. 


새 사제들은 예수의 첫 설교를 잊지 못할 것이다. “주님께서 나를 보내시어 가난한 이들에게 기쁜 소식을 전하고, 잡혀간 이들에게 해방을 선포하며, 눈먼 이들을 다시 보게 하고, 억압받는 이들을 해방시켜 내보내며, 주님의 은혜로운 해를 선포하게 하셨다.”(루카 4,18) 세속화에 물들지 않고 가난하게 사는 사제가 진짜 사제다. “어떻게 하면 가난하게 살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가난한 사람들과 가까이 할 수 있을까” 고심하길 바란다. 


사람들이 예수를 보며 이렇게 말했었다. “모두 그분을 좋게 말하며, 그분의 입에서 나오는 은총의 말씀에 놀라워하였다.”(4,22) 새 사제들을 보며 우리 평신도들이 그렇게 말하게 되길 빈다. 해방자 예수를 따라 가난하게 살아갈 새 사제들에게 하느님의 은총이 듬뿍 내리시길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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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에 4개의 댓글이 달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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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omem2016-01-12 07:32:42

    매번 편집장 칼럼에 비판만 하는 입장이라서 죄송합니다만 제가 정말 아쉬운 점이 하나 있습니다.
    그 동안 편집장 칼럼에서 다룬 내용중 가난에 대한 부분은 편집장님의 관점이 적절하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교황님이 강조하시는 가난은 영적이고 정신적인 가난이라기보다는 물질적이고 실질적인 가난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 가난의 정신은 성직자 개인에게도 교구공동체에게도 그리고 하느님 백성 모두에게 각자 특별한 형태로 이루어져야 합니다.
    하지만 매번 편집장님은 사제적 가난에 접근하실 때, 제 견해로는 비교적 개인적인 관점에 치우치시거나 독자들에 감성에 호소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더군요. 성서말씀과 교회문헌들에서 근거를 가져오시는 경우도 있으신데, 둘 다 해석이 폭이 너무 넓어서 동시에 여러주장들의 근거가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성서나 교회문헌을 개별적인 사회 및 교회현상들에게 적용하기에는  성직자의 권위가 아니라면 그 정당성을 가지기 어렵습니다. 비록 편집장님이 신학적으로 출중하시다고 하더라도 그렇습니다. 사실 성서나 교회문헌은 거룩한 학문의 영역으로 그 해석에는 권위가 필요하시다는 것을 아실것입니다. 몇 가지 조언을 드리자면, 구체적인 팩트를 가지고 가난에 대해서 기고하실 때, 교회법 및 사회법 적인 측면을 충분히 고려해주셨으면 합니다. 일단 법을 위반하지 않는 이상, 비판에는 힘이 실리지 않습니다. 둘쨰로, 법에 위반되지 않음에도 비판해야 할 부분이라면, 이번 글에서처럼 수치나 통계상 자료를 적극 활용해주셨으면 합니다. 때로는 악용되는게 통계라고는 하지만 통계는 엄연히 학문적으로 가장 공정한 자료입니다. 세번째로, 특정한 상황을 이야기 하실 때, 적어도 가장 유사한 사회적 상황에 대해서 비교분석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예를 들어서, 이번에 사제서품식에 대해서 다루셨으면, 그와 비교해서 장교임관식이나 그 밖에 그와 유사한 상황에 대해서 적절한 예를 들어주시면 합니다.
    그리고 꼭 기억해주셨으면 하는 것은, 편집장님이 교회 가난에 대해서 비판적으로 기고하실 때, 편집장님이 싸우시는 대상은 특정한 개인이나 단체가 아닙니다. 비록 특정 사제집단이나 교구지도부가 그 특유의 고집으로 자신들이 하는 일은 다 정당하며 하느님의 일이라고 우겨도, 특정 신자 단체가 극보수적인 성향으로 또는 공감할 수 없는 다른 목소리를 낸다고 해도, 그들은 여전히 하느님의 백성입니다. 비판은 감성이 아닌 이성으로 하는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 교회가 다소 난처한 입장이 되더라도, 특별히 가난에 대해서만큼은, 그 누구도 반박할 수 없는 논리로 무장해서 끝까지 파해쳐주셨으면 합니다. 그리고 그것이 교회와 하느님 백성을 위한다는 강한 신념이 있으셔야 겠지요? 이미 그러하시겠지만 기도로 그러한 일들을 하셨으면 합니다.
     한국 교회에 성직자 중심주의는 없습니다. 다만 가난이 결여된 성직자 집단이 기득권층처럼 존재한다는 것이 사회적인 현상과 맞물리수는 있겠지요.하지만 이것도 모든 사제들에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니, 진짜로 가난하게 사목하시는 신부님들을 한번 찾아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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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omem2016-01-07 10:15:08

    요즘 어떤 본당들은 신부님 축일이나 생일날
    물적 봉헌통을 성당에 비치 한다고 하네요
    이것이 될법한 일인지 교황님 아시면
    난리날 일입니다.
    보통 한번에 천에서 이천만원은
    들어온다네요.
    가톨릭이  순복음교회보다 나은것이
    무엇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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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omem2016-01-06 22:39:03

    "사제품을 받으려면 돈이 꽤 많이 듭니다."
    본당에 새 사제 물품기증을 위한 후원금을 접수받으면서
    본당 신부님이 하신 말씀에 왠지 마음이 불편했습니다.
    물론 가난한 가정의 신학생이 사제가 되려면 본당에서 도와야 하는건 이해가 되지만
    사제가 되는 일 자체에 돈이 많이 든다는 게 이해가 잘 안 되었거든요.
    마찬가지로, 가난한 가정의 자녀가 서품에 드는 돈을 걱정해야 하는 것도 이해가 안 되고,
    본당 사제들의 사제관, 자동차 구입 등 여러 가지 비용을 내야 하는 것도 이해가 안 되고...
    교회가 원래 이렇게 돈으로 얽혀 있는 구조인 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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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omem2016-01-06 10:31:27

    맞아요,
    진짜 맞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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